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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현 교수 |
당시 충남대학교 체육진흥원장을 맡은 필자는 충남대 축구부가 해체되면서 1998년도부터 사용하지 않아 황폐화된 천연잔디구장을 살려야겠다고 마음먹고 한밭운동장 천연잔디를 관리했던 김덕우 대표와 상의하며, 최소한의 경비를 산출해 3억 원을 대전시에 운동장 개선사업비로 요청하였으나, 시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훈련장을 잃은 코레일은 연고지 이전까지 고려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이대로 포기할 수가 없었다. 병들고, 약하고, 울퉁불퉁하고, 잡초가 무성한 잔디를 대전시체육회의 지원을 받아 잔디를 깎고, 약을 주고, 모래를 날라 파인 곳을 메워가며 애를 쓰고 잔디를 살리기 시작했다. 1년에 1,500만원으로 천연잔디를 관리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다. 가물면 물을 줘야 하는데 스프링클러가 없고, 비가 오면 잔디가 빨리 자라서 잔디를 자주 깎아줘야 하는데 기계는 작고 오래됐고, 인력은 없는 상황에서 모든 일을 백남혁 직원이 혼자 도맡아 묵묵히 해주었다.
대전하나시티즌 잔디 관리업체에 1년 잔디관리비 견적을 요청하니 1억 원을 요구했다. 충남대에는 잔디 깎는 기계도 오래되어 잘 깎이지 않았고, 잦은 고장이 나서 빚을 내어 수리비를 지불하였고, 훈련장으로 사용하려면 잔디 길이를 맞춰 자주 자주 깎아 줘야 하는 어려움이 반복됐다.
코레일 축구단은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이 완공되면 새 운동장을 사용하기로 하였으나, 이것은 2029년도 이후의 일이어서 훈련장을 잃은 코레일 축구단은 보은으로 훈련을 다녔고, 대전하나시티즌에 요청하여 대전월드컵 보조경기장을 겨우 얻어 쓰고 있었다. 이 때문에 대전하나시티즌 4부 팀이 보조경기장을 사용하기 어려워 다시 보은으로 천연잔디축구장을 찾아 훈련을 가고 있는 상황이었다.
코레일 축구단은 2014년에 기존 연고지인 인천을 떠나 대전으로 이전한 팀이다. 2013년에 한국수력원자력축구단이 대전을 떠난 당시 상황에서 코레일 축구단의 대전 유치는 대전체육의 큰 경사였다. 인천시체육회에서는 전국체전 출전 팀과 매년 2명을 연고지에서 뽑아 주던 팀을 잃은 것을 매우 아파했었다.
한 달이 지날 때 쯤 크로버나 잡초가 거의 없어지고 잔디가 많이 좋아졌다. 코레일 축구단 코칭스텝들이 운동장을 와서 보고 너무 좋다는 의견을 보내오면서 코레일 축구단이 충남대 운동장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두 해가 지난 2024년 9월~10월에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계속되는찜통더위에 프로축구 경기장의 잔디가 누렇게 녹아내린 것이다. 덕암축구센터 양잔디도 모두 녹아내렸다. 이때가 대전하나시티즌이 12개 구단 중 12위를 기록하고 있었고, 6월에 부임한 황선홍 감독은 훈련장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상황이었다.
켄터키블루그라스는 한지형 잔디로 잔디 자체가 작고 잎이 얇은 특성 때문에 수분 함유량이 떨어져 고열이나 고온에 약하다. 제주도 골프장이 이미 양잔디를 한국형 잔디로 교체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프로축구경기장은 여기에 대처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같은 시기인 2024년 10월에 경남에서 전국체전이 개최됐다. 대학교 이상 경기는 천연잔디에서 경기하는데 출전 팀들에게 온전한 천연잔디 훈련구장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충남대 천연잔디축구장은 2024년도에 대전하나시티즌 8위, 대덕대 여자축구단이 3위를 일구는데 큰 기여를 했다. 현재 대전하나시티즌은 K1 리그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대전 코레일축구단은 K3리그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매우 기쁘고 경사스러운 일이다.
이외에도 충남대 인조잔디축구장은 유소년 선수 양성과 축구 동호인들의 훈련과 생활체육 공간으로 제공되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거점 국립대학 10곳 중 체육시설을 지역에 개방하는 대학은 충남대가 유일했다. 충남대는 대전 축구 발전과 지역민 건강증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대전시의 명예를 지키고 지역민의 건강증진에 기여하는 충남대 체육시설에 대전시와 자치구의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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