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우주경제 강국, '미션 이코노미'로 설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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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우주경제 강국, '미션 이코노미'로 설계할 때

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사업화실장

  • 승인 2025-04-24 14:01
  • 신문게재 2025-04-25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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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사업화실장
우주는 기술과 과학의 경연장이자 국가 전략과 산업경쟁이 동시에 작동하는 최첨단 영역이다. 우리나라는 누리호 발사 성공, 다누리의 달 궤도 진입과 임무 수행이라는 역사적 성과를 거두며 우주개발에서 높아진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또한 우주항공청이 출범하면서 정책과 제도의 큰 틀이 마련된 시점이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 없이는 세계 수준의 도약은 어렵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개념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마리아나 마추카토 교수가 제시한 '미션 이코노미(Mission Economy)'다. 그는 국가가 단순한 규제자나 시장 보완자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목표 지향적 혁신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아폴로 프로젝트다. 당시 미국 정부는 명확한 미션을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수많은 산·학·연이 공동 참여하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의 기술력도 함께 성장했고, 여기서 창출된 부가가치는 다양한 산업 분야로 확산됐다.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뉴스페이스가 강조되고 있지만 아직 민간 자체 수요와 투자가 부족하고 우주산업 생태계 형성이 미숙한 우리나라의 경우 '미션 이코노미' 개념은 특히 중요하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고위험·고비용·장기 투자의 우주개발에 있어서 아직 민간의 자발적 진입만으로는 혁신을 견인하기 어렵다. 동시에 정부 단독의 연구개발만으로는 산업화를 이루기 어렵다. 따라서 정부가 담대한 미션을 제시하고 이를 중심으로 공공과 민간, 학계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구조가 필요하다.

위성 분야는 그 출발점으로 적합하다. 기후 위기 대응, 재난감시, 통신 사각지대 해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임무 중심 위성개발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K-스타링크'와 같은 저궤도 위성 네트워크를 공공-민간 협력으로 개발해, 국방·재난·교육·원격진료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위성개발, 위성체 양산, 신호처리, 단말기 개발, 발사 서비스 수요 공급 등 수많은 중소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다. 발사체 분야에서도 재사용 발사체 개발과 같은 고난도 과제를 국가 주도 미션으로 설정하고, 민간과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위험 감수형 초기 투자자로, 민간은 상업화를 담당하는 이원적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 그 기반 위에서 발사장, 시험설비 인프라 개방 등을 통해 산업이 자립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탐사 분야는 이제 인류 공동의 과학적 탐구를 넘어 경제에 기여하는 영역으로 인식되고 있다. 달이나 화성 등에 단순히 가는 것 자체가 아니라, 달 자원 공동이용, 심우주 과학 탐사, 태양풍 경고 체계 등 인류가 함께 풀어야 할 미션에 우리나라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과학문화 확산, 인재 양성, 국제 협력에서 외교 자산 확보뿐만 아니라 미래 경제적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

결국 미션 이코노미는 "무엇을 위한 기술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기술개발과 산업정책, 사회적 가치가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전략이다. 정부가 우선 리스크를 감수하되, 보상은 사회 전체가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우주개발이 진정한 국가전략이라면, 단지 기술 성공의 나열이 아니라, 그것이 사회에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지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국형 아폴로 미션'이다. 산·학·연·관과 시민이 함께 목표를 공유하고, 그 성과를 함께 나누는 사회적 혁신의 구조. 그것이 한국이 우주경제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박정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술사업화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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