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문산에 흑연 채석장 발견…최고(最古) 동아연필 원료자원 가능성

  • 사회/교육
  • 법원/검찰

보문산에 흑연 채석장 발견…최고(最古) 동아연필 원료자원 가능성

한밭도서관 뒤편 보문산 중턱에서 일제때 채석
임도 개설됐고 채굴 흔적과 샘터 3곳 발견돼
연필 원료, 동아연필 대전에 뿌리 연계성 주목

  • 승인 2025-04-10 17:18
  • 수정 2025-04-10 17:48
  • 신문게재 2025-04-11 1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IMG_3667 수정
대전 중구 문화동 보문산에서 표층 밖으로 드러난 흑연 광맥과 검댕이 쉽게 묻는 돌멩이.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 보문산에서 일제강점기 흑연을 채굴하던 현장이 새롭게 확인됐다. 도로 하나 놓기도 어려운 시절 보문산 중턱까지 임도를 개척해 흑연을 채취하던 채석장으로 대전 최고(最古) 기업인 동아연필과의 연계성에 주목하고 있다.

10일 중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중구 문화동 한밭도서관과 충남대병원 뒤편의 보문산 중턱에서 앞서 발견된 굴착 흔적은 지하자원의 하나인 흑연을 채굴하던 현장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1948년 촬영된 보문산 항공사진에서 산 중턱까지 차량이 오르내리는 도로가 확인되는 곳이다. 충남대병원 주변에 도로가 없을 때 채석 이뤄진 곳까지 임도가 먼저 개척돼 있었다. 지금도 현장에서는 바위를 차곡차곡 쌓아 만든 임도가 일부 구간에 남아 있으며 임도 끝 지점에 바위를 깨트리고 굴착한 흔적이 여럿 남아 있다. 또 언제 만든 것인지 예상할 수 없는 3개의 샘터가 있다. 주민들은 이곳이 흑연을 채굴하던 현장이라고 동일하게 증언했다. 60대 한 주민은 "여기서 태어나 한평생 사는 동안 마을 뒷산에서 흑연을 캤다는 이야기를 어른들에게 자주 들었고, 어렸을 때 거기 가서 놀면 검댕이가 손에 묻고 얼굴도 새까맣게 되곤 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80대 주민은 "예부터 이곳을 과례마을이라고 불렸고 지금은 빗물에 씻겨서 그렇지 옛날에는 뒷산 흙바닥이 새까맸는데 광복 후에도 한동안 일본인의 양철지붕 주택이 남아 있었다"라고 기억했다. 기자가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를 주워 손을 비벼보니 검댕이가 짙게 묻었고, 흑연으로 보이는 폐석들이 이곳저곳에 남아 있었다. 일제강점기 금을 채굴하는 현장은 서구 도솔산과 중구 무수동에서 발견되고 석탄 탄광도 있었으나, 흑연 광산은 처음 보고되는 것이다.



2024050101000082300003042
1948년 보문산 항공사진에 산 중턱까지 개척된 임도와 공사 이뤄진 모습이 보인다.  (사진=대전시청 공간정보포털)
특히, 대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품은 동아연필(주)이 삼성동에서 연필 생산을 시작하게 된 것도 보문산 흑연과 관련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아연필은 일본 와세다대학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김정우(1916~2005) 창업자가 당초 이곳에서 운영되던 적산 대동아연필(주)를 불하받아 1946년 창업했다. 이상일 대전대 경제학과 교수의 '대전 지역기업의 형성 및 성장과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김정우는 대전 산내 태생으로 1954년 동아학원(현 우송학원)을 설립하고 1961년 민선시장을 지냈다. 동아연필의 초대 대표이사는 그의 아버지인 진성(振聲) 김노원이 맡았는데, 김노원은 1919년 3월 16일 대전 인동시장 만세사건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다만, 적산 대동아연필이 언제부터 대전에서 연필을 생산했는지 자료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대동아연필은 1944년 당시 신문에 제3회 결산공고를 냈고, 지금의 일본 미쓰비시연필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상일 대전대 교수는 중도일보와 통화에서 "일제강점기 대전 주변에 가축이 많아서 대전피혁이 성장했고, 품질 좋은 콩이 생산돼 후지츄장유가 있었던 것처럼 동아연필의 전신인 적산 대동아연필 역시 원료자원이 주변에 있었기 때문에 대전에서 시작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라며 "대전에서 가장 오랜 역사가 있는 동아연필과 보문산의 흑연과의 관계에 대해 연구해봄직 하다"라고 설명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3. 천안법원, 정지 신호에도 직진해 사망자 유발시킨 30대 중국인 벌금형
  4. 대전시장 도전 許 출판기념회에 與 일부 경쟁자도 눈길
  5. 천안문화재단, 2026년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기관 모집
  1. 백석대, 천호지 청춘광장서 청년·시민 협력 축제 성료
  2. 단국대병원, 2025년 감염병 대응 유공기관 선정
  3. 상명대 창업지원센터장, '창업보육인의 날' 기념 충남도지사상 수상
  4. 한기대 '다담 EMBA' 39기 수료식
  5. 나사렛대 평생교육원-천안시장애인평생교육센터 MOU

헤드라인 뉴스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 일류 문화도시의 현주소] 국립시설 '0개'·문화지표 최하위…민선8기 3년의 성적표

대전시는 오랜 기간 문화 인프라의 절대적 부족과 국립 시설 공백 속에서 '문화의 변방'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민선 8기 이장우 호(號)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대형 시설과 클러스터 조성 등 다양한 확충 사업을 펼쳤지만, 대부분은 장기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민선 8기 종착점을 6개월 앞두고 문화분야 현안 사업의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전시가 내세운 '일류 문화도시' 목표를 실질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한 인프라 확충보다는 향후 운영 구조와 사업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중도일..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대전 충남 통합논의" … 金총리-與 충청권 의원 전격회동

김민석 국무총리와 더불어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대전시와 충남도 행정통합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전격 회동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얼마 전 충청권을 찾아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해 긍정적 메시지를 띄운 것과 관련한 후속 조치로 이 사안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총리와 민주당 충청권 의원들이 15일 서울에서 오찬을 겸한 간담회를 갖는다. 김 총리와 일부 총리실 관계자, 대전 충남 민주당 의원 대부분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에서 김 총리와 충청권 의원들은 대전 충남 통합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역 철도입체화, 국가계획 문턱 넘을까

대전 원도심 재편의 분수령이 될 '대전역 철도입체화 통합개발'이 이번엔 국가계획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초 철도 지하화 선도지구 3곳을 선정한 데 이어, 추가 지하화 노선을 포함한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 수립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종합계획 반영 여부는 이르면 12월,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당초 국토부는 12월 결과 발표를 예고했으나,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과열되면서 발표 시점이 다소 늦춰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전국 지자체들은 종합..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까치밥 먹는 직박구리

  •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겨울엔 실내가 최고’…대전 곤충생태관 인기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