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어두운 도로 위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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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어두운 도로 위 빌런

권선민 한국도로교통공단 대전·세종·충남지부 안전교육부 부장

  • 승인 2025-04-16 10:12
  • 신문게재 2025-04-17 18면
  • 심효준 기자심효준 기자
권선민 부장님 사진
권선민 부장
전쟁영화 중 1944년 6월 6일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있었던 노르망디 상륙 작전에 대한 매우 사실적인 묘사로 유명한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가 있다. 이 영화는 노르망디 상륙장면을 아주 사실적으로 나타내서 실제 작전에 참가했던 참전용사들이 이 영화를 본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재발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전쟁에 참여한 4형제 중 생존한 막내인 제임스 라이언 일병을 찾아 집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전장을 누비는 한 부대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전쟁에 참전한 라이언 가의 4형제 중 3형제는 이미 모두 전사한 상태였다.

이 영화는 보는 내내 전쟁을 표현한 영상미에 참혹함을 느끼게 되고, 1명을 찾기 위해 8명의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임무의 당위성에 대해 생각이 깊어지게 된다. 영화 후반부에 전투를 무서워하는 군인이 등장하며 발생하는 상황을 보고서는 저절로 이가 악물어졌던 기억이 있다. 전투를 무서워해 위험에 처한 동료를 돕지 못하고 결국 그 동료가 적군에게 죽게 되는 상황이다.



영화에서 동료를 돕기 위한 행동을 못 하는 장면을 보면서, 운전 중에도 해야 할 조치를 하지 않아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을 생각해 본다. 밤중에 운전하면서 조명을 켜지 않아 뒤에서 진행하는 차가 앞차의 존재를 알지 못해 추돌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른바 스텔스 차량으로 표현되는 차량에 관해서이다.

운전자는 주변이 어두울 경우 전방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도록 전조등을 켜는데, 이 조작은 전방의 상황을 관찰할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후미등이 켜지며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에 내 존재를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전조등이 켜지지 않으면 후미등도 켜지지 않아 뒤에서 따라오는 차량은 앞차의 존재를 알 수 없거나 뒤늦게 알게 되어 앞차와의 충돌을 피하기에는 늦어버린 상황이 될 수 있다.



자동차의 후미등을 켜지 않고 주행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 정도로 추측할 수 있다. 첫째는 후미등 전구의 고장, 둘째는 도심에서 도로 옆 가로등이나 주변 건물에서 비춰지는 불빛으로 전방의 시야가 확보되어 전조등 켜는 것을 잊은 경우, 셋째는 자동차의 안전 규정에 대한 법률에서 차량의 시동이 켜진 상태에서는 낮에도 켜지는 주간주행등 장착 의무화가 2014년 6월에 시행되면서 주간주행등의 불빛으로 어느 정도의 전방상황 관찰이 가능하기에 전조등 켜는 것을 잊어버린 상황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야간에 운행 중인 자동차의 후미등이 점등되지 않아 발생하였던 사고의 한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2015년 초 서해안고속도로에서 앞서 진행하던 덤프트럭을 뒤따르던 승용차가 추돌하여 승용차 운전자가 사망한 사고였다. 고속도로 주변은 산간 무인지대여서 주변의 조명이 없는 상태이고, 가로등과 주변 차량에 의한 조명도 없는 상황에서, 2차로로 시속 75㎞의 속도로 앞서가던 덤프트럭의 뒷부분을 시속 131㎞로 뒤따라 진행하던 승용차가 추돌한 사고였는데, 덤프트럭 뒷부분의 모든 등화가 꺼져있던 상황이었다. 이 사고에 대하여 처음에는 단순한 추돌사고로 처리되는 듯하였으나, 민사항소 재판까지 열리며 결국 과실비율이 50대 50으로 결정되어 마무리되었다. 만일 후속하던 승용차가 당시 규정 속도를 지키고 있었다면 선행하던 덤프트럭의 과실이 더 크게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전조등은 운전자 자신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고, 후미등은 뒤따라오는 다른 차량에 앞서가는 차량이 있음을 알려주기 위한 것이다. 전쟁에서 동료 전우의 안전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처럼, 일상운전에서도 다른 운전자의 안전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이러한 배려가 없는 운전자는 도로 위의 악당 즉 빌런이 아닐까 한다. /권선민 한국도로교통공단 대전·세종·충남지부 안전교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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