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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솔 세종 보람중 주무관. 사진=시교육청 제공. |
막 공직에 발을 들인 나에게는 아직 모든 것이 낯설고 조심스럽기만 했고, 그런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 글의 목적이 '새내기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라 들었을 때, 나 자신을 조금 더 믿어보기로 했다. 나의 이름처럼 '진솔'하게, 주무관으로서 느끼고 배우는 것들을 꾸밈없이 전해보자고 마음먹었다.
나는 지금 네 명이 함께 근무하는 중학교 행정실에서 막내 주무관으로 근무 중이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민원인을 가장 먼저 맞이하고, 선생님들의 요청을 메모하고 처리하며, 익숙하지 않은 용어들과 프로그램 속에서 실수하지 않으려 하루에도 수차례 되묻고 확인하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내 역할이 무엇인지,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지 질문과 고민이 교차하는 이 시기를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은 내게도 값진 기회다.
문득 교복을 입고 중학생이었던 시절을 떠올려보았다. 그 시절 나는 행정실이라는 공간에 대해 전혀 기억이 없었다. 담임 선생님, 교과 선생님, 급식실, 체육대회와 방학만큼은 생생하게 떠오르는데, 정작 지금 내가 근무하고 있는 행정실은 기억 속에 흔적조차 없다. 어쩐지 과거의 나에게 괜히 서운해지기도 했다.
"그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더라면…." 하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는 공간, 바로 그게 행정실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른다고.
나는 행정실을 인간의 몸에 비유해보고는 한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몸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내장기관처럼, 행정실은 학교 운영의 핵심을 조용히 담당하고 있는 곳이다. 예산 집행부터 시설 관리, 각종 공문과 문서 업무, 학생들을 위한 각종 지원까지, 학교라는 배가 안정적으로 항해할 수 있도록 바닥에서 묵묵히 닻을 내려주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가장 많이 맡는 업무 중 하나는 민원 대응이다. 재학증명서, 생활기록부, 경력증명서 등 각종 증명서를 발급해 드리며 민원인들과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는 응대가 익숙하지 않아 긴장도 많았지만, "고맙습니다"라는 짧은 인사 한마디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이 일이 단순한 서류 발급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누군가의 필요를 채워드릴 수 있다는 자부심이 조금씩 생겼다.
학교의 시설이나 물품을 관리하는 일도 행정실의 중요한 업무다. 어느 날은 교실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해 수리 업체를 급히 불러야 했고, 또 다른 날은 교무실 책상을 새로 들이기 위해 물품 구매 절차를 알아보고 견적서를 비교하느라 분주했다. 하나하나 처음 해보는 일들이었지만, 그만큼 배우는 것도 많았다. 학교라는 공간이 어떤 시스템 속에서 유지되고 운영되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를 실감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실수도 많고, 배워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서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나는 지금 나의 첫 공직생활을 살아가고 있다. 고작 한 달을 보냈을 뿐인데 이렇게 다양한 감정과 배움을 안게 되었으니, 앞으로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어떤 일들을 겪게 될까. 생각만 해도 마음이 두근거린다.
앞으로의 공직생활은 아마 수많은 배움의 연속일 것이다. 처음엔 어렵고 낯설지라도, 그 과정을 지나며 나 자신이 단단해지는 경험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나는 지금 이곳, 중학교 행정실이라는 작은 공간에서 나의 첫걸음을 내딛고 있다. 그리고 이 첫걸음이 훗날 내게 소중한 기억이 되어줄 것임을 확신한다.
나의 바람은 하나다. 내가 속한 학교에서, 우리 학생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내가 맡은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동료 선생님들과 협력하며, 행정실 선배들과 함께 서로 응원하며,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싶다. 그것이 내가 공무원으로서 이루고 싶은 가장 작지만 단단한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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