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여행] 71-음성 삼형제 저수지와 토종마을 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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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여행] 71-음성 삼형제 저수지와 토종마을 돼지국밥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 승인 2025-04-27 11:29
  • 신문게재 2025-04-28 10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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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삼형제 저수지. (사진= 김영복 연구가)
대전이나 서울에서 2시간 이내 이동이 가능한 충북 음성(陰城) 그곳에 가면 자연이 숨쉬는 아름다운 삼형제 저수지가 있고 저수지를 둘러 싼 드라이브 길과 산책길이 있다.

불과 10여년 전만해도 음성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한독의약박물관외에 특별히 둘러 볼만한 눈요기 감이 없었는데, 지자체와 군민들의 꾸준한 노력 덕분에 이제 볼거리 먹을거리가 풍부해지고 있다.

그래서 이번 맛있는 여행은 충북 음성으로 떠난다.

음성군중에서도 삼성면의 경우 최북단에 위치한 대사리에서 서울특별시 강동구 강일동까지의 거리가 불과 약 70km이다. 교통여건에 따라 50분에서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로, 충청북도에서는 수도권과 제일 가까운 곳이 바로 음성이다.



음성의 관광자원 중 압권은 군내 5개 권역으로 나눠 진 7개 호수의 계절마다 변하는 자연경광이 산자수려(山紫水麗)하다는 표현에 모자람이 없다.이 중에서도 지금 가볼만한 곳은 삼형제저수지다.

삼형제저수지는 백야저수지, 무극저수지, 금석저수지거 서로 도수터널로 연결되어 있어 수면의 높이가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세 개의 저수지가 금왕읍을 향해 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다.

이 삼형제저수지 중 백야저수지에는 1개의 전망쉼터와 2개의 쌈지공원이 있고 산책을 할 수 있는 둘레길, 관광농원, 백야자연휴양림, 백야목재문화체험장, 낚시터, 속리산을 닮은 소속리산이 벚꽃 길과 어우러져 있어 각광 받고 있는 관광명소다.

가장 널리 알려진 곳은 무극저수지다. 부용산, 소속리산, 보현산 등에 둘러싸여 조용하고 경관이 수려하다. 특히 삼형제저수지 주변으로 개성 넘치는 카페들이 자리 잡고 있으며 해질 무렵이면 저수지 너머로 높이 솟아오르는 붉은 노을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음성읍의 용산 호수 또한 꼭 한번 가봐야 할 관광명소로 봉학골산림욕장과 어우러져 있는 용산 호수는 휘늘어진 버드나무의 운치가 깃들어 있으며 둘레 길과 지방정원이 잘 조성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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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저수지. (사진= 김영복 연구가)
용산 호수의 둘레 길은 쑥부쟁이 길로 더 유명한데 꽃은 7월과 10월에 핀다. 작은 호수 같은 이 저수지에는 마을 주민분들이 즐겨 산책을 하는 코스로도 애용되고 있고, 봉학골 무장애 나눔길로 쑥부쟁이 둘레길이 데크로 조성되어 있어 걷기에 편하다.

이 봉학골에 쑥부쟁이의 애달픈 전설이 있다.

'옛날 음성 봉학골이라는 곳에 대장장이의 큰딸이 살았다. 이 처자는 병든 어머니와 굶주린 동생들을 위해 쑥을 캐러 다녔기에 사람들은 그녀를 쑥부쟁이라고 불렀다. 어느 날, 쑥부쟁이는 상처를 입고 쫓기는 노루를 살려주게 되고, 함정에 빠진 사냥꾼 청년을 구해주기도 하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쑥부쟁이는 청년과 결혼을 하기로 약속을 한다. 하지만 다음 해 가을에 돌아오겠다고 한 청년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움에 지쳐가던 쑥부쟁이는 안타까운 마음에 산신령께 치성을 드리게 된다. 그러자 자신이 목숨을 구해주었던 노루가 나타나 보랏빛 주머니에 담긴 노란 구슬 세 개를 주며 이렇게 말 한다. "구슬을 입에 물고 소원을 한 가지씩 말하세요." 쑥부쟁이는 노루가 시키는 대로 구슬을 입에 물고는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해달라고 말한다. 그러자 어머니의 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 두 번째 소원으로 사냥꾼 청년을 나타나게 해달라고 말한다.

앞에 나타난 청년은 이미 결혼을 했고 가족까지 있었다. 하는 수없이 세 번째 소원으로, 청년이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세 가지 소원을 모두 다 써버린 쑥부쟁이는 끝내 청년을 잊지 못하다가 절벽에서 발을 헛디뎌 그만 죽고 만다.

그 자리에 예쁘고 여린 새 싹이 돋아나고 자라 아름다운 보랏빛 꽃을 피웠다. 사람들은 죽어서도 배고픈 동생들을 위해 나물로 다시 태어났다며 그 꽃을 쑥부쟁이라고 불렀다. 지금도 해마다 쑥부쟁이는 그 청년이 돌아온다며 약속한 가을이 되면 들녘을 온통 아름다운 보랏빛 꽃으로 수놓고 있다.

쑥부쟁이의 꽃잎이 연보랏빛이고 숱이 노란 것은 연보랏빛 주머니 안 노란 구술로도 끝내 이루지 못한 쑥부쟁이의 안타까운 사랑 때문이라고 한다.

둘레 길을 천천히 걸으며 쑥부쟁이 전설을 음미(吟味)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마지막으로 소이면에 위치한 충도 호수는 주변 산림과 함께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해 홀로 민물낚시를 즐기는 조사(釣士)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기왕에 음성에 왔다면 원남면 상당1리 행치마을에 있는'반기문 생가'와 한독의약박물관을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반기문 생가는 원남면 상당1리 행치마을에 위치해 있는데, 이 곳에는 광주반씨의 제실과 반기문 생가, 반기문평화기념관, 반기문평화랜드 등 반기문의 고향 반기문 생가 가 있다.

그리고 대소면 대풍산단로 78에 위치한 '한독의약박물관'은 한국 최초의 기업박물관으로 아담하고 작은 박물관이지만 (주)한독약품의 역사를 보여주는 한독사료실(韓獨史料室)이 있고, 온실로 이루어진 한독약초원, 우리나라의 옛 의약 관련 기구들인 약연기류, 약탕기(藥湯器)류, 약성주기(藥盛注器)류, 약장기(藥欌器)류, 침구(鍼灸)류, 제약기(製藥器)류와 같이 귀중한 의약 자료들 또한 소장·전시하고 있으며 전통한의원도 복원해 놓았다.국가지정문화재로는 보물 제646호인 청자상감상약국명합(靑磁象嵌尙藥局銘盒), 보물 제1088호인 『언해태산집요(諺解胎産集要)』, 보물 제1111호인 『찬도방론맥결집성(纂圖方論脈訣集成)』, 보물 제1234호인 『의방유취(醫方類聚)』, 보물 제1235호인 『향약제생집성방(鄕藥濟生集成方)』, 보물 제1236호인 『구급간이방(救急簡易方)』등이 이곳에 있다.그리고 의녀복을 입고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다.

어디나 볼거리가 풍부해지면 카페나 식당 등 자연 먹을거리도 풍부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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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토종마을. (사진= 김영복 연구가)
음성에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토종마을이 있다.

가성비 하나로 설명이 끝나는 집이 있는데, 돼지국밥 5000원 수육 5000원 등 만원 한 장으로 술안주는 물론 식사가 끝나는 집이다.

돼지국밥에 돼지고기도 넉넉히 들어가 있고, 얼큰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대기를 넣으면 된다. 다대기가 매운 편이니 식성에 맞게 넣으면 된다.

그런데 이 집 돼지국밥이 왜 쌀까?

음성에는 2019년 기준으로 돼지 10만마리 이상을 사육하고 충청북도 음성군 삼성면의 음성특급도축장· 대상팜스코(주)·음성대찬미트, 충청북도 음성군 대소면의 (주)모란식품 등이 있고, 축산물 가공·유통 업체는 무려 총 211개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음성신선육가공장 도축장은 2000년 1월에 식품 위해요소 중점 관리 기준(HACCP: Hazard Analysis Critical Control Point)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이러한 현대적인 시설이 갖추어지기 전에는 전국 어디에서든 집에서 돼지 두어 마리 씩 길러 살림 밑천으로 하고 가정이나 동네에서 잔치가 있으면, 추렴을 해 돼지를 잡기도 했다.

돼지고기에 대한 역사를 살펴보자

고구려 지배층의 혼인풍습으로는 형사취수제(兄死聚嫂制)와 함께 서옥제(데릴사위제)가 있었는데 3세기 들어 사라졌다. 초기에는 남자가 처가 옆에 마련한 서옥(사위집)에 들어갈 때에 돈과 옷감 등을 예물을 처가에 주었다. 그러나 혼인풍습이 변하여 남자 집에서 돼지고기와 술을 보낼 뿐 다른 예물은 주지 않았다.

중국 『북사(北史』'고구려(高句麗)' 편 내용을 보면 "혼인에 있어서는 남녀가 서로 사랑하면 바로 결혼시킨다. 남자 집에서는 돼지고기와 술만 보낼 뿐이지 재물을 보내 주는 예는 없다. 만일 여자 집에서 재물을 받는 사람이 있으면, 사람들은 모두 수치스럽게 여기며 '딸을 계집종으로 팔아먹었다' "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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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마을 돼지국밥. (사진= 김영복 연구가)
조선 후기 문신인 강한(江漢) 황경원(黃景源 : 1709~87)의 시문집『강한집(江漢集)』에 경상도(慶尙道) 의령(宜寧)사는 유생(儒生) 허엽(許曄)이 강한(江漢)을 찾아 왔을 때, 그의 효성을 극찬하면서 쓴 글에 '돼지고기국'이 나온다.

근대에도 돼지고기국을 즐겨 먹었는데, 60~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시골에서 어느 집 잔치가 있거나 명절 때면 돼지를 잡는 날 즉 돈부리하는 날이다.

돈부리를 할 때 구경을 하다보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간 등을 썰어 피 묻은 채 소금 찍어 입에 넣으면 비릿 달 척 지근한 것이 더운 맛이 야성의 기운을 느끼게 한다.

어른들은 가마솥에 내장 곱창 잔뜩 씻어넣고 무 줄기 말린 것도 넣고 한 두 시간 가량 장작불 때서 끓여 낸 돼지 국에 막걸리 판을 벌인다.

그 옛날 초가지붕 위에 하얗게 핀 박꽃과 둥근 박이 떠오를라치면 동이에 국을 담고 노끈으로 주렁주렁 이어 메단 바가지를 허리춤에 차고 논 뚝 길을 가는 아낙의 모습도 함께 연상이 된다.

한 여름 논에서 일하다 논 뚝에 걸터앉아 바가지에 담긴 돼지비계가 둥둥 뜨는 국에 밥을 말아 먹던 그 시절이 60~70년 대 인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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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발 편육과 돼지 수육. (사진= 김영복 연구가)
돼지비개가 떠 있는 기름진 고깃국 지금 그 어떤 돼지고기 요리 집에서 먹는 맛에 비할 수 없는 기가 막힌 맛이었다.

이 시절 기름진 고기 맛을 보지 못했던 분들이 오랜만에 돼지고기 국을 먹으면 이내 설사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렇듯 기억 속에 간직된 '바가지에 담긴 돼지국밥' 참 맛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이런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고 도축장에서 위생적으로 처리한 돼지고기를 사 삼겹살 구이나 수육을 먹는 것이 고작이다.

특히 내장을 이용한 요리는 재료 구입도 용이치 않지만 집에서 만들기가 쉽지 않으니 외식으로 맛 볼수 밖에 없다. 그런데, 왜 옛날 그 맛이 안 날까? 그래서 가끔 시골 장에 가서 어렸을 적 추억의 음식을 찾아 나선다.

돼지국밥은 음성 외에도 전남 곡성이나 대구, 밀양, 부산에도 있다.

지금은 오히려 밀양의 경우 돼지국밥은 이 지역의 향토음식이 되어 있다.

돼지국밥의 역사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 『강한집(江漢集)』의 경남 돼지국밥이나 『효전산고(孝田散稿)』「산해필희(山海筆戱)」의 기장돼지국밥의 역사적 자료를 보더라도 돼지국밥은 이미 경상도 지역에서 일상화 된 음식이었다,

곡성 장에 가면 돼지창자에 당면, 선지, 콩나물을 채운 돼지국밥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돼지국밥은 60~70년대 배고프고 힘들 때 여러 식구들이 나눠 먹기 위해 돼지고기 한 두 근에 물을 많이 붓고 끓여서 여럿이 나눠 먹던 애환이 깃든 음식이다.

그렇다면 음성 토종마을 돼지국밥도 충청도 농경문화에서 비롯된 음식이라 할 것이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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