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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의 교원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 내용. /교육부 제공 |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학생들의 안전 이슈로 휴대전화 내 자녀 보호앱 설치가 늘며 '불법 도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앱은 안전사고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교사들의 교내 교육 활동을 침해할 수 있어 사회적 논의를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앱은 GPS 기반 실시간 위치 추적, 긴급 SOS 알림 뿐 아니라 주변소리 듣기 기능까지 탑재돼 자녀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 대전 초등생 사망사건 때도 부모가 자녀 보호앱을 통해 전달된 주변 소리를 듣고 아이가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한 바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호소한다. 지역의 한 학부모는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맞벌이 가정이라 걱정되는 마음에 앱을 유료 결제해 이용 중"이라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도 아이 상태를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어 불안감이 조금 덜어지기도 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몰래 녹음'은 교권침해 문제로 논란이 큰 사안이다. 자녀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앱은 순기능 외에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나 학원에서는 교사 활동을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교육부는 2023년 8월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교원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지침을 고시로 마련하고, 교원이 수업방해 물품을 분리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원칙을 지키는 않는 학생에 주의를 주고, 불응할 땐 휴대전화를 분리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마다 휴대전화 관리지침이 제각각 운영 돼 교사가 전원을 끄게 하거나 걷어서 보관하는 등 재량껏 지도 관리하는 실정이다. 지역의 한 학교는 전원을 끄는 것을 권고하지만 강제할 순 없어 구두 전달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실 내에서의 수업 내용이 외부에 노출 될 땐 교육활동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앱을 통해 언제 어떻게 소리가 전달될지 몰라 학부모가 상황을 왜곡되게 인지할 수 있다고 교사들은 설명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특정상황 주변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는 방식은 구성원 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불법도청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기에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명확한 앱 사용지침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수업 내용을 촬영하거나 녹음하는 행위가 금지된 상황으로, 불법 도청은 교사의 수업권 침해와 더불어 교실 공간에 있는 학생들의 사생활 유출 우려도 크다"며 "학생 평가와 관련한 기밀 유출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사회적 논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지 기자 lalaej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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