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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
학생들은 이제 포털 검색보다 AI에게 질문하는 것이 더 편한 시대에 살고 있다. 필자가 최근 영재교육원 특강에서 만난 중학생들 대부분이 AI를 적극 활용한다고 답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2024)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52.1%가 생성형 AI를 사용하고 있으며, 주로 정보 검색(3.93점)과 과제 수행(3.59점)에 활용하고 있었다. 이런 현실에서 교육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평가 패러다임의 변화일 것이다. "AI가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시대에 무엇을 평가해야 할까?"라는 질문은 교육계의 핵심 도전 중 하나로 생각된다. 그동안 전통적인 평가 방식은 '학생이 무엇을 아는가'에 집중했지만, 최근 여러 AI들이 사람을 능가하는 능력을 가지는 시대에는 이러한 평가 방법이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학생이 직접 쓴 글인지 AI의 도움을 받은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평가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미래 평가는 '결과물'보다 '과정'에, '지식'보다 '역량'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고, 그 결과를 어떻게 분석하며, 여러 정보를 어떻게 통합하는지의 과정이 중요한 것이다. 또한, 교실에서 실시간으로 문제 해결 과정을 관찰하고, 사고 과정을 설명하게 하는 평가가 더욱 가치 있을 것이다. AI가 생성한 글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할 수 있는 역량도 중요한 평가 요소가 될 수 있다.
다음으로 AI가 교실에서 공존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학생들이 AI에게 질문하고 정보를 재구성하는 과정은 중요한 학습 경험이며, 교사는 이를 안내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AI 답변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다른 정보와 교차 검증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순한 정보 소비자가 아닌 지식 생산자로서의 학생 역할을 강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AI가 교실에서 공존하는 것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차원을 넘어서 교육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우선 AI를 교육 현장에 도입할 때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처음에는 간단한 정보 검색이나 기초 자료 수집에 활용하고, 점차 복잡한 분석이나 활용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AI의 특성과 한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고, 이를 보완하는 인간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다.
교사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단순한 지식 전달자에서 학생들이 방대한 정보와 AI의 도움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지식 체계를 구축해 나가는 과정을 안내하는 조력자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교사에게 새로운 역량과 교수법 등을 요구하므로, 이를 위한 교사 교육과 연수 프로그램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사들은 AI 도구의 특성과 한계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를 교육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활용하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여기에 더해 학생들의 AI 사용을 단순히 감독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학습 기회를 포착하고 확장할 수 있는 교육적 민감성도 필요하다.
궁극적으로 AI와 공존하는 교실의 핵심은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이를 통해 어떻게 더 나은 교육을 실현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AI는 교사와 학생 사이의 상호작용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더 풍부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도구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교사는 AI가 할 수 없는 진정한 소통과 개별적 학습 지원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교육의 본질적 가치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김용성 충남대 사범대학 기술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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