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AI시대, 철학 교육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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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AI시대, 철학 교육이 필요하다

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 승인 2025-06-09 10:11
  • 신문게재 2025-06-10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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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복섭 교수
AI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만화 이미지로 얼굴 사진을 바꾸는 유행이 놀이처럼 번지고 말을 걸어 엉뚱한 대답을 듣는 장난을 거는가 하면 논문의 얼거리를 만들었다거나 중요한 회의내용을 녹음해 요약했다는 등 AI가 실생활 깊숙이 파고드는 상황이다. 어렵다는 나라 살림에도 불구하고 지난 대선에서 양당 후보는 100조 원을 AI 개발에 약속했는가 하면, 새로 당선된 대통령은 발 빠르게 'AI 미래기획수석' 직책을 신설하며 정책추진을 위한 강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과연 AI가 펼칠 미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많은 사람은 편리해질 앞날을 기대한다. 역사상 인류가 한 번도 편리를 포기한 적이 없었다는 어느 미래학자의 말처럼 우리는 항상 기계나 문명의 도움으로 숙명과도 같았던 불편을 하나하나 극복해왔다. 두 발로 걷다가 말을 길들여 타거나 수레를 끌게 하더니 증기기관과 내연기관을 발명해 자동차를 운전하게 되고 비행기를 만들어 하늘을 나는 세상을 만들었다. 고되던 부엌일도 각종 가전 기구와 주방 도구를 발명해 이제는 단추만 누르면 돌아가는 '노동에서 통제로' 일 처리방식을 바꿨다. 누구는 우리가 애용하는 편리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근원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획득한 편리를 포기하며 노동해야 하는 수고가 필요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발전을 거듭한 편리한 세상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그동안 쉽게 다스리지 못하던 일이 종합하고 판단을 내리는 작업이었는데 AI가 등장해 인간의 수고를 덜어주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전에는 어느 시대 어느 분야마다 뛰어난 천재가 있어 도약을 이끌었다면 AI가 작동하는 세상에서는 모든 분야의 가장 뛰어난 인재를 실시간으로 동원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어느 분야나 무슨 질문을 해도 최적의 대답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인간의 감정까지도 헤아려 심리상담도 가능한 AI가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술 마시고 재미있게 노는 인간은 따라 하지 못할 거라는 우스갯소리도 장담을 못 할 지경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하고 좋은 대답을 내놓아도 선택과 책임은 오롯이 인간의 몫이라고 얘기한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기술적으로는 완성되었는데 사고가 생겼을 때 누구의 책임으로 돌려야 하는지에 봉착해 전면적인 시행을 머뭇거리고 있다 한다. 언젠가 이 문제도 해결하겠지만, 결국 인간 고유의 정체성과 가치에 대한 물음이 최종적으로 남게 될 것이다.



AI의 도움이 필요한 분야 중 재판과정에 수많은 법률을 검토하고 복잡한 판례를 참조해 공정하고 정확한 판결을 위해 AI가 이바지할 거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AI가 검토한 똑똑한 해결책은 어떤 것일까? 지난 헌법재판소 재판과정 중 꼼수 같은 법의 허점을 잘 찾아내는 능력을 보일 것인가? 아니면 구속기한을 날짜로 계산하느냐 시간으로 계산하느냐와 같은 절묘한 수를 발견해내는 능력일까? 왠지 이러한 논쟁에는 뭔가 하나 빠진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 마치 아이의 소유권을 두고 낳은 엄마와 기른 엄마가 싸우는 상황에서 지혜로운 판결을 내린 솔로몬이나,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에 나오는 살 1파운드를 담보 잡은 채권자에게 '살만 1파운드, 피는 흘리지 않게'라는 판결을 내린 재판관의 일화에서 발견하는 마음 따뜻해지는 인간성 말이다.

서로 갈라치기를 하며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배경에 상대를 물리쳐야 내가 이긴다는 어려서부터 만연한 경쟁 사회를 지적한다. 꼬고 꼰 시험문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부단히 꼼수 같은 답을 찾아 연습해야 하는 사회와 모든 것을 점수화하고 등급으로 나누어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처럼 단죄하는 극단적인 사회는 어쩌면 AI가 만연한 디스토피아 세상이 아닐까 의심해본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철학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싶다. 왜 그리 오랫동안 선조들은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론하며 의문을 품었는지를. 게놈지도를 해석해 인간이 유기화합물의 일종이고 사고의 과정은 신경세포가 전달하는 전기적 신호의 과정임을 밝혀낸 세상에서도 가슴 따뜻한 미담에 감동하는 인간의 속성을. 그런 후에야 AI에 지배당하는 무서운 세상이 아닌 기술과 문명을 인간을 위해 이롭게 사용하는 행복한 세상이 가능해질 것이다./송복섭 한밭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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