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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학비노조 대전지부가 대전교육청 앞에 게시한 현수막 |
10일 대전교육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대전지부(이하 학비노조) 등에 따르면 2024년 12월 기준 한 해 동안 조리원 직종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업재해를 인정받은 건수는 총 57건이다. 2023년도 57건, 22년도 44건으로 증가세를 보인다.
조리원·청소·시설관리 3개 직종을 포함해 총 66건이 산재 판정을 받았으며 이중 86%가 조리원 직종이다. 2024년 대전교육청 현업업무 근로자(조리원·영양사(영양교사)·청소·시설) 의 재해율은 2.91%로 전년보다 0.14%인 3건이 늘었다. 공단 산재 인정을 받지 못한 재해를 포함하면 2024년 한 해 총 110건(명)이 일하다 다쳤다. 조리원들이 업무 현장에서 겪는 산재는 화상이 제일 많으며 넘어짐, 무리한 동작으로 인한 근골격계 질환 등 순이다.
급식 조리 중 발생하는 연기에 많이 노출된 만큼 폐암 진단도 잇따르고 있다. 2024년 12월 기준 대전에선 조리원 7명이 폐암 진단을 받았다. 이중 2024년 1명을 포함해 총 3명이 산재 판정을 받았다.
조리원 1명당 평균 102명의 급식을 조리하는 이들은 대용량의 식재료를 조리하고 음식을 나르는 등 강도 높은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급식을 제공하는 평일 내내 힘을 써야 하는 만큼 노동력을 아낄 수 있는 부분에선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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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5월 당시 학비노조 지부장과 수석부위원장이 식수인원 하향, 방중 근무일수 확대 등을 요구하며 삭발투쟁을 하고 있다. |
그러나 대전교육청과의 교섭이 결렬되며 사태가 확산됐고 급기야 A고 등 일부 학교에선 구성원 간 갈등이 극화돼 파업까지 이어졌다. 학비노조는 준법투쟁으로 반찬 수와 냉면기 사용 횟수 등을 제한하고 손질되지 않은 해산물 식재료나 덩어리로 제공되는 고기류, 소분되지 않은 식재료 등을 거부하고 있다. 일부 학교에 남아 있는 교직원 배식대도 운영하지 않는다.
대전교육청이 해당 교섭에서 학비노조의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급식의 질이다. 노조의 요구를 수용할 땐 전처리·반조리된 식재료를 반입하는데, 원상태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일부 재료는 단가 차이도 있다.
학비노조는 현재 급식 조달 시스템상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업체들만 거래를 할 수 있는 만큼 급식의 질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자라나는 아이들의 영양 보충이나 급식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학부모들은 이러한 노조의 주장과 요구들을 곱지 않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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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4일 열린 2024년 2차 산보위 회의실 앞에 노조가 놓은 요구사항 피켓 |
갈등의 불씨가 A고 사태로 촉발된 가운데 대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갈등 봉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른다. 학교와 조리원 갈등으로 학교 구성원이 피해를 입는 만큼 교육청 차원에서 노조와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갈등 해결을 위해 노조와 교섭을 할 계획"이라며 "다만 학비노조 내 여러 직종별 노조가 있는데, 조리원에 대한 문제부터 논의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임효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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