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 향한 실전같은 임상훈련…충남대병원 시뮬레이션센터 '레벨업'

  • 사회/교육
  • 건강/의료

환자안전 향한 실전같은 임상훈련…충남대병원 시뮬레이션센터 '레벨업'

217억 투입 중부권 첫 임상교육 본격 운영
실제 의료현장 재현 시뮬레이션 술기훈련
수술과 처치 반복훈련 실체 환자 안전 확보
"임상실습 환경 획기적 개선한 교육시설"

  • 승인 2025-04-10 17:18
  • 신문게재 2025-04-11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KakaoTalk_20250410_170748866
충남대병원이 중부권 처음으로 임상교육시뮬레이션센터를 신축 개소했다. 내시경수술 등의 의료환경을 실제와 아주 유사하게 재현해 반복된 임상훈련을 통해 환자 안전을 도모한다 .  (사진=임병안 기자)
#1. 충남대병원 임상교육시뮬레이션센터 4층 수술실에 가상의 산모가 탯줄이 어깨에 걸린 아이를 출산한다. 산모를 재현한 의료용 모형(마네킹)이 수술대에서 실제 분만과 같은 상황을 재현하고 혈압과 심장 박동수도 출산 과정에서 변화와 똑같이 호전되었다가 악화되기를 반복한다. 태아의 머리와 골반 사이에 탯줄이 끼면 산소공급이 어려워져 위험해지는 상황이 재현되고, 급기야 산모의 혈압도 계속 떨어진다. 이경노 산부인과 교수는 조정실에서 전공의와 간호사들의 처치를 창문 너머 지켜보고 부족한 부분은 스피커로 알려 분만을 지도한다. 유도분만이 미숙하면 산모의 활력은 계속 악화되는 것으로 수술실 모니터에 표출되었고, 손에 땀이 나는 긴장감 속에 1시간 만에 출산이 이뤄졌다. 산모는 활력을 되찾는 것으로 임상실습은 종료됐다.

#2. 충남대병원 3층 VR교육실에 의사소통 어려울 정도로 화가 난 환자가 다리에 골절상으로 입원했다. VR기기를 안경처럼 착용하면 눈앞에 가상의 병원 공간이 나타나고 ChatGPT를 통해 구현된 가상의 환자가 분노한 감정으로 처치실에 들어온다. 환자는 즉시 처치를 받아야 함에도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분노 때문에 의료진의 지시에 순응하지 않아 진료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때 환자의 마음을 먼저 안정시키기 위해 천천히 대화를 유도하고 분노를 조금씩 다스려 안정되도록 약간의 공백을 갖는다.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ChatGPT에서 가상의 환자는 다행히 의료진을 신뢰하고 처치에 순응하며 진료가 시작되는 것으로 임상실습을 끝마쳤다.

충남대병원에 가상의 종합병원이 하나 더 마련됐다. 이곳에 환자는 없으나 의료용 모형과 가상의 시뮬레이션으로 진료실과 수술실을 재현해 실습하는 의료 교육시설이다. 임상교육시뮬레이션센터라고 이름 붙여진 이곳은 거의 모든 처치와 수술을 실제처럼 재현하고 체험함으로써 지역사회 안전한 의료환경이 되도록 뒷받침할 예정이다.

충남대병원 임상교육시뮬레이션센터는 2021년 5월 교육부의 '임상교육훈련센터 건립' 사업에 선정되어 총 217억 원을 투입해 지상 5층의 신축 건물을 건립하고 그 안에 첨단 실습장비를 구비했다. 사람의 신체를 재현한 의료용 실습모형을 갖춘 임상술기실(총 3개실)은 중심정맥관을 찾는 훈련과, 도뇨관삽입을 실습하는 신체모형도 마련되어 있다. 의식저하 환자를 재현한 모형은 기도를 확보하는 임상훈련이 가능하고 실제 환자를 대할 때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대퇴동맥 동백혈을 뽑아내는 동맥천자를 실습하는 환경도 구축돼 있다.



특히, 4층에 있는 시뮬레이션실(총 9개실)은 대학병원 수술실을 똑같이 재현했는데 로봇수술까지 실습하는 환경을 갖췄다. 외과적 수술상황을 재현해 그에 맞춰 의사부터 간호사가 각자 역할에 맞춰 환자를 처치하는 임상이 이뤄진다. 지도교수는 조정실에서 훈련자들의 처치와 역할분담을 지켜보면서 환자의 상태가 때로는 악화되고 올바른 처치 때는 회복되도록 조정하면서 정확한 술기가 나올 때까지 지도하고 반복할 수 있다.

18201_28599_3725
충남대병원이 최근 개소한 임상교육시뮬레이션센터 모습.  (사진=충남대병원 제공)
입원실 환경을 재현한 시뮬레이션실도 마련되어 있는데 침상에 누워 있는 의료용 모형에 호흡을 돕는 벤틸레이터를 착용시키고 때로는 응급 심폐소생술까지 실현할 수 있는 첨단 장비다. 임상 훈련 때는 지도교수가 조정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전공의 등이 정확하게 처치하는 여부에 따라 환자의 활기가 개선되거나 악화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고사양 시뮬레이터와 가상현실(VR) 및 증강현실(AR) 기술이 도입된 훈련시설도 임상교육시뮬레이션센터에 구축되었다. 고사양 시뮬레이터는 환자의 맥박, 호흡, 혈압 변화뿐만 아니라, 심정지, 출혈, 경련 등의 생리적 반응까지 재현 가능하며, 외과 수술 훈련에서는 VR 기술을 활용한 VR 초음파, VR 복강경, VR 혈관조영 중재술, 로봇수술 실습까지 이뤄질 수 있다. 임상교육시뮬레이션센터에 모두 구축해 의료진이 실제 임상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이다.

3층에 마련된 VR해부학교육실은 해부 실습용 가상 해부테이블을 통해 손끝 하나로 인체 곳곳을 자유자재로 해부하고, 실제 내부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의과대학은 기증받은 시신으로 충분한 해부 실습 교육을 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신 기증자를 찾기 어렵고, 또 화학약품 처리에 적지 않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충남대병원 임상교육시뮬레이션센터는 권역 내 의료기관에서 근무 중인 의료인, 의과대학 및 간호대 학생, 공공보건의료인력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대한심폐소생협회에서 지정한 교육기관으로, 일반인 심폐소생술(기초, 심화), BLS Provider, KBLS Provider, KALS Provider 자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지역 단체나 유관기관, 학회나 협회와 연계한 맞춤형 전문 연수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의과대학 및 간호대학 학생들에게는 실전과 같은 임상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발판이 되며, 현직 의료진에게는 최신 의료기술 및 위기 대응 훈련을 통해 더 나은 치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술기를 상향하는 교육장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조강희 충남대병원장은 "임상교육시뮬레이션센터 개소로 임상실습 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교육사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며 "환자들을 위한 보다 안전한 진료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한여성기업인협회 발대 "여성기업인이 국가 경제 견인하는 한 축으로"
  2. [대전다문화] 봄맞이 가족나들이, 보문산 등산
  3. [사설] 의대 정원 동결해도 ‘지역의료’ 괜찮을까
  4. 학교급식실 근무환경 어떻길래… 전국 15개 교육청 조리원 '결원 상태'
  5. [세상읽기] 왜 사과를 해야 하는가
  1.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2. 교육부 '지역인재 육성 지원 사업' 추진… 고교·대학 연계 강화
  3. '오락가락 의대정책' 수험생 혼란… 지역대 '24~26학번 트리플링' 우려도
  4. [사이언스칼럼]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게
  5. [2025 과학의 날] 연구개발 성과 한눈에… 2025 대한민국 과학기술대전 성황 중

헤드라인 뉴스


학교급식실 근무환경 어떻길래… 전국 15개 교육청 조리원 `결원 상태`

학교급식실 근무환경 어떻길래… 전국 15개 교육청 조리원 '결원 상태'

대전지역 학교 곳곳에서 급식 파행을 빚으며 급식 조리원들이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급식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알리는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업무강도 완화를 위해선 인력 충원이 핵심인데, 현재 전국 15개 시·도교육청의 조리실무사가 결원인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의 신규 채용이 미달되고 채용된 인원도 절반 이상 자발적 퇴사를 하는 것으로 파악돼 대책이 요구된다. 17일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이 조리원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년 상반기 학교급식실 실태조사에 따..

문턱 더 낮아진 재개발·재건축…대전 노후아파트 재건축 활로 기대
문턱 더 낮아진 재개발·재건축…대전 노후아파트 재건축 활로 기대

국토교통부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기존보다 쉽게 추진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정을 조정한다. 재개발 정비구역 지정요건에 무허가 건축물을 포함하고, 재건축진단(옛 안전진단)은 세부평가 항목을 늘려 노후 아파트의 재건축 문턱을 낮추는 게 골자다. 대전에서도 노후아파트 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절차 진행에도 활로가 뚫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부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시행령' 하위법령 개정안을 18일부터 다음 달 28일까지 40일간 입법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주택 재건축 판정을 위한 재건축진단 기준' 하..

대전시 "전국유일 결혼·출산 지표반등…청년이 살고싶은 도시"
대전시 "전국유일 결혼·출산 지표반등…청년이 살고싶은 도시"

대전시가 저출산과 지방소멸 등 국가적 위기 속 전국에서 유일하게 결혼과 출산 지표가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시의 기업유치 및 다양한 청년 우선 정책이 빛을 발한 것으로풀이된다. 대전시에 따르면 과거의 대전은 교통과 주거 등 인프라 측면에서 살기 좋은 도시라는 이미지가 짙었다. 그러나 지금 대전은 행정당국의 '기업 유치-대전 정착-결혼-육아-노인 복지'로 선순환 정책이 자리를 잡으면서 청년 세대에게 '살고 싶은 도시'라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도시로 성장했다. 대전 청년 정책의 효과는 통계 지표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통계청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가방은 내가 지켜줄께’ ‘가방은 내가 지켜줄께’

  •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느려도 괜찮아’, 어린이 거북이 마라톤대회

  • 감염병 예방 위한 집중 방역 감염병 예방 위한 집중 방역

  • 새내기 유권자들, ‘꼭 투표하세요’ 새내기 유권자들, ‘꼭 투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