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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용 한남대 교수 |
지역 창업의 가장 큰 장점은 지역 특성을 기반으로 한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 자연환경, 산업 기반을 활용한 창업은 전국 단위의 획일화된 비즈니스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제주의 청정 환경을 활용한 웰니스 스타트업, 전통 공예 도시의 문화 콘텐츠 기업, 항만 도시의 물류 혁신 비즈니스 등이 좋은 예다.
또한 지역 창업은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창업 비용이라는 이점이 있다. 사무실 임대료, 생활비 등 고정 비용 부담이 적어 초기 창업가들에게는 자금 효율성 측면에서 큰 이점이 될 수 있다. 이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방식으로 작게 시작해 점진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나 지역 창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인재 확보의 어려움이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한다. 전문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어 지역 스타트업들은 핵심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투자 생태계, 멘토링 시스템, 네트워킹 기회 등 창업 인프라의 부족도 큰 과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대학, 기업,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지역 창업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지자체는 창업 공간 제공, 규제 샌드박스 도입 등 기본 인프라를 조성하고, 지역 대학은 창업 교육과 연구 개발을 통해 인재 양성의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 기반 중견·대기업은 개방형혁신(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과의 협력 모델을 발굴하고, 시민들은 적극적인 참여와 소비로 지역 창업을 지원할 수 있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하이브리드 창업생태계' 구축도 중요하다. 물리적 제약을 넘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도권의 투자자, 멘토, 협력사들과 연결되는 네트워킹 채널을 구축하고, 지역 간 창업생태계를 연결하는 것이다. 이는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면서도 지역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균형점이 될 수 있다.
대전, 세종, 충청 지역의 창업 생태계도 눈에 띄게 변화하고 있다. 기존의 중소기업 및 벤처창업 이외에 다양한 형태와 성격의 창업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 지자체와 자치구의 노력, 민간 액셀러레이터들의 성장이 서로 연계되며 창업생태계의 토대가 점차 단단해지고 있다.
중소벤처 창업의 시대에서 스타트업 창업의 시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지역특화 산업의 미래가치가 높은 기술 스타트업 육성은 물론이고, 1인창조기업, 대학생기업, 콘텐츠기업, 사회적경제기업, 여성기업 등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창업기업들은 특히 정부지원사업을 통해 많이 발굴되고 있으며, 기술스타트업과 비교하면 기술기반보다는 아이디어와 사회문제해결 위주라는 특성이 있고, 자영업과 비교하면 매장 및 기존 아이템보다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한 시제품 개발 위주라는 특징을 보인다.
지역 창업 활성화는 단순한 창업 숫자의 증가가 아닌, 지속가능한 지역 경제 생태계 구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러나 지역 창업의 또 다른 중요한 가치는 지역민에 의한, 지역민의 문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그리고 지역민이 주체로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경제활동의 창출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디지털 시대, 장소의 제약이 점차 사라지는 지금이야말로 지역 기반 창업의 새로운 기회다. 작지만 혁신적인 소기업들이 지역의 고유한 가치와 현대 기술을 융합함으로써, 우리는 더 균형 있고 다양성 넘치는 창업생태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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