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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추진 목적에 대해 정부는 "반려인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펫보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한수의사회는 '약물 오남용'을 이유로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는 진료기록이 외부에 공개되면 수의사 처방약을 오남용한 유통과 자가진료가 확산될 수 있어 동물 학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한수의사회는 그간 "진료기록 요구의 배경은 이해하지만, 먼저 약사예외조항 삭제와 자가진료 전면 철폐가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들은 약사예외조항으로 인해 동물용 의약품의 무분별한 유통·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사단법인 동물권행동 카라의 정책변화팀 신주운 팀장은 입법을 위해선 "수의사·보호자·입법부·행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머뭇거리는 사이, 반려동물 진료기록 미공개로 인한 반려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최근 대전의 한 동물병원을 찾은 보호자 A씨는 강아지의 혈전 증상으로 내원했지만, 예상보다 큰 비용이 청구돼 혼란을 겪었다.
A씨는 AI 챗봇과 수의학 논문을 통해 미리 '혈전색전증'을 의심했지만, 병원에서 들은 진단은 전혀 예상치 못한 '쿠싱 증후군'이었다. A씨는 "쿠싱을 의심한다며 혈전 관련 검사는 미루고, 수술과 입원 비용도 오르락내리락했다"고 전했다. 이후 A씨는 퇴원 후 진료기록부 공개를 병원에 요청했지만, 끝내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현행법상 자신의 반려견이라고 해도 병원의 동의 없이 반려인이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없다. A씨는 "기록을 봤다면 진료에 따르는 비용을 납득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동물병원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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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대.제 22대 발의된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제작=김주혜 기자 |
'동물병원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와 관련된 수의사법 개정안은 21대 국회에서만 7건 발의됐지만, 대부분 내용이 거의 동일한 채로 반복 발의돼 '임기만료폐기' 또는 '대안반영폐기'로 처리됐다. 문제는 이렇게 대안 처리된 법안에서도 진료기록 공개와 관련한 실질적인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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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양육 생태계 조성 관련 집중 규제개선 과제(총 11건) 중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 부분 |
수의사로 일했던 대전보건대학교 반려동물과 한아람 교수는 "기록 공개가 무면허 진료로 악용될 수 있다는 수의계의 우려는 일리가 있다"며 "제도 도입 전 충분한 방지책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관계 주체들이 '동물병원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에 대해 '조건부 입법'으로 입을 모은 것이다. 25년 하반기를 넘겨 '반려동물 진료기록 공개 의무화'가 좌초 된다면, 반려인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희망 고문'이 되기 일쑤다.
반려동물협동조합 김기현 대표는 "진료기록 제공 의무화가 의료계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며 "반대 측의 우려를 수렴해 최적의 시스템을 만드는 협의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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