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오늘날의 봄바람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오늘날의 봄바람

김명숙 수필가

  • 승인 2025-05-20 17:01
  • 신문게재 2025-05-21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명숙 수필
김명숙 수필가
올봄 4월 금산의 보곡산골 산벚꽃 동산에 눈꽃이 함께 피는 아름다운 모습의 사진을 박범인 금산 군수가 SNS에서 올렸습니다. 산벚꽃 축제장은 하얀 눈으로 뒤덮인 아주 특별하고 멋진 풍경이었습니다. 봄은 혹독한 추위와 모진 바람에 이겨낸 나무들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새로운 한해를 시작합니다.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듯이 뙤약볕 아래서 힘을 낼 수 있는 광합성 작용을 활발히 하며 여름다운 계절을 만들어가지요. 그런데 금년의 봄바람은 낭만을 즐기기에는 아주 고약한 바람이었습니다. 산불을 불러온 바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강원도 산불 이야기 해 볼까요. 지난 4월26일 오후 인제군 상남면 하남리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의 진화율이 27일 오전 5시 기준 98%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이제 긴장을 늦추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김진태 도지사가 "인명피해와 시설피해가 없어 다행"이라며 "일몰이 되고 정말 손쓰기가 힘든 상황이었는데도 특수 119진화 대원들이 산세도 험하고 힘들었을 텐데 가까이 가서 극적으로 많이 진화를 해줬다"고 하면서, 이어 "몇 퍼센트라는 게 유동적"이라며, "또 바람에 따라서 그리고 꺼졌다가도 다시 일어나기도 하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춰서는 안되겠다"고 당부하고, 이어서 "마지막 100% 완진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고 합니다. 이런 긴장감과 불안감이 어디 김진태 지사 뿐이겠습니까? 더구나 금년 봄바람은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으니 시장, 도지사, 군수는 물론이요, 119대원이나 경찰관들은 또 어떠했겠어요. 지난 3월25일, 나흘째 이어지는 경북 의성 대형산불로 인해, 헬기 77대, 인력 3836명, 차량 457대가 투입돼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어 진화대원들의 피로감도 쌓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25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의성지역 산불현장에 투입된 119대원들 대부분은 펌프차 안에서 교대 근무자가 올 때까지 대기하고 있다가 다시 현장으로 출동하였다 합니다. 산림청 특수진화대, 의용소방, 전문산불진화대원 등도 체육관 등에 마련된 임시숙소에서 잠시 쉬고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었답니다. 다행히 우리 대전은 이장우 시장을 비롯하여 180만 시민들이 산불예방에 힘썼기에 봄바람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제 나이 이제 이순(耳順)을 바라보는 나이기에 '봄바람'하면 가슴이 설레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더구나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의 나이이기에 봄이 주는 이미지는 낭만과 쓸쓸함이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의 봄은 그만큼 여린 여인의 감정을 잔잔하게 흔들곤 했지요. 제가 어렸을 적 우리 조상들은 봄을 일 년이 시작되는 계절로 보고, 한 해를 말할 때 '봄·여름·가을·겨울'이라고 했지요. 그래서 한해의 시작을 알리는 초봄에 '입춘대길(立春大吉)'을 대문에 써 붙여놓고 한 해가 '대길(大吉)'되길 염원했었지요.



또한, 봄바람은 겨울 동안 잠들었던 나무와 동물들을 흔들어 깨우고 만물을 소생시키는 계절이었지요. 그래서 '봄'이라는 글자에 '바람'을 붙이면 낭만적인 의미로 쓰였던 것입니다. 어찌 산촌초목에만 봄바람이 불었겠어요. 꽃샘바람이 불면 사람들도 움츠렸던 몸을 일으키고 여행갈 준비를 하고 봄나들이 좋은 곳을 찾기 위해 검색창을 두드리게 됩니다.

결론을 맺을 게요. 금년처럼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기 이전에는 한국인이라면 봄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들이 많이 있었지요. 그래서 버스커버스커의〈벚꽃 엔딩〉(2012)을 즐겨 부르고, '덕수궁 돌담길의 봄'이나, '봄이 왔어요', '나비야', '꽃밭에서', '봄날', '봄바람', '새싹'등을 즐겨 불렀지요. 그러나 금년의 봄바람은 산불을 번지게 한 주범으로 이미지가 변질됐어요. 그래서 해마다 봄이오고 봄바람이 불게 되면 '화재는 계절 없고, 불행은 예고 없다'라는 말을 가슴에 새기게 되었지요. 아시겠지요? '봄바람은 산불예방'입니다. /김명숙/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햇잎푸드, 100만불 정부 수출의 탑 수상... "대전을 넘어 전 세계로"
  4.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5. 국제디지털자산위, 필리선 바타안서 'PPP 개발 프로젝트 밋업' 연다
  1.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2.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3.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4.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5.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