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국의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품목별 관세 조치로 인해 대미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항에서 수출 대기중인 자동차 모습. /연합뉴스 제공 |
14일 대전시와 지역 경제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대미 수출 1위 품목은 자동차로 347억 달러를 수출했다. 자동차 부품도 82억 달러의 수출실적을 거두며 역대급 성장을 거듭했다. 이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세 번째로 자동차(부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자동차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생산량 감축은 물론 협력업체 발주물량 감소, 매출 하락 등으로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시가 자체 집계한 '2023년 사업체 조사'를 보면 지역 내 자동차 부품업체는 130개사(신품·재생품 포함), 근로자 수는 2284명에 달한다.
특히 대덕구 대덕산업단지 내에 입주한 부품기업들을 중심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글로벌 2위 자동차 열관리시스템 제조사 한온시스템은 현대자동차그룹과 쉐보레(GM대우)를 비롯해 미국의 3대 완성차 기업인 스텔란티스 등에 납품하고 있다. 전기차 케즘 여파로 세계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절반가량으로 감소했고, 여기에 이번 미국 관세 조치로 이중고를 맞았다.
수익성이 줄자 지난해 회사를 인수한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과 글로벌 전략 재편을 언급했다. 이로 인해 근로자들은 고용 불안 등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은 세계 완성차 제조공장 50여 곳에서 맞춤 생산하고 있는데, 최근 몇몇 공장이 가동을 멈춰 이를 두고 언급한 것"이라며 "이들 업체에 대한 구조개선일 뿐, 국내 직원들에 대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 차량용 화스너(Fastener·고정핀) 및 볼트 전문생산 기업인 진합도 사정은 녹록지 않다. 완성차 생산 감소가 부품 납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서다. 진합 관계자는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자동차 업계 전반적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구체적인 현황은 기밀로 말할 수 없는 상황을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타이어 제조기업인 한국타이어는 미국 테네시 현지공장 증설을 통해 관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타이어는 2017년 미 테네시주에 타이어 생산공장을 세운 뒤 연간 55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테네시 2단계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 본격적인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2단계 공장이 가동되면 현지에서 연간 1200만개의 타이어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현재 국내 생산량의 10%가량인 300만 개(교체용 타이어 기준)를 미국으로 수출 중인 것으로 알려져, 고율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선 제3의 수출국을 찾아야 한다는 과제도 남아있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테네시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하게 되면 연간 미국 내 총 생산량이 약 1200만 개로 늘어나게 된다"면서 "공급망 측면에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나마 완성차 업계의 일명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가격 조정 요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전·세종중기청 수출지원센터 관계자는 "관세 애로신고센터를 운영한 지 2개월이 다가오고 있지만 (업체들의) 신고 건수가 8~9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수시로 관세 정책을 바꾸다 보니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줄이는 등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센터가 수출 다변화 컨설팅을 비롯해 지역 업체들의 수출 판로 확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관세피해 발생 시 즉시 신고를 해줄 것"을 당부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