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자녀 보호앱 '도청 걱정'… "사회적 논의 통해 대책을"

  • 사회/교육
  • 사건/사고

교사들 자녀 보호앱 '도청 걱정'… "사회적 논의 통해 대책을"

'주변소리 듣기 기능' 등 이용 늘어
교실 내 수업내용 외부 유출 '문제'
교육활동 족쇄… 구성원 갈등 우려

  • 승인 2025-04-13 17:44
  • 수정 2025-04-13 19:20
  • 신문게재 2025-04-14 6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교육부 고시
교육부의 교원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안 내용. /교육부 제공
# 지역 아동센터에 근무하는 A 씨는 얼마 전 난감한 경험을 했다. 같은 단원을 공부하는 학생들 중 한 명이 결석해 출석한 학생에게 진도를 맞춰 나가자고 말했는데, 학생이 곧 "엄마가 친구랑 꼭 진도를 맞춰나가지 않아도 된대요"라고 전했다는 것. A 씨는 순간 머릿속에 '주변소리 듣기 앱'이 떠올랐다. 여태 본인이 학생들을 지도하며 했던 말들이 학부모에게 실시간으로 전달됐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찜찜함과 함께 감시당하는 기분마저 들었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학생들의 안전 이슈로 휴대전화 내 자녀 보호앱 설치가 늘며 '불법 도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앱은 안전사고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교사들의 교내 교육 활동을 침해할 수 있어 사회적 논의를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앱은 GPS 기반 실시간 위치 추적, 긴급 SOS 알림 뿐 아니라 주변소리 듣기 기능까지 탑재돼 자녀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앞서 지난 2월 대전 초등생 사망사건 때도 부모가 자녀 보호앱을 통해 전달된 주변 소리를 듣고 아이가 위험한 상황임을 인지한 바 있다.

학부모들은 자녀 안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호소한다. 지역의 한 학부모는 "올해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맞벌이 가정이라 걱정되는 마음에 앱을 유료 결제해 이용 중"이라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면서도 아이 상태를 그때그때 확인할 수 있어 불안감이 조금 덜어지기도 한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몰래 녹음'은 교권침해 문제로 논란이 큰 사안이다. 자녀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무분별하게 설치되는 앱은 순기능 외에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아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나 학원에서는 교사 활동을 제약하는 '족쇄'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교육부는 2023년 8월 국가 차원에서 처음으로 교원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지침을 고시로 마련하고, 교원이 수업방해 물품을 분리 보관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금지 원칙을 지키는 않는 학생에 주의를 주고, 불응할 땐 휴대전화를 분리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마다 휴대전화 관리지침이 제각각 운영 돼 교사가 전원을 끄게 하거나 걷어서 보관하는 등 재량껏 지도 관리하는 실정이다. 지역의 한 학교는 전원을 끄는 것을 권고하지만 강제할 순 없어 구두 전달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실 내에서의 수업 내용이 외부에 노출 될 땐 교육활동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앱을 통해 언제 어떻게 소리가 전달될지 몰라 학부모가 상황을 왜곡되게 인지할 수 있다고 교사들은 설명한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특정상황 주변 소리를 실시간으로 듣는 방식은 구성원 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불법도청은 안전사고를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이 될 수 없기에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명확한 앱 사용지침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경 대전교사노동조합 위원장은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수업 내용을 촬영하거나 녹음하는 행위가 금지된 상황으로, 불법 도청은 교사의 수업권 침해와 더불어 교실 공간에 있는 학생들의 사생활 유출 우려도 크다"며 "학생 평가와 관련한 기밀 유출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사회적 논의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지 기자 lalaej2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노후택지지구 정비 본격 추진
  2. 유성구, 5개구 최초 점심시간 주·정차 단속 유예 확대
  3. 대전 급식 갈등 사태 지속, 단체 병가로 대체식 학교도… 교육청-노조 입장은 평행선
  4. 세종시 복사꽃 전국 마라톤대회 성료...4000여 명 건각, 뜨거운 열기
  5. 창문 깨지고, 외벽 일부 떨어지고… 대전 강풍피해 잇달아
  1. [대선 D-50] 최대승부처 충청 대망론 대통령실 세종이전 촉각
  2. "전문 훈련 없이 산불 현장"…대전·세종에 산불진화대원 훈련센터 조속 설립 필요
  3. 교사들 자녀 보호앱 '도청 걱정'… "사회적 논의 통해 대책을"
  4. 30년된 비위생매립장 침출수·매립가스 여전…나머지 58곳 오염관리 '깜깜'
  5. [홍석환의 3분 경영] 공정과 공평

헤드라인 뉴스


6·3대선 초반 캐스팅보터  충청판세   `시계제로`

6·3대선 초반 캐스팅보터 충청판세 '시계제로'

6·3 조기대선 레이스가 본격화 된 가운데 전통적 캐스팅보터 지역인 충청권 판세는 어느 한쪽의 승리를 예단할 수 없게 시계제로다. 무당층 또는 지지 후보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각각 두 자리 수로 나타난 여론조사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대선정국에서 충청 발전을 위한 진정성 있는 공약을 내놓은 정파나 후보로 지역 민심이 기울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주목된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9~11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 포인트)에 따르면, 대전·세..

미 관세폭탄 대응에 자금 지원 나선 충남도 "부족하면 추가 지원도"
미 관세폭탄 대응에 자금 지원 나선 충남도 "부족하면 추가 지원도"

미국발 '관세 폭풍'으로 글로벌 경제가 뒤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충남도가 수출기업 지원 계획을 발표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충남도는 도내 경제 충격 최소화와 수출 기업 활력 회복을 위해 자금을 지원하는 동시에 부족분에 대한 재정 추가 투입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14일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미 관세 부과 조치 관련 충남도 대응 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도내 수출 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김 지사는 "충남은 제조업이 절반 이상(53.1%)을 차지하고, 주력 산업의 수출 비중이..

이장우 불출마 선언... "대통령실 세종과 대전 경계선에 이전하자"
이장우 불출마 선언... "대통령실 세종과 대전 경계선에 이전하자"

이장우 대전시장은 14일 "새로운 경쟁에 뛰어드는 것보다 시정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고 시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며 조기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시장은 이날 대전시청 기자실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대선에 어떤 경우를 가정하더라도 출마하지 않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충청권 정치 역량을 위해 대권 도전을 저울질하던 이 시장은 장고 끝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전시정에 온 힘을 쏟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동안 이 시장은 김태흠 충남지사와 함께 충청권 정치 역량을 위해 대선 주자의 필요성을 공감해 왔다. 앞서 김 지사는 10일 입장문을 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처님 오신 날 앞두고 연등 장식 부처님 오신 날 앞두고 연등 장식

  • ‘더웠다, 추웠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 ‘더웠다, 추웠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

  • 50여 일 앞둔 제21대 대통령선거 50여 일 앞둔 제21대 대통령선거

  • 휴일 맞아 꽃나들이…유림공원 튤립 만개 휴일 맞아 꽃나들이…유림공원 튤립 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