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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막구수 체험 박물관. (사진= 김영복 연구가) |
호반(湖畔)이란 호수(湖水)의 언저리 라는 뜻이다.
'춘천댐'은 화천강의 물길을 가두고 '소양강댐'은 양구 인제 소양강의 물길을 받아서 가둔다. 이 두 댐의 수로에서 흘러내리는 물줄기를 '의암댐'이 모두 받아서 품는다.
이렇듯 아름다운 호수들이 춘천을 품고 있다.
조선후기 문신인 박천(博泉) 이옥(李沃1641~1698)이 쓴 『박천집(博川集)』에 '중첩한 산이 사방에 둘러싸여 옹호했고 두 강물이 후면에서 합류하며 가운데에는 비옥한 들판이 열려서 주위가 수백 리에 달한다.
삼면을 막고 지키면 한 사람이 관문을 막고 있어도 만 명도 뚫고 나가지 못할 것이니, 정말 난공불락의 지리적 조건이다'이라 했다.
조선후기 실학자 이중환李重煥(1690~1756)이 관직에서 배제되어 몰락한 사대부로 불우한 일생을 보낸 시기인 만년에 집필한 『택리지(擇里志)』에 '조선의 수계로 가장 살기 좋은 곳은 대동강 수계의 평양이고, 둘째로 춘천의 소양강 수계(水界)를 들고 있으니, 이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맥국 때 터의 일이다'라고 기록했다. 비록 맥국 때 일이라고는 하지만 지금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도시가 바로 춘천이다.
춘천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아무래도 국내 최대 다목적댐이자 춘천 대표 관광 명소인 소양강댐을 빼놓을 수가 없다. 1973년 준공된 소양강댐은 높이 123m, 제방 길이 530m, 저수량 29억 톤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대단해 웬만한 비에는 수문을 개방하지 않는다. 소양강댐이 수문을 열 때면 장관을 구경하려고 사람들이 모여들 정도다. 평상시에도 즐길 거리는 풍성하다. 댐 위를 걷는 댐 정상길을 일반에 개방하고 있다. 댐 정상을 걸어 건너편 팔각정 전망대까지 왕복하는 산책길로 왕복 2.5km 거리다.
소양호는 춘천, 양구, 인제에 걸쳐 흐를 정도로 웅장하고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댐 인근의 선착장에서 유람선을 타고 소양호를 한 바퀴 돌거나 건너편 청평사까지 다녀올 수 있다. 댐주변의 볼거리로는 물문화관, 소양강댐준공기념탑, 소형 소양강처녀상 같은 볼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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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뽑는 면자기. (사진= 김영복 연구가) |
화천으로부터 내려오는 물길을 막아 설립된 춘천호 주변은 맑은물과 푸른 자연 환경을 지니고 있다. 춘천댐에 의해 만들어진 춘천호의 수위는 해발 130m로 계곡 모양을 따라 S자 모양으로 이루어져 호수라기 보다는 마치 계곡을 따라 흐르는 강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춘천시에서 북쪽으로 약 12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춘천댐에서 의암댐으로 이어지는 약 19km의 길은 춘천에서 유명한 드라이브 코스다. 춘천의 봄꽃은 4월초 개나리를 시작으로 중하순에 이르러 만개하고, 외곽 지역에서는 늦으면 5월 초순까지 만개하기도 한다.
산은 4월 하순이 되어서야 조금씩 초록색 기운을 보이기 시작한다. 어쩌면 춘천의 봄기운을 만끽하려면 지금부터 찾는 것이 좋을듯 싶다
춘천의 대표적인 음식하면 막국수와 닭갈비다.
막국수와 닭갈비 말고도 춘천의 향토음식은 된장소면과 장칼국수가 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는 춘천막국수를 중점적으로 소개할까 한다.
메밀(蕎麥)을 오방지영물(五方之靈物)이라고 한다.
白花(흰꽃), 紅莖(붉은줄기), 靑葉(푸른잎), 黃根(누런뿌리), 黑實(검은열매)를 말한다.
흰색의 금(金)의 기운, 파란색의 목(木), 붉은색의 화(火), 검은색의 수(水), 황색의 토(土)의 기운, 오행의 기운을 모두 가지고 있는 식물이다.
火의 기운이 강한 여름, 金은 녹아들고, 木은 불타버리고, 水는 증발을 하고, 土는 메말라 갈라지는 현상처럼, 균형을 잃기 쉬운 우리의 몸에 메밀 섭취는 그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송나라 사신 서긍(徐兢: 1091-1153)이 1123년(인종 1)에 고려에 사신으로 왔다가 쓴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는 '예조와 형조에서 '제례에 면을 쓰고 사원에서 면을 만들어 판다'라는 말이 보인다. 이것으로 미루어 보아 고려시대에도 국수가 있었으며 상품화도 되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되며, 10여 종류의 음식 중 국수 맛이 으뜸이다라는 말이 나오고, 고려에는 밀이 귀하기 때문에 성례(成禮) 때가 아니면 먹지 못한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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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 (사진= 김영복 연구가) |
그렇다면 우리는 밀가루가 귀해 메밀로 국수를 만들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조선시대 까지 만해도 우리의 농촌에는 주로 하늘에서 비를 내려 줘야 농사를 질 수 있는 천수답(天水沓)으로 비가 안 와 모내기를 못해 파종 시기를 놓칠 경우 파종 후 2개월이면 수확할 수 있는 조생종인 메밀을 심었다.
특히 메밀은 척박한 산간에서도 잘 자라고 2모작이 가능한 곡물이기 때문에 전국에 메밀농사를 많이 졌던 것이다.
이처럼 우리 민족에게 메밀은 친숙한 곡물로 메밀의 열매로 열매는 가루를 내서 메밀묵이나 냉면을 만들어 먹었다. 그런가하면 왔다 간 사람이 다시는 오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으로 "메밀이 있으면 뿌렸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였으니 잡귀를 막기 위해 집 앞에 메밀을 뿌리던 민속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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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국수. (사진= 김영복 연구가) |
고려시대에는 메밀가루나 메밀국수를 백면이라 했는데, 고려말 학자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 ~1396)의 『목은집(牧隱集)』에 제3권 '산역(山驛)에서' 읊다 라는 시(詩)에 "羊肉白麵腸中堆(양육백면장중퇴)양고기와 메밀국수는 창자 가득 담았는데"라는 구절이 있고, 조선후기의 실학자 유암(流巖) 홍만선(洪萬選, 1643년-1715년)의 『산림경제(山林經濟)』에도 메밀국수가 백면으로 나온다.
반면 조선시대 예학의 최고 학자로 알려진 사계(沙溪) 김집(金集 1574 ~ 1656)의 『신독재전서(愼獨齋全書)』에는 메밀국수가 목맥면으로 나온다.
그 외에도 메밀국수를 교맥면(蕎麥麵), 국숫물인 교맥면수(蕎麥麵水) 와 단물에 풀어 먹는 교맥당수(蕎麥糖水)가 있다.
이 메밀국수는 일반백성은 물론 궁중에서도 제례상에 올렸을 뿐만아니라 즐겨 먹었던 것 같다.
『승정원일기(承政院日記)』인조 27년(1649) 5월 23일자에 전물(奠物) 가운데 메밀국수는 제철이 아니니 녹두가루로 만든 실국수를 올리라고 나오며, 『일성록(日省錄)』정조20년(1796) 2월11일 수라상에 메밀국수 한그릇이 올라와 있다.
조선시대의 궁중연회를 기록한『진연의궤(進宴儀軌)』「전선사 내 . 외숙설소(典膳司 內 . 外熟設所)」에도 메밀국수가 올라가 있다.
조선말 도자기를 생산하던 분원공소(分院貢所)의 공인(貢人)이던 지규식(池圭植)이 조선 고종 28년, 1891년부터 1911년까지 약 20년 7개월 동안 쓴 일기『하재일기(荷齋日記)』에 보면 메밀국수를 혼인 잔치에 부조를 했다고 나온다. 이로 미루어 당시까지 만해도 혼인 잔치의 국수가 밀국수가 아닌 메밀국수였음을 알 수가 있다.
1934년 7월13일자 「매일신보」를 보면 '평양의 명물 냉면 먹고 1명 사망 10명 중독'이라는 기사에 소위 막국수[黑麵]을 먹고 8명 중독된 사건이라고 나온다. 냉면을 막국수와 같은 음식으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메밀국수는 어느 지역에 국한된 음식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나 계층에 관계없이 먹었던 우리 고유의 국수다.
다만 이 메밀국수를 차게 해서 먹으면 냉면이요. 일반 백성들이 일상적으로 먹던 메밀 국수를 막국수라고 불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원도 산간 지역에서는 메밀 농사를 많이 짓다 보니 메밀수확을 많이 하게되고 자연 막국수나 전병 등을 자주 해 먹게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강원도 화전민들은 손님이 오면 메밀을 절구에 빻아 바로 만들어 내어 대접하는 귀한 음식 이었다.
막국수가 거무튀튀하기만 한 게 아니라 뽀얀 색을 띠는 것도 그런 이유다. 화전민들이 즐겨 먹던 막국수가 6 . 25 이후 생계 수단으로 상업화되기 시작했고, 1970년대 소양강댐 공사로 전국에서 몰려든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그 주변에 막국수집들이 하나 둘 등
장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알려지게 되었다. 특히 전국에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1981년 '국풍81'에서 막국수가 춘천의 대표음식으로 소개되면서 막국수는 춘천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춘천 막국수가 도내에서만 알려졌던 1980 - 1990년대까지만 해도 닭고기 육수를 부어 먹었으나, 이후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며 냉면 육수 스타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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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 남부 막국수. (사진= 김영복 연구가) |
춘천막국수의 진짜 맛은 제분 과정부터 특별한 순 메밀로 뽑는 막국수의 부드러움은 식감과 목 넘김 그리고 막국수를 먹고 난 식후의 편안함이 입증해 준다.
양념도 결코 지나침이 없는 순수한 맛이 절묘했다.
춘천에 살고 있는 지인은 막국수에 식초, 겨자를 넣고 교맥면수(蕎麥麵水)를 넣어 마치 물비빔 형태로 만들어 먹는다.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하면서도 난 면발과 양념 맛의 깊이를 음미하기 위해 비빔 형태로 먹었다.
맛있는 여행을 하면서 맛집을 찾을 때 제일 안전하게 가려면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을 가면 크게 손해는 보지 않는다.
김영복 식생활문화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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