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룡다문화] 천 년을 걷다: 공항에서 만난 역사

  • 다문화신문
  • 계룡

[계룡다문화] 천 년을 걷다: 공항에서 만난 역사

  • 승인 2025-05-06 11:29
  • 신문게재 2024-11-10 6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당리 -1 (1)
여러분은 공항 하면 보통 무엇이 떠오르는가? 면세점, 카페, 레스토랑, 놀이 공간… 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올해 고향인 중국 서안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 우연히도 서안의 새롭게 건설된 T5 국제 터미널 개방과 맞닥뜨렸다. 공항의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 거대한 귀여운 판다가 환영하듯 자리하고 있었다. 그 환한 미소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웅장한 당나라풍의 건축물이 공항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곳은 과연 어떤 공간일까?



당리 -3 (2)
서안은 고대에 장안이라 불리며, 서주 시대부터 당나라까지 무려 13개 왕조가 이곳을 수도로 삼았다. 그 역사는 1,100년을 훌쩍 넘어, 중국 역사에서 가장 오랜 기간 수도의 역할을 했으며, 문명과 문화의 중심지로서 깊은 영향을 미친 도시 중 하나이다.

이렇듯 유서 깊은 역사를 품은 서안에서 2020년 12월 공항 확장 공사가 시작되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발굴 작업이 진행될수록 땅속에 숨겨져 있던 과거가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나기 시작했다. 고고학자들은 연이어 4,093기의 고분을 발견했고, 그 안에서 2만여 점에 달하는 유물이 출토되었다. 이는 고고학계에 커다란 흥분을 안겨주었지만, 동시에 공항 확장 사업에는 전례 없는 난관으로 작용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할까? 유물을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까, 아니면 유적을 피해 공사를 진행해야 할까? 두 가지 선택지 모두 쉽지 않은 고민이었다.

고민 끝에, 고고학자들과 건설자들은 혁신적인 결정을 내렸다. 바로, T5 터미널 내부에 박물관을 세우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공항 확장 공사는 예정대로 진행하면서도, 소중한 역사 유산을 원형 그대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하여, 세계 최초로 공항 안에 자리 잡은 박물관이 탄생하게 되었다!

당리-2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분주한 공항 1층 로비를 지나 고요한 2층 박물관으로 올라서는 순간, 마치 시간을 거슬러 천 년을 뛰어넘고, 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북주 시대의 동로마 황금 주화, 수나라의 채색된 낙타 조각, 당 왕조 관리들이 궁정을 오가며 사용했던 어부(魚符)까지 그 모든 유물 속에서 역사는 조용히 흐르고, 과거의 숨결이 은은히 전해져 온다.

박물관을 나서는 순간, 또 다른 묘한 감각이 스며든다. 천년 전, 서안은 실크로드의 출발점이었기에 상인들의 대상이 끊임없이 오가며, 낙타들은 비단과 향료, 도자기를 싣고 머나먼 길을 걸었다. 그리고 오늘날, 붐비는 공항 안에서 누군가는 먼 곳을 향해 떠나고, 또 누군가는 이곳으로 돌아온다.

고대와 현대가 이곳에서 신비롭게 어우러지고, 시간과 공간이 이 순간 찬란하게 교차하고 있다.
당리 명예기자(중국)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4.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5.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헤드라인 뉴스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李 "내년 지선 때 대전 충남 통합 단체장 뽑아야"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대전 충남 통합과 관련 "다가오는 지방선거에 통합된 자치단체의 새로운 장을 뽑을 수 있게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질적이고 실효적인 행정 조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대전 충남 의원들과 가진 오찬에서 "수도권 과밀화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시·도간) 통합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최대 이슈로 떠오른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국정 최고책임자가 사실상 전폭 지원사격을 약속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 성료… 퀴즈왕 주인공은?

청양 목면초등학교 4학년 김가율 학생이 2025 충남 재난 안전 퀴즈왕에 등극했다. 충청남도, 중도일보가 주최하고, 충남교육청, 충남경찰청이 후원한 '2025 도전! 충청남도 재난 안전 골든벨'이 18일 예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렸다. 이번 골든벨은 충남 15개 시군 퀴즈왕에 등극한 학생 및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이 모여 충남 퀴즈왕에 도전하는 자리로, 272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행사엔 전형식 충남도 정무부지사, 남도현 충남교육청 기획국장, 김택중 예산부군수,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 최재헌 중도일보 내포본부장 등이 참석해 퀴즈왕..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