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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이 친구가 어느 날 금산을 찾아왔다. 출장 중에 지나가는 길이라고 했다. 함께 식사하는 중에 이런 얘기를 했다. "금융업이 화려해 보이지만 판단 미스 한 번으로 한 방에 가는 업종이다. 너와 같은 제조업은 항상 똑같은 것 같지만 좋은 일 한 번 터지면 무섭게 크더라." 작은 기업 경영하는 나에게 해주는 큰 덕담이었다. 버티고 이어가다 보면 언젠가 좋은 일 생길 것이라는 희망을 주는 말이었다.
오늘도 어제와 같고,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 같은 일상의 지속이지만 어느 날 갑자기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기는 것을 여러 차례 경험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마찬가지이다. 나이 먹어가면서 조금씩 시력이 나빠졌고, 안과 병원에서 백내장 수술을 권유받고는 '이제 때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먹는 신체 변화가 시작되는 신호였다.
경사로를 조금씩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큰 계단 또는 절벽에서 뚝 떨어지는 변화의 징조는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제 스트레스 많은 일은 조금씩 내려놓고, 술도 조금 줄이고, 선천적 질병(?)인 식탐(食貪)도 고쳐봐야 하겠다는 마음의 다짐을 했다. 아직 실천은 잘 안 되지만…
작년 초에 유명 경제학자의 강의를 들을 때 그는 그 해, 작년이 바닥일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향후 5년은 조금씩 좋아질 것을 예상한다고 했다. 혼돈의 세상이지만 조금씩 질서가 잡혀갈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다. 대단히 유명하고 실력있는 전문가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라 철석같이 믿었는데 결과는 그 분 예상을 벗어났다. 워낙 변수가 많은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참 어렵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취임한 뒤부터는 하루를 미리 보기 힘들 정도로 세상이 요동치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고물가 고금리 저성장으로 올해 우리 경제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해마다 듣던 얘기이지만 들을 때마다 식상하기는 커녕 불안이 더 커지는 마음을 피하기 어렵다.
우리 경제가 좋을 때에도 기업 경영자들에게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인가?' 하는 설문을 돌렸더니 '우리 조직이 무너지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큰 기업이든 지역 음식점이든 고민은 같을 것이다. 자영업 힘들다는 얘기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 급격히 더 힘들어 폐업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 심지어 폐업 비용이 없어 폐업마저 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답답한 뉴스를 본 적도 있다.
이렇게 자영업 폐업률이 점점 증가하더니 작년 한 해 폐업한 자영업자 숫자가 거의 100만 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하루 2,700명, 30초에 한 명씩 폐업을 했다고 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 조금씩 나빠지다가 견디지 못하는 절벽을 만난 것은 아닐까 싶다.
소비 행태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타격을 받은 뒤에 코로나 시기에 힘이 빠지고, 최근 나빠진 경제 상황에 정치적 타격까지 겹치다 보니 견디기 힘든 사람들이 많아진 것으로 전문가들은 얘기한다. 이들이 버티지 못하면 우리 경제도 함께 힘을 잃을 수 있기에 이들이 다시 회복되고 자립하는 방향으로 국가도 사회도 힘을 합치고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버티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출구를 열어주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내가 사는 농촌지역은 인력이 부족하다. 내 좁은 소견으로는 노동력이 부족한 방향으로 인도하고 방향을 바꿀 수 있도록 길을 마련해주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하루하루 변하면서 조금씩 어려움이 쌓였다면 회복도 그런 방향일 수 있는데, 지금은 힘들지만 버티면서 조금씩 희망이 생기고 그 희망이 커지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친구의 덕담과 같이 어느 날 모두에게 대박 터지는 사건도 함께 기도한다.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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