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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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카르페 디엠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25-04-06 15:28
  • 수정 2025-04-07 09:34
  • 신문게재 2025-04-07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백낙
백낙천 교수
고대 로마의 서정 시인인 호라티우스가 황제 아우구스투스에게 바친 시 '오데즈(Odes)'의 마지막 구절에 나오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은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을 지닌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리고 1989년에 피터 위어가 감독하고 열정과 순수를 제대로 보여준 로빈 윌리엄스가 주연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이 문학 수업 시간에 한 말로 우리에게 더 친숙해졌다.

1859년 개교 이래 전통, 명예, 규율, 최고의 명문대 입학을 강요하는 전형적인 입시 위주의 명문 사립 기숙학교인 웰튼 학교에 부임한 키팅 선생은 학생들과의 첫 만남에서 휘트먼, 바이런의 시를 언급하면서 인생을 독특하게 살라고 하면서 기존의 관념을 깨드리는 파격적인 문학 수업을 하였다. 사실 '죽인 시인의 사회'는 키팅 선생이 학창 시절에 낭만주의 시인 소로우의 시에서 가져와 결성한 비밀 동아리의 이름이었다. 모교로 부임한 키팅 선생은 학생들에게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인생을 설계하는 창조적인 삶을 위한 공부를 하라고 하면서 학생들의 주체적인 판단을 가로막는 권위와 관습에서 벗어날 것을 가르쳤다. 문학 수업 첫 시간에 에반스 프리차드의 진부한 시론에 대해 비판하고, 시는 공식을 대입하여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없으니 과감하게 교재를 찢어 버리라고 하면서 우리가 인류의 일원이기에 시를 읽는 것이며 시는 그 자체가 삶의 목적이라고 말한 것은 기존 관습과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결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학생들은 키팅 선생의 독특한 수업 방식에 점점 감화되었고 스스로 변화되기 시작하였다. 시 '가지 않은 길'에서 프로스트가 통찰한 바대로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는 메시지를 깨닫게 하려고 교정으로 나와 학생들이 자유롭게 걸으면서 새로운 영감을 얻게 하려 했던 것은 '전통에 도전하라'는 키팅 선생의 교육법에 따른 수업 방식이었다. 키팅 선생이 교탁 위에 서면서 좀 더 높은 것에서 보면 세상은 달리 보인다고 하자 이어서 학생들도 책상 위로 올라갔으며 새로운 관점에서 끊임없이 사물을 관찰할 것을 당부한 키팅 선생의 가르침을 따랐다. 이렇듯, 리더십 강한 닐 페리를 중심으로 한 7명의 학생들에게 '죽은 시인의 사회'는 강압적인 학교와 숨 막힐 듯한 부모의 그릇된 욕망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자유로운 안식처였으며 7명의 학생들은 소로우의 시 구절처럼 스스로 자유롭게 살기 위해 숲으로 향했던 것이다.

리더십 강한 닐 페리가 연극을 하겠다는 도전은 카르페 디엠의 실천이었고 닐 페리의 연극 도전에 키팅 선생은 자신의 열정을 아버지에게 증명해 보이라면서 용기를 주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 일은 의과대학을 가라는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 되었고 닐 페리는 결국 비극적인 결말을 선택하였다. 이 사건으로 키팅 선생은 학교를 떠나게 되었고 키팅 선생이 해임되는 날 교장 선생이 대신한 문학 수업 시간에 평소 소심했던 토드 앤더슨의 용기 있는 행동에 학생들도 따라서 책상 위로 올라가서 키팅 선생에게 배웠던 방식으로 휘트먼의 시 한 구절이자 평소 키팅 선생이 불리길 원했던 '오 캡틴 마이 캡틴'을 외침으로써 학생들에게 올바른 교육이란 스스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임을 몸소 실천하였던 키팅 선생과 작별을 하였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는 지난 시대 미국의 한 귀족 학교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과연 무엇이 진정한 교육인가? 하는 물음을 우리에게도 던져 주고 있으며, 또한 키팅 선생처럼 인생의 진정한 멘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우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은 단순한 지식의 전달에 그치지 않고 학생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끼치는 의식적 과정이며, 바로 이 지점에서 키팅 선생은 학생들이 참된 자유와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되새길 수 있도록 격려하고 멘토링한 선생이었다. 2019년 제55회 백상예술대상 대상을 수상한 국민배우 김혜자 씨는 수상 소감에서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말고 오늘을 살아가라고 시상식에 참석한 후배들에게 권면했다. 그렇다! 그러므로 오늘은 어제 죽은 자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임을 기억하고, 오늘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끼면서 지금 이 시간을 의미 있는 삶으로 만들어 간다면 이것이 카르페 디엠을 실천하는 것이다.

/백낙천 배재대 국어국문·한국어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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