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월부터 축산물등급판정소에 의해 달걀에도 품질과 중량에 따라 등급을 매기는 달걀 등급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달걀 등급제는 한마디로 달걀에 품질을 표시하고 세척·코팅처리를 함으로써 위생적인 달걀의 생산·유통·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이다.
이처럼 달걀에도 등급이 있는 것처럼 홀로된 시아버지를 섬기는 며느리들에게도 등급이 있는 것이다.
필자가 사는 갈마동에는 아침 6시 30분이면 갈마도서관에 모여 차 한잔 나누는 친구들이 있는데 나이 순서로 보면 나이가 제일 많은 필자를 위시하여 이현영, 조동율, 양완석, 정능호 전 서구 의원, 이관주가 바로 그들인 것이다.
우리들은 이른 새벽에 걷기 운동을 하며 정해진 시간에 이곳에 모여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며, 자녀들이나 며느리 자랑과 또한 불만들을 말하고 있다.
주로 이런 자랑이나 불만들은 홀애비들이 하는데 우리 가운데 몇 년 전 아내를 갑자기 잃고 홀로 사는 친구가 있다. 이 친구는 거의 매일 자녀들 자랑을 많이 하는데 특히 세 며느리 자랑을 많이 한다.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큰며느리는 반찬이며 음식을 장만하여 자주 시아버지를 찾아와 냉장고를 채워주고 청소와 빨래까지도 깔끔히 해주고, 둘째 며느리는 세종에 살고 있는데 외롭게 사는 시아버지에게 주일마다 자녀들을 데리고 와 할아버지와 함께 놀게하다가 데리고 간다는 것이다. 물론 손에 살며시 쥐어 주는 용돈은 말할 수 없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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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생신날 찾아온 손녀와 손자. |
이로 볼 때 이들 세 명의 며느리들은 1등급 며느리들에 틀림없다. 그리고 내친구 이현영도 며느리들에게 1등급 시아버지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다.
듣고 있던 친구들이 대부분 부러워하며 자기네 장성한 손자 손녀들은 아예 전화도 안할 뿐더러 전화도 받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아들이나 며느리 자랑도 하지 않고 불만도 털어놓지는 않았다.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늙으면 말이 많아지고 섭섭함이 많아진다고 한다. 주변에 있는 많은 친구들의 경우를 보아도 젊었을 때는 입도 뻥긋하지 않던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는 말이 대단히 많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섭섭함이 많기 때문이다.
필자에게는 위로 아들이 있고 아래로 딸이 셋이나 있다.
내 아들이 60이 넘었다. 그런데도 아침저녁 출퇴근할 때면 전화를 걸어와 홀로 사는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다. 목소리를 듣고 아버지의 건강상태를 체크 하는 것이다. 흔히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천륜이라고 하는데, 옛날의 효는 심청이처럼 목숨을 바쳐가며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을 효라 하였다. 따라서 자식은 자신을 낳아 길러 준 부모의 은혜에 감사하며 순수한 그 노고에 보답하고자 물질적?정신적으로 정성을 다해 봉양했던 것이다. 그래서 효자는 부모를 섬김에 있어 슬하에 있을 때는 공경을, 봉양함에 있어서는 즐거움을, 병이 났을 때는 근심을, 돌아가셨을 때는 슬픔을, 제사 지낼 때는 엄숙함을 다하여야 한다는 생전의 정성봉양과 사후의 제사봉양이 강조되었다.
그런데 현대적 효는 친구의 며느리들처럼 자주 찾아 뵙고, 전화도 걸어 안부를 묻기도 하며 용돈도 자주 드리고 은행 카드를 만들어 드리는 것이 부모님, 특히 홀로 사는 부모님을 위하는 1등급 효도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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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아들 가족 모습 |
필자에게는 수양 아들 딸, 동생들도 수십 명이 넘는데 이들도 자주 전화를 걸어주고 용돈도 보내주어 활기를 북돋아 주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아내가 없을지언정 언제나 활기차고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자식들, 특히 성장한 손자 손녀들에게 전화를 받아보라. 온종일 행복한 마음으로 살게 되는 것이다.
이현영 친구의 며느리들처럼 전화하고, 자주 찾아뵈며 적은 돈이지만 용돈도 드리고 은행카드를 만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누구나 부러워할 현대적 효가 아니겠는가? 은행카드를 만들어 시아버지 손에 쥐워주는 며느리가 얼마나 되랴마는 그 친구의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보는 내 자신도 행복한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다.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이 또한 반갑지 아니한가? (有朋 自遠方來 不亦樂乎 )"라고 했는데 이런 친구들을 매일 새벽마다 만나니 그 또한 반가운 것이다.
날이 밝아온다. 오늘 새벽엔 어느 친구가 또 어떤 일로 자식들 자랑을 할까? 기다려진다.
김용복/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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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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