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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진 교수 |
지난 수개월 동안의 혼란과 불확실의 정국 속에서 온 국민이 확인한 것은 우리 사회의 정치적 양극화와 극한적 진영 대치의 양상이다. 차기 대통령이 선거 이후에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분열을 치유하고 갈등을 해소해 통합과 화해의 공동체를 다시 세우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 각 당의 후보들이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공약과 정책을 분야별로 주문해본다.
정치적으로는 먼저 제왕적 대통령제로 그 취약성이 드러난 민주주의 체제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동안의 정쟁과 대립을 극복하고 상생과 협치의 정치를 추구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국가적으로 중요한 정책 결정 과정에서 시민참여형 숙의 민주주의를 확대해 주요 의제에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으로 성장의 이익이 소수에 집중되지 않고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정책 보완이 절실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생태계를 구축하고 수도권과 지방간의 균형 성장을 유도할 수 있는 구체적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청년과 경력단절자, 취약 계층과 장애인 등을 위한 맞춤형 창업과 고용 지원을 통해 포용적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적으로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가 더 이상 확대되지 않도록 규제하고 다양성과 평등, 공존의 가치를 추구하는 포용과 통합의 사회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 특히 여성, 이주민, 장애인, 성 소수자 등에 대한 편견과 배제가 아니라 이해와 존중의 가치를 확대하기 위한 구체적 제도와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가 서로의 차이와 다양성을 존중할 때 비로소 더 건강하고 튼튼한 공동체가 된다.
교육은 공정한 출발선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기회다. 지역과 계층에 따른 교육 격차를 줄이고, 아이들이 자신과 타인의 다름을 이해하며 성장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학교는 경쟁이 아닌 공존의 배움터여야 하며,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교육의 변화는 곧 사회의 변화를 이끈다.
노동 정책 역시 배제보다는 존중의 가치를 중심에 두어야 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노력과 함께, 플랫폼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프리랜서 등 다양한 노동 형태에 걸맞은 권리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노동은 단지 생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존엄을 지키는 기본 권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의 진정한 리더십은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다름 속에서 조화를 찾고, 상처 입은 사회를 치유하는 데서 시작된다. 차기 대통령 후보들은 과거의 분열을 넘어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이 존중받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약속해야 한다.
대통령 후보의 공약은 단지 선거의 일시적 도구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만들어갈 내일의 얼굴이다. 지금 이 땅에 필요한 것은 분열이 아닌 연대와 협력, 배제가 아닌 공존과 포용, 대립이 아닌 인정과 존중이다. 새로운 대통령은 국민의 아픔과 기대를 함께 공감하며, 희망과 포용의 정치를 통해 이 시대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다시 밝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을 이끌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가장 소중한 희망일 것이다. /박양진 충남대학교 고고학과 교수, 대전충남 민언련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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