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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세종연구원은 지난해 '대전 농수로 내 동물피해 방지를 위한 기초연구'를 통해 지역 농수로의 생태계 영향에 대한 첫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유성구 세동과 서구 기성동 동구 상서동 등 자연생태계가 보전되면서 전통적인 마을이 형성된 곳에 설치된 농수로 총 15.8㎞에 야생동물 탈출을 위한 생태측구가 얼마나 설치됐는지 파악한 것이다. 조사 결과, 서구 농수로 중에서 2곳 그리고 동구와 유성구의 농수로에서 각각 1곳씩 총 4곳에 불과했다. 이들 농수로에서 4월과 6월 각각 야생동물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농수로에 빠져 폐사한 옴개구리, 참개구리, 무당개구리, 도룡뇽, 유혈목이, 무자치 등 총 6종이 발견됐고, 이들 중 참개구리와 논우렁이, 조개류 등은 폐사한 채 발견됐다. 농수로는 폭이 50㎝~8m까지 다양하고 깊이는 짧게는 40㎝에서 보통 1m 이상으로, 콘크리트로 조성된 수직의 직강화된 수로가 가장 많았다. 이들 농수로는 자연형태의 하천에 비해 유속이 빠르고 홍수 위험은 줄일 수 있으나, 빠른 유속으로 하천에 유량을 유지하기 어려워 쉽게 메마른다. 깊이가 깊어 수로에 빠진 야생동물의 탈출은 불가능하다. 콘크리트 농수로에 빠진 야생동물이 중간에 탈출 가능하려면 측면에 완만한 경사로를 놓거나 계단으로 생태측구를 놓아야 하나 대전 전체 농수로 중 이런 탈출구는 단 4곳 뿐으로 거의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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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에서도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콘크리트 농수로가 생태계를 단절하고 위협하는 위험한 인공시설물로 보고 직접 농수로마다 탈출구를 놓고 있다. 대전충남녹색연합은 높이 2m에 이르는 동구 세천유원지 보 시설물 경사면에 나일론(호일) 매트를 깔아 개구리가 네 발로 짚고 건널 수 있도록 조치하고, 방동저수지에 두꺼비 로드킬 방지 생태이동로를 유성구청과 함께 조성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은 지역 농수로와 수중보 30개 지점에 개구리 탈출용 사다리를 설치하는 중으로 온라인으로 사업비를 모금하고 있다.
대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수로와 보 시설물은 너무 높아 개구리들이 올라갈 수 없어 사다리조차 놓지 않으면 점점 멸종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며 "시민 제보를 받아 주요 30개 지점에 탈출 사다리를 놓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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