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마리한화’라는 용어, 과연 이대로 써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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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마리한화’라는 용어, 과연 이대로 써도 괜찮을까?

황의석(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센터장)

  • 승인 2025-04-24 15:52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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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은 신축구장 개장과 함께 한화 이글스의 2025 KBO리그 응원을 위한 기대와 열기가 어느 해보다 뜨겁다.

대전이 연고지인 한화 이글스를 열렬히 응원하는 팬들이, 경기장의 뜨거운 분위기와 자신들의 '중독된' 팬심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낸 신조어가 있는데 바로 '마리한화'라는 용어이다.

얼핏 보면 유쾌하고 재치 있는 신조어처럼 들리지만, 이 단어가 품고 있는 뿌리를 들여다보면 마냥 웃어넘길 수 없는 지점이 있다.

'마리한화'는 '마리화나'(대마초)와 '한화'를 결합한 표현이다. 즉, 마약에 취하듯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 취했다는 의미다. 이런 언어는 팬덤 안에서는 일종의 유희이자 소속감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사회 전반에서 이를 아무런 여과 없이 소비하고 확산시키는 현상은 우려스럽다. 마약은 대한민국에서 명백한 불법이며, 그 심각성과 위험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2024년 7월「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제8조의2에 의거하여 흔히 사용하던 '마약김밥' 용어도 청소년들에게 마약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심는다는 이유로 금지된 바가 있다. 그런데도 '마리화나'에서 파생된 단어가 익살스럽고 매력적인 팬심 표현으로 둔갑해 대중적으로 통용된다면, 이는 마약에 대한 경각심을 무디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표현이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뉴스 기사나 공공기관의 공식 SNS 계정에서도 인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언어라 할지라도, 사회적 책임이 따르는 공적 담론에서 이 단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언어는 그 자체로 의미를 형성하고, 현실을 규정짓는 힘을 가지기 때문이다.

한화 이글스 팬덤은 국내 야구계에서 손꼽히는 열정과 창의성을 가진 집단이다. '마리한화'라는 표현이 없더라도 이들의 응원 문화는 충분히 매력적이고 인상 깊다. 굴하지 않는 투지와 정신이 한화이글스를 상징하는 의미라면 '마리한화'라는 용어는 오히려 그 의미를 퇴색 시킬 수 있다. 팬덤 스스로가 한화이글스에 걸맞은 더 건강하고 긍정적인 언어를 창조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황의석(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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