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 消(사라질 소) 力(힘 력/ 힘쓰다) 奪(빼앗을 탈) 國(나라 국)
출처 : 三國史記(삼국사기), 古今淸談(고금청담)
비유 : 공격하기 전 미리 상대의 힘을 쇠진(衰盡)하게 한 다음 침공하여 이긴다.
요즈음 국제정세가 심상치 않다.
이른바 세계의 패권국(覇權國)역할을 자처하던 미국(美國)이 대통령이 바뀜에 따라 국제간 외교적 질서가 갈팡질팡하고 있다.
아무리 자국(自國)의 이익이 중요하고, 내가 살아야하는 판이 먼저라지만 배반(背叛)을 밥먹는듯하여 국제사회(國際社會)의 질서(秩序)를 요동(搖動)치게 하는 것은 비난의 중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된다.
경제의 보복도 그렇지만 국제적 약자의 보호도 아랑곳없다. 미국의 우크라이나 안보에 관한 변화... 이러한 기류(氣類)는 역사적으로 볼 때 흔한 전략(戰略)이었고, 특히 공산권국가들이 배반(背叛)과 침략(侵略)을 대놓고 하던 정략(政略)이기도 하다.
백제의 제 20대 개로왕(蓋鹵王/445 ~ 475)은 비유왕(毘有王/? ~ 455)의 장자(長子)로 비유왕 제위 29년에 즉위했다.
그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나라를 정비하고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 안정된 국정을 이끌었다.
그러나 백제국(百濟國)비극의 시작은 왕(王)이 평소 바둑을 무척이나 즐겨서 수가 높은 사람이면 아무나 궁중으로 불러들여 대국(對局)을 하는데서 비롯되었다.
그 무렵 백제(百濟)는 고구려(高句麗)와 사이가 좋지 않아 자주 싸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냘 개로왕(蓋鹵王)에게 도림(道琳)이라는 한 스님이 찾아왔다.
"소승은 고구려 승려인데 죄를 짓고 백제로 도망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하께서 바둑의 수가 높으시다는 소문을 듣잡고 한 수 배우고 싶어 찾아왔습니다. 하오니 한 수 가르쳐 주신다면 더 없는 영광으로 알겠습니다."
도림은 고구려(高句麗)의 첩자로서 백제(百濟)의 국력(國力)을 염탐하러 온 자였다.
고구려의 장수왕(長壽王)은 자주 침범해오는 백제를 치기 위해 고심하던 끝에 도림을 백제의 군중으로 들여보냈던 것이다.
개로왕은 그와 대국을 한 결과 도림의 수에 아주 매료(魅了)되고 말았다. 그래서 빈객(賓客)으로 머물게 하며 매일같이 바둑을 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도림이 말했다.
"소승이 다른 나라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분에 넘치는 대우를 해 주시니 뭐라고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여 귀국을 위하여 소승이 느낀 바를 간언해도 괜찮겠습니까?" 이에 개로왕은 "그래, 무슨 말이든지 해 보시오." 개로왕은 기꺼이 응낙했다.
도림이 간(諫)하기를 "전하의 나라는 산이 험준하여 어느 나라든지 쉽게 침범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것은 하늘이 베푼 은덕입니다. 그러니 국가의 위엄을 드러내기 위해 궁궐을 크게 지어 위엄을 나타내는 것이 좋을 듯하옵니다."
개로왕은 도림의 말을 받아들여 나라의 모든 장정들을 징발하여 돌을 나르고, 나무를 베어 마침내 위용이 당당한 궁궐을 세웠다. 궁궐이 완성되자 이번에는 낭비된 국고를 채우기 위하여 많은 세금을 거두어 들였다. 그 결과 노역으로 지친 백성들이 굶주리게 되니 왕에 대한 원망이 하늘을 찔렀다. 그렇게 해놓고 도림은 몰래 고구려로 돌아가서 장수왕에게 아뢰었다.
"지금이야말로 백제를 넘어뜨릴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금 백제의 백성들은 왕을 원망하지 않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습니다."
장수왕은 크게 기뻐하며 군사를 일으켜 일제히 백제를 공격했다.
백제의 개로왕은 갑자기 적을 맞이하여 싸우려 했으나 국력이 이미 쇠진(衰盡)되었기 때문에 어찌 할 수가 없었다. 그때야 비로소 도림에게 속았음을 깨달았으나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화근(禍根)은 바둑이었다. 한낱 놀이에 불과한 바둑에 빠져 야금야금 국력이 탕진되고, 어려움이 중첩되어 있는 때에 고구려는 대규모 병력으로 백제를 침공하니. 왕은 다급한 나머지 궁궐을 나와 도망쳤으나 고구려의 장수에게 잡혀 아차성(阿且城)으로 끌려가 살해되었다.
이들 고구려의 장수들은 백제에서 고구려로 도망간 사람들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우리나라는 미국의 관세(關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고, 중국은 보이지 않는 동북공정(東北工程)을 은밀히 추진하여 사실상 우리가 체감할 정도이다.
우리의 입장이 참으로 난감하다.
기술력과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데 세금을 많이 부과한다니 기업인들의 고민이 깊어진다. 정부도 속수무책이다. 마치 대장을 잃은 오합지졸(烏合之卒)의 꼴이 아닌가?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은 또 어떠한 방법으로 대응해야 하는가?
거기에다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탄핵되었다. 정부가 수립 되고 벌써 두 번째이다. 대통령 탄핵은 엄청난 현실의 후퇴와 후유증을 감내(堪耐)해야 한다.
큰 두 나라(미국, 중국)의 소력탈국(消力奪國)을 이제는 온 국민이 힘을 합쳐 막아내야 한다. 정치인들의 권력욕심의 행태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춘추시대(春秋時代) 국어(國語)주어(周語)하(下)편에 교훈을 되새겨본다.
"衆心成城 衆口?金(중심성성 중구삭금/ 많은 사람들의 뜻은 견고한 성을 이루고 많은 사람들의 말은 쇠도 녹인다고 하였다.)"
국민들 모두 단결되어 이 난국을 해결하면 가능 할 것이다. 어리석은 권력탐욕의 정치인들 보다 현명한 국민이 나서야 한다.
장상현/전 인문학 교수
![]() |
장상현 |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