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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혁 학생(남서울대학교 물리치료학과 2년) |
현대 사회는 '바쁨'이 일상이 된 시대다. 일정이 가득히 적힌 캘린더, 공강 시간에도 울리는 알림, 카페에서조차 이어지는 노트북 작업. 심지어 SNS에는 '주말에도 자기계발 중'이라는 게시물이 자연스럽게 공유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나는 오늘 아무것도 안 했어'라는 말은 마치 실패자의 선언처럼 들리기도 한다. 열심히 달리는 것이 당연해진 세상에서 '멈춤'은 게으름으로 오해받는다. 이런 문화는 우리 안에 휴식에 대한 불안과 죄책감을 심어놓는다.
문제는 이 죄책감이 정말 타당한가 하는 점이다. 사실 사람의 뇌와 몸은 쉬어야 제 기능을 한다. 휴식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스스로를 평가하고, 자책하고, 그 시간을 없애기 위해 억지로 무언가를 한다. 이건 생산성이 아니라 불안에서 비롯된 행동이다. 결국, 우리는 일을 멈춘 순간에도 여전히 '무언가를 해야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필자 또한 역시 그랬다. 주말에 푹 쉬고 나면 오히려 더 피곤했다. 몸은 회복됐지만, 마음은 계속 "그래도 뭘 했어야지"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러다 보니 정작 피곤함이 사라지지 않고 쌓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생각했다. 이건 내가 일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쉬면 안 될 것 같다'라는 압박감에서 비롯된 감정이 아닐까? 그렇게 스스로 되묻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휴식'에 대한 태도도 달라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에 하는 생각이 오히려 창의적인 생각을 불러오고,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종종 '쉬는 것'을 게으름으로 착각한다. 하지만 진짜 게으름은 쉴 줄 모르는 상태일지도 모른다. 기계도 멈추는 시간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하듯, 사람도 그러하다. 오히려 휴식을 취하지 않을 때 큰 반작용을 얻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쉴 때 제대로 쉬어야 다시 제대로 나아갈 수 있다. 쉬는 데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잘 쉬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다.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내일의 나를 위한 다정한 배려이자, 산뜻한 공기를 들이쉴 수 있는 여유일지 모른다.
송민혁 학생(남서울대학교 물리치료학과 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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