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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미술관 전시 모습 |
아미미술관(관장 박기호)은 당진의 폐교(구 유동초등학교)를 재생한 문화예술공간으로 자연과 어우러진 에코뮤지엄이자 다양한 기획전과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사립미술관이다.
아미미술관은 능선이 여인의 아름다운 눈썹을 닮은 아미산(蛾眉山) 자락에 위치하고 있으며 동시에 프랑스어로 친구(ami)라는 의미를 담아 '가깝고 친근한 미술관'을 지향하고 있다.
또 오섬의 소금창고를 복원한 후 당진에서 사라져가는 포구문화를 주제로 한 레지던시 작가들의 작업장으로 사용하는 등 근대 건축을 보존하고 개방하는 향토미술관으로서의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매화를 시작으로 분홍색 겹벚꽃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광으로 전국에서 3만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하는 아미의 봄에는 주로 아미의 작가展이 열린다.
올해는 봄에 맞춘 주제가 있는 아미의 작가전으로 '이곳은 꽃들이 있는 세상이다'의 제목으로 3인전이 열렸으며 이번 전시명 '이곳은 꽃들이 있는 세상이다'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 1817~1862)의 저서 '월든(Walden)'에서 인용한 것이다.
이는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소로우처럼 생태주의 미술관(Eco-Museum)으로 봄이면 백화만발하는 이곳 아미미술관을 연상시키면서도 직접적으로는 예술 안에서 다루어지는 꽃 혹은 꽃의 이미지를 보여줌을 암시한다.
아름다운 자연의 대명사로 불리는 꽃은 눈으로 보고, 향기를 맡으며 오감으로 즐길 수 있는 친숙한 대상이다.
또 꽃은 인간의 감정을 강하게 불러일으키므로 우리 삶 속에서 사랑과 감사를 표현하고 축하나 애도의 뜻을 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예술 분야에서도 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으며 실제로 꽃은 예술가들에게 시각적으로 강한 자극과 영감을 주기에 끊임없이 선호했으며 대표적으로 시든 꽃을 통해 삶의 덧없음을 보여주는 바니타스 정물화를 탄생시켰다.
이밖에 꽃향기 역시 프랜시스 베이컨이 '꽃의 숨결'이라 할 만큼 매혹적이어서 향수부터 바디용품·방향제·세제 등 일상 속 향기는 대부분 꽃을 닮아있다.
이 외에도 카네이션이나 수선화·장미·연꽃·샤프란·메리골드 등은 시대와 지역에 따라 의미와 상징성을 달리하며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 분야에서 흥미로운 역사를 피워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처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다양한 면모를 지닌 꽃의 매력을 예술가들의 날카로운 시선과 섬세한 손길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다.
꽃은 어린 시절 마음에 새겨진 낙원의 이미지를 참신한 기법으로 구현하는 대상이기도 하며(김서울) 도시 속 자연의 생명력을 보여주면서 장소에 따라 변화하는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소재이기도 하다(노정연).
한편, 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꽃이 아닌 피사체는 반전의 묘미를 선사하며 꽃의 이미지에 질문을 던진다(송광찬). 꽃은 세상에 널려있는 흔한 것이지만 예술가들에 의해 재탄생한 꽃의 이미지에서 특별한 신선함을 느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이번 전시는 6월 24일까지 계속할 예정이다. 당진=박승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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