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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첫째는 올해는 한일협정 60주년이다. 1965년 한일기본조약은 어민, 재일교민, 청구권, 문화재 등 4개 분야와 25개의 문서로 이뤄졌다.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어업권을 침범하는 일과 재일동포 참정권 문제, 위안부, 강제징용피해자의 청구권 등 협정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는 난제가 수두룩하지만, 문화재 반환도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당시 한국정부가 반환 요구한 4479점 중에 일본은 1432점만 인도했다. 그 중 오구라 다케노스케의 수집품 1030점이 포함됐지만 '사유물'이라는 이유로 반환을 거절했다. 그러면서 '합의의사록'에 '사유물은 한국에 기증하도록 일본정부는 권장한다.'고 했다. 이를 부속문서로 비준했다. 비준은 1965년 12월 양국이 체결함으로 국내법은 물론 국제법적 효력을 갖는다. 그러나 오구라컬렉션보존회가 1981년 국립 도쿄박물관에 기증할 때 일본정부는 한국정부에 먼저 기증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조용히' 양도받았다. 외교문서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1984년부터 지속적으로 오구라수집품의 반환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협정 체결 60주년인 올해 양국 발전의 디딤돌은 오구라 수집품의 자발적 기증으로 시작해야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외교문화적 역량을 동원하고 국제법적 조치는 물론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둘째는 서산 부석사 불상의 사례처럼 약탈품은 반드시 원상회복한다는 원칙의 확립이다. 대체 불가한 문화유산을 일반 물권처럼 '민법'을 적용하여 시효성립을 주장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원상회복 원칙에도 어긋난다. 새 정부는 외교적 수사에 갇히지 말고 단호하고 확고하게 법과 제도의 개선을 해야 한다.
셋째는 과거 전 세계가 경험한 피탈 문화유산의 원상회복을 위해 공공외교를 확대·강화하고 이를 수행할 국제기구를 설립하는 일이다. 현재 유엔가입국은 193개국이다. 대다수는 제2차 세계대전이후 독립한 식민경험국이다. 전쟁과 식민지를 경유한 역사에서 문화재 피탈은 공통적인 사례이다. 21세기 이후 국제사회는 이를 원상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은 식민과 전쟁을 겪음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원상회복에 있어 다른 나라의 모범이 되고 있다. 민관의 풍부한 경험과 결실은 선례가 되어 확산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국제협력단(KOICA) 등의 지원사업에 저개발국의 문화유산 원상회복을 돕고 전담할 유엔 산하 국제기구를 설립함으로 공공외교 영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KOICA의 연간 예산이 2조원이 넘는다는 점에서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넷째는 미래 세대에게 문화유산의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수준을 높혀야 한다. 2022년부터 청소년 문화유산 실감교육을 실시하면서 확인한 점은 교육 기회 격차가 너무 심하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박물관끼리의 교류협력으로 소장품 양극화를 해소해야 한다. 서울 박물관은 소장품의 10%도 전시하지 않고 수장고 가두고 있지만 지방 박물관은 단 1점도 없는 경우가 있다. 무엇보다 국립박물관은 조선총독부의 '적산'을 인수한 후 고향으로 돌려보내지 않은 유산의 환지 본처가 실행되어야 한다. 우리 안의 약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타국에서의 '반환'을 촉진할 수 없다. 또한 수장고 가득 쌓아놓은 유물을 공개하고 청소년 교육에 활용함으로 감수성을 향상하고 향유권을 증대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의 혁신이 필요하다.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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