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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한화'는 '마리화나(대마초)'와 '한화'를 결합한 신조어로, 마약에 취한 것처럼 한화의 경기에 빠져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열렬한 팬심을 유쾌하게 표현한 단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일부 언론과 콘텐츠 제작자들도 이를 인용하고 있다.
그러나 언어는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구성하는 힘을 지닌다. 문제는 이 표현이 단순한 놀이 문화를 넘어, 마약이라는 극단적 표현을 긍정적 이미지로 소비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팬 커뮤니티에서는 "오늘도 마약 제조 들어간다"는 말로 선수 라인업을 소개하거나, "이쯤 되면 중독이지"와 같은 표현으로 자신의 열정을 묘사하기도 한다. SNS에서는 '#마리한화 #중독야구 #마약구단' 등의 해시태그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유튜브 콘텐츠와 언론 기사 제목에서도 '중독 주의보', '마약 같은 경기력' 등의 표현이 사용되며, 마약이라는 단어가 '매력적이고 흥미로운 것'으로 이미지화되고 있다. 이는 언뜻 보면 유쾌한 팬 문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언어의 힘과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해보면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국립중독연구소(NIDA)는 중독 확산의 3대 환경 요인으로 접근성(Accessibility), 가용성(Availability), 수용성(Acceptability)을 강조한다. 물질 자체의 위험보다도, 그것이 얼마나 쉽게 접할 수 있고,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분위기가 조성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언어와 놀이문화는 사회적 수용성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리는 매개체다.
이러한 사례는 해외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미국에선 마리화나가 일부 합법화된 이후, 'Weed mom', 'Wake and bake'(일어나자마자 대마초를 피운다는 뜻) 같은 표현이 대중문화 속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마약이 더 이상 '범죄'가 아닌 '트렌드'로 인식되기도 한다. 영국에선 'Charlie'(코카인을 의미하는 은어)가 방송과 음악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며, 실제 청소년들의 약물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제로 이어졌고, 이에 대해 BBC와 The Guardian은 "언어가 중독을 무디게 만든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우리 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마리한화' 같은 표현은 팬심을 표현하는 창의적 언어로 시작되었지만, 마약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긍정적 이미지와 결합될 때, 대중의 무의식 속에 중독에 대한 경계심을 허무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지 팬덤의 언어가 아니라 공동체 전체의 인식에 영향을 주는 문화 코드가 되는 것이다.
한화 이글스의 팬들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열정적이고 독창적인 응원 문화를 만들어왔다. 그러나 그 열정이 진정한 가치를 가지려면, 표현 방식 역시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동반해야 한다. '마리한화'라는 단어 없이도 한화의 경기는 충분히 뜨겁고, 팬들의 응원은 충분히 인상적이다. 언어는 감정의 포장일 뿐 아니라, 행동을 유도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이제는 팬덤 스스로도 자신들의 언어가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때다.
황의석(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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