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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
최근, 놀라운 사실이 기사화됐다. 호주의 한 신생 기업인 코티컬 랩스(Cortical Labs)가 컴퓨터 칩 상에 인간의 뇌세포를 배양하여 세계 최초 바이오컴퓨터(CL1)를 상용화한 것이다. 반도체가 담당하던 계산 영역을 인간의 뇌세포로 대체한 것이다. 실리콘(반도체)를 대체한 인간의 뇌세포는 매우 빠르고 유연해 챗GPT와 같은 대규모 언어모델(LLM)을 학습하는데 성능에 있어 기존의 반도체 칩보다 훨씬 좋다고 발표했다. 기존의 반도체 인공지능은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해야 추론이 가능하던 것을 인간의 뇌세포를 이용한 바이오 컴퓨터는 소량의 데이터만으로도 추론이 가능해 속도도 빠르고 소비전력에 있어서도 훨씬 낮다는 것이다. 물론 가격도 싸다. 배양 접시 위에서 뇌세포를 배양하므로 접시뇌(Dish Brain)라고도 불리는 이 바이오 컴퓨터는 지난 2022년, 블록깨기와 유사한 퐁게임에서, 게임의 규칙을 익히고 게임을 수행하는데 기존 반도체 칩은 90분이 걸린데 반해 접시뇌는 단 5분만에 게임을 익히는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던 바로 그 기술이다.
기본적으로 뇌세포는 신경세포로 세포핵이 있는 부분의 여러 수상돌기에서 신호를 받아 축삭 돌기를 통해 다음 신경세포로 신호를 전달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축삭 돌기에서 다음 신경세포로 신호를 전달할 때, 신호를 보내는 부분과 신호를 받는 부분의 접점을 시냅스라고 하는데, 시냅스에서 신호가 전달될 때 항상 같은 크기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잘 호응하는 신경 사이에는 신호가 잘 전달되는 반면에 서로 잘 호응하지 않는 신경세포 간의 시냅스에서는 신호가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이를 흉내 내어 컴퓨터에서 구현한 것이 인공지능 AI이고, 각 시냅스 별로'어느 정도 신호를 전달할 것인지'를 정해 주는 것을 인공지능에서는 '학습한다'라고 표현한다. 실리콘을 기반으로 한 컴퓨터 칩 속에 있는 뇌세포를 흉내 낸 시냅스에 신호전달 정도를 '학습'을 통해 정해놓으면, '개 사진'을 입력하면(보여주면) '개'라는 소리를 출력한다(말한다). 이렇게 학습해서 정해야 하는 '얼마나 신호를 전달할 것인지'가 AI 컴퓨터 속에는 너무 많은 까닭에 모두 정하는 데는 너무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1조 개의 '얼마나 신호를 전달할 것인지'가 있는 GPT-4를 학습하는데 100일 동안 무려 6230만 kWh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보고도 있다. 인간의 뇌를 이용한 컴퓨터는 이 '얼마나 신호를 전달할 것인지'를 거의 스스로 결정한다. 에너지 측면에서나 효율성 측면에서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여준다.
2018년 4월, 예일대학교 뇌과학자인 네나드 세스탄은 도살장에서 가져온 100~200마리의 돼지 뇌에 인공혈액을 공급하는 실험을 했다. 이미 몸에서 분리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른 돼지의 뇌는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돼지의 뇌 속 신경세포들이 정상활동을 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죽음이란 것이 어떤 '순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죽음의 순간'을 '죽어가는 동안'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몇 시간일지 며칠일지 모르지만, 돼지의 뇌에서 이런 것이 가능했다면 인간의 뇌는 불가능할까? 인간의 뇌세포를 배양해 어떤 판단을 하고, 말을 알아듣고, 우리와 이야기를 한다면, 이것은 인공지능인가? 아니면 인간지능인가? 인간의 뇌세포가 스스로 결정한 '얼마나 신호를 전달할 것인지'를 실리콘 컴퓨터 칩으로 읽어낸다면, 실제 우리의 뇌 속에 있는 수많은 '얼마나 신호를 전달할 것인지'도 읽어내지 못하란 법이 없다. 내 뇌 속의 기억을 컴퓨터 속으로 '다운로드'하는 것이다. 드디어 나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도 있고, 세상 모든 곳에 편재해 있을 수도 있다. 무서운 일이다. 김성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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