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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석 카이스트 명예교수 |
필자는 2013년 8월 대전시와 자매도시인 일본의 삿포로시 교향악단 연주회에 대전시립교향악단 후원회원들과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연주회는 삿포로 콘서트홀 '키타라'에서 열렸는데 대전시와 같은 인구 150만의 도시에 이미 1997년에 완공된 콘서트홀을 돌아보며 놀라움과 부러움을 안고 돌아왔다. 그 후 대전에도 그와 같은 콘서트홀이 들어서길 희망하며 '시민과 함께 만드는 대전콘서트홀' 건립 캠페인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넘은 지난해, 대전시는 제2문화예술복합단지를 중촌 근린공원에 조성하여 음악 전용 공연장과 제2시립미술관 등을 건립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를 위해 2024년 5월에는 국제지명공모를 시행하여 우수작을 선정했고, 문화예술복합단지의 명칭을 시민 대상으로 공모하는 등 선정된 마스터플랜 우수작을 기반으로 사업비 산출 및 검증 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문화예술 복합단지 조성 예정 용지가 이미 공원으로 조성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같은 장소에 많은 예산 들여 공연장을 지어 세금을 낭비 한다는 건립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 물론 이 사업에 들어가는 많은 예산은 시민의 세금으로 조성해야 하므로 신중한 결정이 필요하겠으나 조금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대전시민들에게는 기존의 소규모의 공원을 대전시민 전체가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문화예술 복합 공연장, 미술관 등을 지어 복합 문화 공원으로 조성한다면 일부 우려스러운 부분을 희생하고 중촌동의 조그만 산책공원을 대한민국의 문화 예술의 랜드마크로의 변신을 기대하여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문화도시에 가면 훌륭한 콘서트홀이 경계표로 자리 잡고 있으며 도시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여러 지방 도시에서도 앞다투어 문화시설 확충에 힘쓰며 K-문화의 장을 여러모로 펼쳐가고 있으며 이 같은 실정에 비추어 대전시에서도 미래 유산이 될 [클래식 콘서트 전용 홀]의 건립이 절실하며 이미 늦은 감이 있다.
현재 대전예술의전당이 있기는 하지만 다목적홀로 지어졌기에 다양한 공연 일정을 소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며 클래식 음악을 전문으로 연주하는 공연장으로서 기능을 다 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대전시는 대덕 테크노폴리스, 93엑스포, 테크노파크, 과학벨트 등 '과학기술 중심도시'로 각인되었으나 이제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을 통해 대전시의 문화적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용 콘서트홀 건립은 시급하고 꼭 필요한 사안이다.
지금은 미래를 바라보는 거시적인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며 문화시설의 확충이 논란의 중심에 서지 않았으면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진행 중인 계획안에 대한 부족한 점이 있다면 각 문화예술 공연 및 관련된 시민단체와 음악계열 학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건립에 관한 추진 협의체를 구성하여 공론화를 통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024년 3만7000달러로 일본의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지만 문화적 인프라를 보면 너무나 초라한 실정이다.
필자는 문화예술의 발전이 없이는 결코 경제성장과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설 수 없다는 철학이다. 경제만 부흥시키면 자연스레 선진국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문화예술의 정신적인 승화 과정을 통하여 시민들이 정서적으로 순화되고 창의성이 계발되어 대한민국 핵심 연구단지 도시에 걸맞은 역할을 다하리라 생각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창의력이 발현되고, 세계에서 놀랄만한 기술과 과학의 발전을 통하여 대한민국을 살리는 연구결과들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이제는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 시민 모두가 공감하고 향유 할 문화유산을 만들어 간다는 열린 생각으로 접근하기를 바란다.
김명석/카이스트 명예교수·대전시향 후원회 (사)높은음자리표 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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