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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라운지 46에서 바라본 행복도시와 정부세종청사 전경. 사진=이희택 기자. |
'세종시=행정수도' 담론이 이번에도 암초를 만나 좌초되는 역사에 놓일 것인가. 아니면 거스를 수 없는 역사적 대의로 자리매김할 것인가.
수도권 초집중·과밀과 국가 불균형, 지방소멸·고령화·저출산이란 국가·시대적 위기 요소를 고려하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임에 틀림없다. 내 고향 지방의 성장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수도권 주민 다수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다시 등장한 '행정수도론'이 여·야 정치권의 선거 전략 꼼수, 수도권 기득권 세력의 끊임없는 저항과 방해 공작에 또 다시 좌초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 상황부터 살펴보면, 개헌 논의는 또 다시 2026년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졌다. 불가피한 현실로 다가오나 차기 정권이 힘 있는 추진 동력을 확보할 지는 미지수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진짜 수도', '국회 세종의사당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을 내건 국민의힘, 최근 '대통령실의 완전한 세종시 이전'과 '신행정수도특별법 재심' 의제를 꺼내든 더불어민주당이 진정성 있는 행보와 강한 실행 의지를 내보일지도 지켜봐야 한다.
벌써부터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선 여·야를 막론하고 '청와대 유턴론'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2012년 정부세종청사 1동에 이미 마련된 '귀빈(VIP)집무실', 2023년 중앙동 10층에 설계된 '임시 집무실'이 있음에도 논외로 치부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세종 집무 확대 약속도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이에 더해 수도권 기득권 세력은 벌써부터 수도권 토착 중앙언론을 등에 업고, 교묘한 세종시 흠집 내기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 방식은 '집값 급상승' '요동치는 부동산 시장' 등의 자극적 기사 양산으로 통한다.
진짜 심각한 부동산 시장은 1970년대 강남 개발로 시작된 서울 수도권에 있음에도 화살을 엉뚱한 곳으로 쏘고 있다.
2025년 1월 1일부터 4월 4일 윤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전·후 부동산 실거래 현황만 봐도, 손 볼 곳은 바로 수도권이다. 오히려 '수도권의 미친 집값 언제까지?' '청년들이 영끌해도 평생 수도권 집 한 채 어렵다' 등의 기사가 대선 국면에서 쏟아져야 정상이지 않을까.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을 보면, 서울시는 이 기간 1만 8803건의 거래건수를 기록했고 세종시는 1652건으로 이의 8.7%를 차지했다. 4월 4일 탄핵 인용 이후 12일 거래건수는 190건으로 올해 전체 건수의 11%를 점유했다. 올해 12일 간격 기준 추이보다 2~3건 더 늘었을 뿐이다.
84㎡의 평균 거래가격은 서울이 14억 3454만 원, 세종이 5억 4276만 원으로 1/3 수준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59㎡ 평균가인 서울 10억 7906만 원보다도 1/2 수준에 그쳤다. 세종시의 59㎡ 평균가는 이 기간 3억 9337만 원으로 확인됐다.
최고 거래가 기준으론 더욱 심각한 격차를 보여줬다. 서울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84㎡(22층)가 53억 원을 찍었고, 59㎡ 원베일리(29층)도 40억 5000만 원에 달했다.
이에 반해 세종시의 84㎡ 최고가는 나성동 나릿재마을 2단지가 탄핵 이전인 3월 3일 11억 8500만 원으로 거래를 마쳤고, 이는 서울의 59㎡ 최고가의 1/4 수준으로 파악됐다. 59㎡ 최고가는 해밀마을 1단지와 호려울마을 1단지 각 1세대와 새뜸마을 10단지 2세대가 지난 2~4월 사이 6억 원 초반으로 최근 분양한 합강동(5-1생활권) 최고가 수준으로 나타났다.
지역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세종시는 2021년 전·후 서울과 똑같은 부동산 규제, 특공 전면 폐지란 견제구를 맞고, 지난 4년 간 암흑기를 거쳐왔다"라며 "올해 1월 합강동 분양이 재개의 신호탄이었는데, 분양가가 너무 올라 시장 반응도 신통치 않았다. 최근 수도권 언론의 주요 보도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3월 매매 실거래 물량이 202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건 사실이나 급매물들이 소진된 정도다. 매매가격도 호가에서 2000~3000만 원 조정되다가 정상 거래되는 수준"이라며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는 경우도 있으나 매매가격이 급등하거나 하진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세종=이희택 기자 press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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