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지방 이전론이 처음 나온 얘기는 아니다. 5년 전 정치권 일각에선 수도 이전 추진과 맞물려 서울대를 아예 폐지하고 국공립대를 통합하자는 말까지 나왔었다. 더 거슬러가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울대 폐지론이 논란에 휩싸이다가 사그라진 적이 있다. 국회, 대통령실(청와대)과 한 묶음으로도 나왔고, 공공기관 이전이나 전국 국공립대 평준화 제안에 섞여서도 나왔다. 크게 보면 수도권 과밀과 지방 소멸 해소에 방점을 찍은 최 세종시장 복안과 궤가 다르지 않다.
인구의 수도권 쏠림을 일자리와 대학의 수도권 집중과 연계한 최 시장의 현실 인식은 틀리지 않았다. 서울대를 거점 국립대와 통합해 무력화하자는 것도 아니다. 물론 방법론은 여러 가지다. 좀 지난 일이지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대 이전론에 대학도시 하나 만드는 게 좋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어느 방안이든 하향 평준화를 통해 국공립대 격차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반론이 따라다닌다. 유의할 사항은 서울대 이전론이 서울대 힘 빼기나 해체론처럼 들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서울대 이전과 떼어놓고 봐도 최 시장의 카이스트, 정부출연연구소, 과학비즈니스벨트 등이 협업하는 '메가 싱크탱크' 조성은 괜찮은 구상이다. 대학과 일자리, 인재와 기업이 같이 움직이는 생태계 조성은 처방으로 바람직하다. 다만 고사 위기에 빠진 지방대를 살려 지역 인재 유출을 막는 것, 벼랑 끝 지방대의 통합에 속도 내는 방안이 현실적으론 더 급하다. 지방대도 서울대처럼 잘하게 지원하면 된다는 모범답안에 충실할 땐 이전론을 굳이 거론할 이유조차 사라진다.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 증상만 억제해선 답이 나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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