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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새 대통령을 선출해야 할 6월 대선이 예정됐고, 정치권에서는 당내 경선 상황을 포함해 예비 후보자들의 소식이 신문을 가득 채운다. 작년 12월 이후 4월 현재까지 리더가 부재했던 대한민국이 직면했던, 그리고 6월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돼 우선 대응이 필요한 사안들을 살펴보자. 먼저, 의대 증원에 따른 의대생 수업 거부, 전공의 미복귀 등을 포함한 교육, 의료계 문제는 정부가 한발 물러나 2026년도 의대 증원을 철회해도 해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2~3년 이상 이런 상황이라면 의료시스템 붕괴를 걱정하는 우려 의견도 많다. 또, 국제적으로는 트럼프 집권2기가 되면서 관세 전쟁에 대한 대비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수출을 국가 경제의 주된 동력원이라는 것과 악화된 국내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이 역시 실기(失期)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외에도 지난 몇 개월간은 유난히 사건·사고도 많았다. 무안공항에서는 여객기 사고로 179명이 희생됐고, 100일이 지난 지금도 지역적 조류 출현 상황이나 항공기 결함, 공항의 활주로 길이 및 콘크리트 둔덕 등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미발표상태이다. 올해 11주기를 맞는 세월호 사고가 생각나는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3월에는 전국적으로 산불이 일어났다. 이전에도 산불로 문화재를 잃는 적이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전국적으로 장기간 많은 피해를 낸 적은 없었다. 수차례 본 칼럼에서도 언급됐지만 기후 변화 대응을 극구 반대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산불을 주지사의 몫이라고 떠넘겼다(?)던데, 우리 정부는 산불의 직·간접적인 원인으로 기후변화라고 하면서도 40년 넘은 구식 소방헬기를 임차해 쓰다가 사고를 만든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됐던 '폭싹 속았수다' 라는 드라마가 있다. 필자를 포함한 주위에 이 드라마로 눈물을 쏟았다는 지인들이 많다. 탄탄한 스토리에 배우들의 연기력도 돋보였고, 제주도를 배경으로 유채꽃밭뿐만 아니라 당시의 선거 포스터와 같은 소품 디테일, 석양의 제주바다 등 미장센도 한몫했지만, 그런 것들로 불러낸 그 시대를 살아 낸 사람들의 감흥이 더 크지 않았을까? 거기에 그 시대를 살았던 내가 겪을 법한 애처로운 상황에서 내가 못했으나 하고 싶었던, 혹은 듣고 싶었던 대사에 눈물이 나올 수밖에…. 다소 아쉬움이 있다면, 제주 주민들에게 그 당시는 4.3항쟁은 잊혀질 수 없는 사건인데, 극중에서 다루지 못한 것은 주제가 너무 무거웠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는 김에 소설 하나 더 소개한다. 성해나 작가의 '혼모노' 라는 책이다. 혼모노라는 일본어는 한자로 본물(本物)이라 쓰고, 가짜가 아닌 진짜라는 뜻이다. 가짜, 짝퉁은 니세모노(僞物)라고 한다. 책 제목을 일본어로 붙인 이유 해석은 독자의 몫이겠다. 단편 7개로 구성된 소설집에는 신기(神氣)를 잃은 중년의 박수무당 이야기로부터 무속뿐만 아니라 예술, 인성, 관념 등에 관한 진짜와 짝퉁의 경계에 대한 물음들이 젊은 여류 작가의 '예리한 발톱에 낚인 문장'들로 제시됐다. 이 작가는 인터뷰에서 '거짓일지라도 다수가 믿으면 진실이 되는 현 시대상'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의 감성을 자극해 눈물을 쏟게 하는 드라마는 허구(짝퉁, 니세모노)라는 것을 알지만, 드라마의 스토리나 연기력, 배경에 감동하고 자신에게 투영되면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몇 년 전 영화에서 "뭣이 중헌디?!"라는 대사가 유행했었다. 우리는 대통령을 두 번이나 탄핵한 경험을 가진 민주시민으로 진짜, 가짜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은 가지고 있는 걸까? 그리고 그것이 비단 대통령 선택만의 문제이겠는가? 정계, 의료계를 포함, 거의 모든 사건, 사고에는 개인이나 집단의 이기심들이 깔려 있는데, 모두들 자신은 혼모노라고 한다면 너무 나간 걸까?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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