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다문화] 공주칼국수, 한 그릇 하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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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다문화] 공주칼국수, 한 그릇 하실래요?

  • 승인 2025-05-06 11:31
  • 신문게재 2024-11-10 12면
  • 충남다문화뉴스 기자충남다문화뉴스 기자
[5-7] 박진희 기자_칼국수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무얼까? 열 손가락을 몇 날 며칠 놀린들 차고 넘치는 산해진미(山海珍味)를 어찌 헤아릴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중 한 가지만을 꼽기란 쉽지 않지만, 맛있는 음식에는 간단한 공식이 성립한다. 제철에 난 재료를 현지에서 공수해 바로 만들어 먹는 요리야말로 부정할 수 없는 별미다. 그렇다 보니, 나라마다 지역마다 한 나라 혹은 한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

공주에는 '공주칼국수'가 있다. 칼국수는 밀가루처럼 찰기가 있는 곡물을 가루 내 반죽한 후 얇게 밀어 칼로 썬 다음 맑은장국에 넣고 끓인 음식이다. 면을 따로 삶지 않고 끓는 육수에 넣어 익히며, 감자나 애호박을 함께 넣어 끓이는 것이 일반적인 조리법이다.



'진가루'라 불리며 귀한 대접받던 밀가루가 흔해지면서 칼국수는 서민 음식으로 대표되었다. 계절에 상관없이 여타 식재료를 구하기 쉬워지면서 팥칼국수, 해물칼국수, 들깨칼국수 등 종류도 다양해졌다.

[5-7]박진희 기자_고추다대기
공주칼국수의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육지에서 자라는 동물 뼈로 육수를 낸다는 점이다. 두 번째 특징은 굴(石花)이 듬뿍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삭힌 고추를 양념장으로 낸다는 점을 특징으로 들 수 있다. 일반 칼국수는 밀이 생산되는 여름에 주로 먹지만, 공주칼국수는 가을부터 겨울에 먹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이 시기에 굴의 영양가가 높아지고 맛도 좋기 때문이다. 유럽 등지에서 '바다에서 나는 우유'라고 불리며 비싼 대접받는 굴이 바다가 없는 공주에서 칼국수 재료로 아낌없이 사용될 수 있던 건 큰 시장과 금강(錦江)이 있어서 가능했다. 바다에서 채취한 신선한 굴을 공주 포구까지 배로 실어 나를 수 있었고, 인구밀도가 높고 유동 인구가 많았던 공주는 지극히 매력적인 소비처였다. 그 위에 큰 우시장이 형성된 점과 강도 높은 노동을 하는 이들의 입맛에 맞춰 칼칼한 맛이 가미되면서 공주칼국수는 지역의 맛을 상징하는 먹거리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1995년 이후 발행된 문헌에 의하면 공주칼국수는 사골과 양지머리로 우려낸 육수를 낸다. 고명으로 다진 쇠고기와 채를 썬 표고버섯, 고춧가루로 양념한 파를 얹고 양념장을 곁들이는 것으로 적고 있다. 고급 식재료를 쓰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지만,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칼국수와 별반 다르지 않다. 산업의 변화와 함께 수로(水路) 대신 철도 수송이 보편화되고, 일자리를 찾아 타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인구가 급증하면서 공주칼국수는 점차 먼 추억 속으로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 공주의 그 옛날 애달픈 세월을 치대어 가며.
박진희 명예기자(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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