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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언 기상청장 |
봄철은 대기의 움직임이 활발한 시기이다. 겨우내 축적된 찬 공기가 약해지고 남쪽에서 따뜻한 공기가 자주 밀려들면서, 두 기단의 힘겨루기로 기압 차이가 커진다. 이에 따라 강한 바람이 자주 불며, 특히 지형의 영향을 받는 특정 지역은 바람과 함께 대기가 건조해지며 산불의 위험이 커진다. 대표적인 예로 높새바람과 양간지풍이 있다.
높새바람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푄 현상이다. 늦은 봄에서 초여름 사이, 오호츠크해 고기압이 발달하고 우리나라 남쪽 해상으로 저기압이 지날 때 차고 습한 북동풍이 불게 된다. 이 바람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단열적으로 가열되어, 영서 지방에는 고온건조한 바람이 불어 들어온다. 높새바람 탓에 영서 지방은 대기가 메마르고, 산불이 발생하면 빠르게 확산할 위험이 커진다.
양간지풍은 강원도 양양과 간성(지금의 고성) 사이에서 불어오는 국지적 강풍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남쪽 해상에 고기압이 위치하고 북쪽으로는 저기압이 통과할 때, 남서풍이 태백산맥으로 유입되며 발생한다. 그리고 이 바람은 산 정상 부근에 역전층이 형성되면, 바람이 산맥과 역전층 사이를 지나 침강하면서 더욱 강한 바람을 만든다. 양간지풍에 의해 영동 지방은 더욱 건조해지고, 강한 바람이 지속되는 가운데 순간적으로 강한 돌풍이 발생하기도 하는 등 산불이 급격히 번지기 쉬운 조건이 형성된다.
또한,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지날 때는 기온은 올라가고 상대습도는 낮아져 대기가 더욱 건조해진다. 건조한 대기는 산불 발생의 빈도를 높이고, 작은 불씨도 빠르게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렇게 봄은 강풍과 건조함이 겹쳐 산불 발생의 위험이 큰 계절이다. 따라서 봄에는 늘 산불이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며, 작은 부주의가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기상청에서는 국민들이 강풍과 건조한 대기에 미리 주의하고 대비할 수 있도록 강풍특보와 건조특보를 발표하고 있다.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가 35%(경보 25%) 이하의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 발표된다. 강풍주의보는 풍속이 14(경보 21), 산지는 17(경보 24) 이상 지속되거나, 순간풍속이 20(경보 26), 산지는 25(경보 30) 이상 불 때 발표된다. 특보를 참고하면 산불 위험도를 미리 알고 일상 속에서 조심할 수 있을 것이다.
강풍특보와 건조특보를 통해 산불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과 더불어, 기상청은 산불이 발생했을 때 실시간 기상 데이터를 제공해 진화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산불은 기온, 습도, 바람의 변화에 따라 확산 속도와 방향이 달라지기에, 정확한 기상정보를 제공하고자 노력 중이다. 특히, 시시각각 변하는 바람에 대한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현장에 기상관측차량이나 이동형 기상관측장비를 투입하고 있다. 이동하면서 실시간으로 수집한 기상요소들은 산불 진화 전략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산불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한 재해다. 특보를 참고하여 건조한 날씨에는 논·밭두렁 소각을 자제하고, 강풍이 부는 날에는 작은 불씨도 쉽게 번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조심한다면, 산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기상청은 올봄에도 건조와 강풍에 대한 상황과 예상 정보를 제공하여, 산불 예방과 진화를 도울 것이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에 맞서 함께 노력하여, 우리 모두 산불 피해 없이 따스한 기운을 마음껏 느끼며 안전하고 행복한 봄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장동언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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