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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
CBDC란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의 약어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라는 뜻이다. 쉽게 말하자만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실물 현금을 가상 현금, 즉 디지털화폐로 사용하자는 것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2025년 4월 1일부터 6월 30일까지 CBDC인 '프로젝트 한강'을 실거래 테스트 하고 있다.
사실 현재 자본시장은 이미 상당 부분 디지털화되어 있다. 과거 우리내 부모는 매월 말일이면 월급봉투와 함께 간식을 사들고 오셨다면, 지금 우리는 월급으로 실물 현금을 받아본 기억 자체가 없을 것이다. 단지 월급으로 추정되는 숫자를 마치 실제하는 돈인 것처럼 받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러한 숫자는 언제든지 시중 은행을 방문해 실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반면 CBDC는 이러한 실물을 전제하지 않고 디지털 그 자체로 돈이라고 하자는 것이다.
가령, A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쓰고 있는 내가 B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쓰고 있는 아내에게 송금을 하려면, 나는 A은행을 통해 B은행을 거쳐 아내에게 돈을 전달하는 과정(나 → A은행 → B은행 → 아내)을 거치게 된다. 그런데 내가 CBDC를 사용하면 A은행과 B은행을 거치지 않고 아내에게 돈을 송금하게 된다. 현실은 이미 실물 현금을 상당 부분 사용하지 않고 있으니, 굳이 실물 현금을 찍어내는 수고로움과 낭비를 막는 차원에서 CBDC는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통화정책일 수 있다.
특히 CBDC는 엄청난 정책 실현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가령, 국가가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이른바 취준생에게 지원금을 CBDC로 지급해 사용하게 하면, 취준생이 위 지원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였는지 일목요연한 통계를 확보할 수 있고, 이러한 통계에 기반하여 보다 유효적절한 지원 내지 정책 보완을 실천할 수 있다. 대전시에서 대전시민들에게 지역화폐를 디지털화폐로 지급하며 사용범위를 대전지역에 한정하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정책 실현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처럼 CBDC는 '효율'이라는 포기하기 아까운 엄청난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에 상응하는 엄청난 단점도 있다. '효율'의 이면에는 '통제'가 자리잡고 있다.
만약 내가 국가로부터 CBDC를 받아 사용할 경우, 내가 오늘 하루 어디서 몇 잔의 커피를 마시고, 어떤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하여 이동하였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국가는 애쓰지 않아도 내가 CBDC를 사용할 때마다 나에 대한 정보를 하나하나 누적해갈 수 있다. 심지어 국가는 내 디지털자산을 순간 동결시켜 나를 옴짝달싹 못 하게 해버릴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CBDC는 그 자체로 'Big Brother'일 수 있다(Big Brother is Watching You).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은 1949년에 '먼 미래인 1984년을 지배하고 있는 가상의 전체주의 독재 국가를 상정'한 「1984」란 제목의 소설을 출간했다. 위 소설에서 빅 브라더가 실제하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실제하는지도 모를 빅 브라더가 개인의 생활은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정신세계까지 빠짐없이 감시하고 독점해버린다.
우리는 이미 이런 빅 브라더의 세상 속에 살고 있고, 심지어 더 큰 빅 브라더의 세상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온전한 나이기 위해 철학을 갖추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승현 산군(山君) 법률사무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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