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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 대전보건대학교 총장 |
'벚꽃이 지는 순서대로 지역 대학의 존속은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라는 말은 이미 10년 전부터 인구 소멸 위기와 함께 대학가에 퍼진 악성 바이러스 같은 존재다. 이 악성 바이러스는 남쪽 지방 도시에서부터 시작돼 서서히 북쪽으로 올라오고 있으며, 이젠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면서 그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의 방식은 더욱 다양해지면서 대학가의 분위기는 다름에 대한 인정과 받아들임의 경계를 낮추고, 서로 융합하며 '이음'해 나가려는 마음이 만개하는 벚꽃처럼 널리 퍼져가고 있다.
며칠 전, 캠퍼스를 걷다 수업을 마치고 천천히 걸어가는 학생들을 보았다. 혼자 걷는 이, 친구와 웃는 이, 벤치에 앉아 쉬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저 아이들은 어디로, 얼마나 빨리 가고 싶은 걸까?'
우리는 어릴 때부터 빠르게 움직이도록 훈련받아 왔다. 빨리 배우고, 빨리 해내고, 빨리 성공해야 칭찬을 받는 강박감 속에서 살아온 게 현실이다. 대학에 와서도 그 강박감은 계속된다. 재학 중에는 학점과 스펙을 쌓아야 하고, 졸업을 앞둔 시점에는 취업과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이어진다. 그 모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면 남들보다 늦는 것 같고 뒤처지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은 조금해지고 불안감은 커진다.
하지만,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다. 살아보니 인생은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모두가 같은 길, 같은 속도로 가는 것은 아니다. 잠시 멈추어 서도, 천천히 가도, 자신만의 리듬으로 걸음을 계속 걸어가다보면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어 있다.
대학은 그런 여유를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비교하지 않아도 되는 곳, 실패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곳, 정답보다는 '나답게' 사는 길을 고민해볼 수 있는 곳. 이 같은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진정한 성장으로 이어진다.
나는 학생들에게 종종 이렇게 이야기하곤 한다.
'뒤처지는 게 아니라, 너만의 리듬으로 걷고 있는 거야.'
모두가 자기 속도로 살아가야 하며, 그 속도가 조금 느리더라도 그 길이 자신의 길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조용히 전한다.
지금 속도, 괜찮다. 너만의 걸음으로, 천천히 가도 괜찮다.
벚나무의 꽃이 피고 져서 떨어져 없어지는 것이 아닌, 아악무(분홍색의 새순이 마치 꽃처럼 자라면서 초록색의 잎사귀가 되어 나뭇가지로 뻗어나가는 나무)의 잎사귀처럼 꽃이 핀 후 잎으로 다시금 푸르름을 선사해주는 벚꽃나무의 싱그러움이 많은 이들의 가슴속에서 무한한 긍정적 아름다움을 퍼트려주길 기대한다. /이정화 대전보건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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