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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대국민 개방 단계에 오른 청와대. 사진=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
허허벌판인 세종시를 놓고 '행정수도 위헌' 판결(헌법재판소)을 내린 2004년 이후 21년의 세월을 흘려 보내고도 수도 서울은 포기할 수 없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산물임을 재확인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부터 국민의힘까지 거대 정당 모두 인구의 절반 이상인 '수도권 바라기'가 여전했다. 외형상 불가피한 현실이란 표현을 쓰고 있으나 대통령실의 위치는 서울을 벗어날 수 없다는 선언을 되풀이히고 있다. 일부 군소 정당 후보 외에는 한 목소리로 '용산 유지 또는 청와대 복귀'를 목놓아 외치고 있다.
수도권 초집중·과밀 구도를 깨고 국가균형발전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호소도 공허한 메아리로 멤돌 뿐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청와대 우선 사용 후 사회적 합의 절차를 거쳐 세종시로 이전이란 애매모호한 방향성을 설정했다. 비록 허언에 그쳤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의 세종 집무 일수 획대 발언과 같은 의지의 표현도 보이지 않아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실제 이재명 후보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서도 '국회 분원 및 대통령 제2집무실 설치'란 뻔한 공약 제시에 그친 바 있다. 상대 후보보다 혁신적 공약도 찾기 힘들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지낸 탓에 시선이 수도권에만 묶여 있어 그런 것인가'란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2강 구도를 형성한 국민의힘 한동훈·김문수 후보의 인식도 다르지 않았다. 용산 집무실을 우선 사용 후 국민 여론을 수렴해 청와대 수리 또는 다른 곳으로 이전을 언급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만 세종 집무실 시대를 전면에 내걸고 있을 뿐이다.
정치권마저 대한민국의 미래 대신 당장의 표 계산에 골몰하다 보니, 국민들의 여론도 청와대 복귀 우위론으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KBS가 주)한국리서치를 통해 '차기 대통령 집무실 이전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가 그러했다. 질문은 단순했다. "차기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나?"로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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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국민 여론조사 인식. 사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공시 자료. |
정당 지지층으로 보면, 청와대 복귀로는 조국혁신당(64%)과 민주당(59%)에서 가장 높았다. 용산 사용은 국힘(42%)과 기타 정당(34%)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세종시 이전 주장은 진보당(44%)과 개혁신당(40%)에서 많았다. 힘의 균형추가 이렇게 흘러가고 있다는 뜻이다.
행정수도와 혁신도시,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해왔다고 자부하는 민주당 지지층마저 세종시 이전론에 29% 비중을 보였고, 국힘은 아예 14%로 부정적 인식이 컸다.
대선 후보별 지지층으로 다시 보면, 세종으로 방향성은 이준석 후보 지지층(43%)에서 가장 높았다. 이재명 후보 지지층은 청와대(59%)-세종(31%) 순, 한동훈 후보 지지층은 용산(37%)과 청와대(37%), 세종(15%) 순, 김문수 후보 지지자들은 용산(59%)-청와대(25%), 세종(9%) 순으로 집계됐다. 한덕수 총리 출마 시 지지층은 한동훈 경향과 비슷했다.
국가균형발전을 원하는 제 시민사회단체는 이번 대선이 수도권 과밀 구도를 깰 수 있는 마지막 골든 타임으로 보고 있다. 현실은 이상과 점점 더 거리를 두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시민사회의 한 관계자는 "반대를 무릎 쓰고 용산으로 집무실 이전을 강행한 윤 전 대통령의 결기가 다른 대선 후보들에겐 없는가"라며 "그 방향은 수도 서울이 아니라 또 다른 절반인 '지방'에 있어야 한다. 남은 기간 지방이 똘똘 뭉쳐 '지방의 대통령'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번 여론조사는 KBS가 4월 22일부터 24일까지 3일 간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2025년 3월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기준의 성·연령·지역으로 층화된 가상번호 내 무작위 추출(가중치 부여),전화 면접 조사 방식으로 작성했다. 신뢰수준은 95%, 표본 허용 표집오차는 ±1.8%p고, 응답률은 20.5%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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