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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환 대표 |
대게의 고장, 경상북도 영덕군은 전국 최초로 산불 긴급 모금을 고향사랑기부제 민간 플랫폼 위기브에서 시작했다. 지난해, 11억 원으로 경북 고향사랑기부제 모금 1위를 차지한 영덕군의 최우수 답례품은 반건조 오징어였는데, 산불로 제공 업체 공장이 전소됐다. 위기브 고객센터에서 기부자들에게 답례품 발송이 늦어질 수 있다는 양해 전화를 돌리던 중, 기부자들이 컴플레인하기보다는 오히려 격려하며 다시 기부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경우를 목도한다.
영덕군은 그간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생활 민원 기동처리반을 운영했다. 노령층 위주 1~2인 가구가 즐비한 영덕군 사정상, 전화 한 통으로 전등을 갈고 방충망을 수리해주는 주민 체감 복지 정책을 추진했다. 큰 예산이 들지 않지만, 기존 세금으로 하기 어려운 정책을 펼쳤던 기부 효능감을 뉴스레터, 알림톡 등을 통해 접한 기부자들은 우리 돈이 소중히 잘 쓰이고 있다는 점을 기억하고 있었다. 개미들은 군단이 되어 순식간에 29일 현재, 4억 6천만 원을 위기브에서 영덕군에 기부하게 된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애초에 '고향에 기부하자'는 컨셉으로 시작됐다기보다는, 모든 것이 집중된 서울수도권 사람들에게 '제2의 고향을 갖자'는 컨셉으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제2의 고향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그 지역을 책임지는 생활인구로 자연스럽게 발전하기를 원했던 게 원조 격인 일본 고향납세제 전반에 투영되어 있다.
무안 제주항공 참사 때, X(엑스·옛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로 고향사랑기부를 무안에 하는 것이 자리 잡게 되고, 이틀간 13억 원이라는 모금액이 삽시간에 몰리게 된다. 기부자들과 전라남도 무안군의 관계는 단순히 기부 한 번에서 끝난 게 아니라, 지역 특산품으로 답례품을 받고, 무안군으로부터 감사 편지를 받으면서 이어지게 된다. 결국, 고향사랑기부제로 이어진 인연은 지역 입장에서 '제2의 군민이다', '제2의 시민이다'는 관점으로 파생되어 잘 관리하려고 마음먹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의 선례를 보자면, 이런 흐름이 심화되어 복수주소제가 시행되고, '거주 인구보다 생활 인구가 세수 측면에서 나은 경우가 있다'는 사례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이런 일들은 열악한 지자체가 얼마나 신의성실한 민간 거버넌스를 만나 시너지를 내는지로 귀결된다.
근로소득자 입장에선 고향사랑기부제에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돌려받을 결정세액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향사랑기부제는 10만 원 기부할 때, 13만 원을 돌려받게 되는 신박한 제도인 셈이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로 경북 산불 피해 지원을 하는 다양한 방식들이 안내되는데, 현재 대중교통 플랫폼 <티머니GO> 앱에 접속하면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페이코(Payco)> 앱에서는 해당 기부에 참여할 시, 5,000포인트를 지급한다. 실익과 의미가 있는 제도에 개미 군단들은 기꺼이 뭉친다. 대중은 빠르고, 현명하고, 따뜻하지만 무엇보다 이성적이다. 고향사랑기부제에서도 그렇다.
/고두환 사회적기업 ㈜공감만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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