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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태 소장 |
과거, 자동차를 대표하는 교통수단 산업과 교통망을 구축하는 건설산업은 전형적인 종합 시스템 산업이었다. 이들 산업은 재료·소재 산업에서 시작하여 구성품을 생산하는 후방산업에서 이를 최종적으로 조립하고 활용하는 전방산업까지 영향을 미쳤다. 즉, 국가 산업 전반에 걸쳐 분포한 다양한 구성 요소들이 수직적 구조로 결합돼 최종적으로 교통수단을 생산하거나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러나 최근 인공지능과 같은 혁신 기술들의 등장과 기후변화 및 고령화 등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요구들이 생겨나면서, 모빌리티 산업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에서 변화가 촉발되고 있으며 산업구조 또한 재편되고 있다.
그 변화 중 하나는 모빌리티 시스템을 구성하는 기술의 모듈화이다. 모듈화는 하나의 시스템이 개별 기능 단위로 분할되어 개발되고, 현장에서 결합하여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함으로써 변경·수정이 유연하게 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모빌리티 시스템의 모듈화는 기존 수직적 구조에서 소프트웨어처럼 다양한 기능들이 유연하게 연결될 수 있는 수평적 구조로 변화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시스템의 경우, 기존 자동차의 구동 기능에 상황을 인지하기 위한 카메라, 라이다와 같은 검지 기능, 검지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한 인지 기능, 주변 정보를 전달받기 위한 통신 기능, 수집 정보를 기반으로 판단하기 위한 판단 기능 그리고 판단을 바탕으로 구동계를 제어하기 위한 제어 기능으로 구성된다. 따라서 어떠한 제품이라도 위엔 언급된 특정 기능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면 자율주행 시스템의 구성요소로 작동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이 등장하고 산업구조 또한 수평적으로 재편되면서 기존 대형 종합산업 형태가 아닌 모듈 단위에서 신산업이 가능하게 되었다.
신산업의 등장과 산업구조의 변화는 결국 새로운 혁신 기술이나 원천기술을 보유한 딥테크(Deep Tech) 스타트업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 이는 기존처럼 대규모 시스템 사업이 아닌, 주요 구성요소 단위의 개발로도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모빌리티라는 신산업의 등장으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삼일 PwC 경영연구원(2019)에 따르면, 2018년 글로벌 자동차 분야 매출에서 모빌리티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였으나, 2030년에는 19%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기존에 없던 이익 점유율도 1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처럼 스타트업의 기회가 넓어짐에 따라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지만, 성장하는 시장과 산업 환경에 비해 스타트업의 활성화 정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일반적인 지원 외에, 모빌리티 분야의 스타트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 지원이 필요할까?
모빌리티 시스템의 특성상 구성 모듈이 성공적으로 개발되었더라도 해당 모듈이 시스템 안에서 작동하는지 검증하기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스타트업의 여건상 다수의 모듈로 구성된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범용적인 시스템 검증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스타트업이 개발한 기술이 다른 기능들과 연계되어 모빌리티 시스템을 구성할 수 있는지를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완성된 시스템이 운행될 수 있는 대규모 실증 단지가 아니라, 시스템을 구성하는 모듈들이 연계되어 작동하는 플랫폼 안에서 일부 특정 모듈을 스타트업의 신규 모듈로 대체하여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체계에서 검증된 기술을 실제 환경을 묘사한 환경에서 다시 한번 검증하면 실용화 사업을 통해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이동산업이 일대 변혁을 겪으며 급성장하고 국가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첨단 모빌리티를 12대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했다. 또한, 여러 지역에서는 앞다투어 모빌리티 분야 벤처·창업을 통한 신산업 육성을 위하여 경쟁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모빌리티 분야 스타트업들이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적 디딤돌의 하나로 요소기술 실증 실험실이 마련되기를 바라본다.
/장기태 KAIST 모빌리티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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