[맛있는 여행] 78-'유구색동수국축제'와 솥뚜껑매운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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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78-'유구색동수국축제'와 솥뚜껑매운탕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 승인 2025-06-30 16:48
  • 신문게재 2025-07-01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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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유구색동수국축제.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번 '맛있는 여행'은 꽃의 향연과 맛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공주 '유구색동수국축제'로 정했다.

'유구색동수국축제'는 6월27일(금요일)부터 6월29일(일요일)까지 진행되지만 축제가 끝나 도 유구에 와 활짝 핀 수국정원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수국의 꽃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 이곳은 유구천 유구천 주변 약 4만 3000 ㎡ 규모의 수국 정원에는 38종의 수국을 심어 중부권 최대 수국 정원을 이루고 있다.

특히 수국정원에는 다양한 색깔의 수국과 함께 보랏빛 코끼리마늘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수국(水菊)을 일명 수구(繡毬), 분단(粉團), 팔선화(八仙花)라 한다.



조선 정조대의 문신이자 실학의 대가였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다산화사(茶山花史)에서 수구(繡毬) 즉 수국(水菊)을 이렇게 읊었다.

"一樹當樓葉亂抽(일수당류엽란추)다락머리 나무 하나 다닥다닥 잎 만쳤지 가지 끝에 붙어 있는 꽃망울은 전혀 없어 前年枉被園丁(전년왕피원정착)정원지기가 지난 해에 잘못 잘라버렸는데 待到花開是繡毬(대도화개시수구)꽃이 피어 그때 보니 그게 바로 수구였다네 海榴花瓣大如杯(해류화판대여배)해류의 화판이 그 크기가 술잔만한데 種子初從日本來(종자초종일본래)그 종자가 처음에는 일본에서 온 거라네 莫笑枯寒到三月(막소고한도삼월)삼월까지 메마른 자태 비웃지 말지어다 群芳衰歇始應開(군방쇠갈시응개)모든 꽃들 다 지거든 그때 가서 필 거라네 "

『다산시문집(茶山詩文集)』제5권 시(詩)

당시 정원지기도 수국(水菊)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이 시에서 수국이 일본에서 들어 온 것을 말해 준다.

고종 때 영의정을 지낸 이유원(李裕元·1814~1888)은 『임하필기(林下筆記)』에서'촉(蜀) 땅 에는 자수구가 즉 자색 수국(水菊)이 있고, 나의 동산에는 연한 홍수구가 있다고 했다.

1902'는 조선왕조 시절 궁중에서 발행한 고서『진연의궤(進宴儀軌)』제1권 정재악장(呈才樂章) 시 보상무(寶相舞)를 출 때 좌우 병창(幷唱)으로 "錦帳初開彩袖色(금장초개채수색)비단 장막 열리자 채색 소매 날리고 玉簾且捲繡毬香(옥렴차권수구향)옥 주렴 걷히니 비단 채구(彩毬) 향기롭네 花間簫鼓莫催曲(화간소고막최곡)꽃 사이 피리 북 곡조 재촉 마시오 只恐花身落舞場(지공화신락무장)다만 꽃봉오리 무대에 질까 두려우니"라고 노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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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 유구색동수국축제.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이렇듯 화려한 수국(水菊)은 궁중무나 정악(正樂)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어쩌면 수국(水菊)은 뒷산'비들기와 같다.'는 비득재[維鳩] 사람들의 마음결 같은 꽃인지도 모릅니다.

유구는 한국전쟁 이후 직물업이 발달하여 한 때 100여개의 직물 공장이 성황을 이루던 섬유의 본고장으로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었으니 그 아름다운 천에 수국(水菊) 같은 탐스러운 꽃이 '자카드직기'를 통해 아름답게 채색되어 피어나는 희망이 유구(維鳩) 사람들의 마음에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유구(維鳩)를 다시 섬유의 도시로 재건하고자 하는 그 열망이 수국(水菊)으로 몽글몽글 피어나고 있는지도 모른다.

수국(水菊)은 단순히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茶)로 끓여 즐겨 마실 수 있다.

수국차(水菊茶)는 감차(甘茶) 또는 감차수구(甘茶繡球)라고 한다. 석가모니가 탄생할 때 하늘에서 단비가 내렸고 그것을 맞고 자란 나무가 감차, 감차수국, 감로수차라고하여 고려시대부터 4월 초파일이면 이 차에 비당성 당질뿐만 아니라 천연방부력이 있어 부처상의 부폐를 방지하기 위하여 달게 끓여 부처상을 깨끗이 씻었다고 한다.

감차수국에는 설탕의 1000배의 당도가 있으나 당분은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은 비당성 (非糖性) 단맛이 난다. 또한, 학계연구에 의하면 감차수국은 지방산제거 (다이어트), 고지혈증, 당뇨 등에 효과가 탁월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감차수국에는 필로둘신 (phyllodulcin), 이소필로둘신 (isophyllodulcin), 툰베르기놀(thunberginol) A, B,C, E, F 등이 함유되어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감차수국의 단맛을 내는 주요 성분은 필로둘신과 이소필로둘신인데, 설탕과 비교하여 400 내지 800배의 감미도를 갖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이들은 생잎 자체에서는 배당체인 8-β-글루코시드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단맛이 없다가, 건조 및 분쇄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효소작용에 의한 분해로 단맛을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툰베르기놀(Thunberginol)하이드란제놀(Hydrangenol 4'-O-glucoside)는 구강세균에 대한 항균성과 항알러지성, 항궤양성에 효과가 있다.

수국차(水菊茶)는 은은한 향과 혀끝을 감도는 달콤한 맛이 돌며 다이어트에 좋고 머리와 목을 맑게 하는 전통차라 하겠다.

유구가 단순히 수국정원을 뛰어넘어 수국을 이용한 차(茶)나 구강제품을 생산하여 농가소득이나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든다.

한편 이번 '유구색동수국축제'에는 '제2회 공주 정의송 수국가요제'가 화려하게 펼쳐졌으며, 트로트 가수 김의영과 공주시 홍보대사로 활동 중인 '장구의 신' 박서진이 축하 무대에 올라 관람객과 함께 어우러지며 축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으며, 사전 예심을 통해

선발된 20명의 실력 있는 참가자들이 무대에 올라 열창을 선보이며 여름밤을 뜨겁게 달궜다.

이외에도 시와 음악이 함께하는 '풀꽃 시인' 나태주 시인의 토크 콘서트를 비롯해 수국을 주제로 한 친환경 체험 프로그램, 유구전통시장과 연계한 '수국 단밤 포차', 지역 예술인들의 감성적인 음악 공연 등이 펼쳐 졌다.

유구에 가면 유구 섬유 역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유구섬유역사전시관'이 있고, 청각장애를 딛고 피나는 노력 끝에 화단에 우뚝 섰던 운보(雲甫) 김기창 (金基昶, 1913년~ 2001년) 화백의 생가(生家)가 있다.

유구에 와서 둘러보면 눈에 보이고 역사 공부가 되는 곳도 더러 있다. 대표적인 충남 공주군 유구면 추계리에 위치한 고간원지(叩諫院址)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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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뚜껑 매운탕 집에서 직원이 수제비를 뜨고 있는 모습. (사진= 김영복 연구가)
고간원지는 고려 후기 문신 문극겸 (文克謙, 1122년~1189년) 관련 사당이다. 문극겸은 문무직을 겸임한 인물로 글씨에 뛰어났다. 『충숙공사실기(忠肅公史實記)』에 의하면 조선 태종의 명으로 문극겸의 묘 아래에 사당인 고간원을 세웠다고 한다. 이후 1792년 고간원이 홍수로 무너졌는데 1907년에 다시 지었고 여러 차례 보수와 중수를 거듭하였다. 고간원지 일대에는 고간원 이외에 문숙공신도비, 재실, 충숙선조유덕추모비, 사당인 충숙공영당, 묘소 등이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듯 '맛있는 여행'에서는 맛집을 빼놓을 수 없다.

유구에서 우성면 쪽으로 가다 보면 유구천 옆에 '솥뚜껑매운탕'이 있다.

행정구역상은 사곡면이라지만 우성면이 더 가깝다.

이 집의 장점이자 단점이라면 웨이팅(Waiting)이 너무 길다는 것이다. 홀이 좁은 것도 아니다. 무려 주방 포함 250평이나 되지만 20~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자리에 앉을 수가 있다.

다행인 것은 가게 주변에 나무 그늘이 약간 있고, 유구천변이라 시원한 바람을 쐬며 자연을 둘러보는 여유를 부리다 보면 시간은 금방 간다.

필자가 어렸을 적 만해도 집집마다 후라이판이라는 번철이 있던 것이 아니라 전(煎)을 부치려면 한데 부엌에 솥뚜껑 걸어 놓고 땔깜을 때며 전을 부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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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뚜껑 매운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옛날 추억을 소환해 솥뚜껑에 매운탕을 끓이기도 하지만 솥뚜껑은 열을 전달받아 음식을 빠르고 균일하게 조리할 수 있다. 솥뚜껑은 내열성이 뛰어나고, 고강도 소재로 제작되어 내열성과 내구성을 모두 갖추고 있다. 드럼통 위에 얹어 진 솥뚜껑 그 위에 잘 조합된 육수와 깻잎 등 야채와 메기가 펄펄 끓으면 종업원이 와서 잘 반죽된 수제비를 뚝뚝 떼어 넣는다.

밥은 항상 여유있게 밥통에 준비해 셀프로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솥뚜껑 위에서 펄펄 끓는 매운탕 메기, 새우, 꽃게 등을 추가 할 수도 있고, 수제비 또한 추가가 가능하다.

육수에 민물새우가 들어가 그런지 육수가 입에 착 감기는 것이 구수한 맛이 난다. 메기도 살이 통통하게 올라 먹을 것이 있다. 손님이 많은 이유는 맛을 보면 금방 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양한 계층이 찾는다.

언제부턴가 공주에는 맛의 고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이런 맛집들이 많이 생겼다. 한 말의 조사에 의하면, 당시 메기는 낙동강·영산강·금강·한강·임진강 및 대동강의 상류에 특히 많았다고 하며, 이를 낚시로 잡기도 하고 낮에 하천이나 개골창에 숨어 있는 것을 손으로 잡기도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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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뚜껑 매운탕. (사진= 김영복 연구가)
공주는 예부터 금강을 중심으로 지류 하천에서 메기 등 민물고기를 많이 잡아 집에서 끓여 먹기도 했지만 천렵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경지정리로 시냇물들이 거의 없어지고 그 자리에 용수로와 배수로가 설치되었지만 옛날엔 농촌에 꾸불꾸불하고 작은 시냇물이 많이 있어 농업용 수로로 사용하였다. 농사철에는 이곳에 보를 막아 농업용수를 쓰지만 농사용 물이 필요 없는 가을이 되면 보를 허물어 시냇물을 하류로 흘려보낸다. 상류에 있는 저수지에서도 더 이상 물을 흘려보내지 않고 다음 해를 위해 물 가두기를 하기 때문에 시냇물은 실제 흐르는 물이 아주 적고 군데군데 움푹 패인 곳에는 물이 고여 있어 물고기들이 몰려있게 된다. 그런 곳 중에 특히 크고 물이 많이 고여 있는 봇통이라 불리는 웅덩이에는 물고기들이 많이 있으므로 이곳으로 흘러 들어 오는 물을 막고 웅덩이의 물을 품어낸 후 속에 있는 메기 등 물고기들을 잡았던 것이다.

금강에서는 2012 비공식 기록으로 136.5cm 크기의 메기가 발견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2018년에는 금강에서 잡아 올린 대형메기의 길이 1m35㎝, 몸무게 38㎏에 달하는 초대형 크기로 다시 방사 했다고 한다.

김영복 식생활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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