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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서 늘봄학교 대면인계를 받은 보호자가 아이와 함께 하교하고 있다. /사진=이은지 기자 |
초등학교 늘봄학교 '대면인계 동행귀가' 방침이 적용된 지 3주째인 21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초등학교 앞 정문은 노란 학원차량으로 붐볐다. 교내 현관 입구에선 아이들이 질서정연하게 부모나 학원 선생님을 만나 귀가하고 있었다.
A학교는 정규 수업이 끝난 2시부터 3시까지 오후늘봄이 실시된다. 기존 방과후수업과 돌봄교실이 통합된 늘봄학교는 올해부터 2학년까지 확대 운영 중으로 이용 학생들의 귀가 안전관리가 한층 강화됐다.
보호자가 현관 1층 안전보호실 옆 인터폰으로 돌봄교실에 연락하면 아이들은 하교도우미와 함께 나와 인계됐다. 손주를 데리러 온 할머니는 익숙한 듯 차분하게 아이가 나오길 기다렸다가 반갑게 손을 잡고 품에 안기도 했다.
한 학원 관계자는 교내에 차량을 주차하고 내려 현관까지 아이들을 데리러 왔다. 3~4명의 아이들은 학원 관계자를 만나자마자 가방 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달라고 채근하며 빠른 걸음으로 학원차에 올라탔다.
미술학원 차량을 운행하는 50대 김모 씨는 "하교도우미 선생님이 아이들과 현관까지 동행하니 한결 불안감이 덜하다"며 "2층 교실의 경우 계단만 내려오면 되는 짧은 동선이지만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생길 수 있기에 대비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60대 손모 씨는 손주를 반갑게 맞으며 옷과 가방까지 뺏어 들었다. 올해 2학년인 손주의 등하교를 돕고 있는 손 씨는 대면인계에 대해 물으니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손 씨는 "그나마 아이를 직접 인계받으니 나은 상황이지만 불안한 마음은 여전하다. 학교도 개선책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으니 믿는 수밖에 없지 않나.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어른들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면인계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학교도 있었다. 같은 날 찾은 중구의 B학교는 드문드문 동행귀가가 이뤄져 한산한 모습으로, 보호자가 1층에서 인터폰을 하면 돌봄교실에서 얼굴을 확인한 뒤 아이가 혼자 나오기도 했다. 반면 학교 방문객은 1층 안전지킴이실에서 인적사항을 꼭 기입하도록 해 외부인 관리가 비교적 철저하게 이뤄졌다.
1학년 아이를 데리러 온 30대 박모씨는 "원래 교실 문 앞까지 가서 아이를 데려오곤 했는데 얼마 전부터는 인터폰으로 보호자 얼굴만 확인한 뒤 아이가 혼자 계단을 내려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지난달 하늘이 사건 이후 늘봄학교의 '대면인계 동행귀가' 방침을 세웠지만, 학부모의 자율귀가 동의가 있을 땐 보호자 없이 학생 혼자 귀가하기도 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아이와 귀가 동행이 어려운 맞벌이가정에 예외 없이 원칙을 적용할 경우 당장 하교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학교별로 재량껏 학부모 동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대전교육청 교육복지안전과 관계자는 "맞벌이가정은 사실상 동행귀가가 어려워 자율귀가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늘봄실무원 등과 회의를 통해 학교현장 의견을 수렴 중으로 학생들의 안전을 위해 더욱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지 기자 lalaej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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