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설재균 팀장 |
이장우 대전시장은 취임 초 확대간부회의에서 "저 있는 동안에는 '일류 경제도시 대전'을 사용하고 대신 초록색은 전통이 있기 때문에 유지하는 게 좋겠다. 매몰 비용이 들지 않는 부분에서 문제 있는 건 교체해도 괜찮다"고 말했다.
봄을 맞이해 대전시가 새단장에 여념이 없어보인다. 최근 빨간색이던 '일류경제도시 대전' 시정구호가 초록색으로 변경되는 장면이 몇몇 보인다. 시정구호는 행정 철학과 비전을 함축적으로 시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인데,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10년부터 사용된 시정구호를 살펴보면 '세계로 열린 대전', 꿈을 이루는 시민', '시민을 행복하게, 대전을 살맛나게', '새로운 대전, 시민의 힘으로', '일류경제도시 대전'으로 이어진다. 민선 8기에서 시민이 삭제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전이라는 도시가 시민과 상호작용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닌 이장우 시장 개인의 구상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질됐다.
이러한 기조는 12.3 비상계엄 때 고스란히 드러났다. 당시 이장우 시장의 행보는 확인 된 것이 없다. 계엄 당일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에 왜곡을 한다며 답변을 선택적으로 거부하며 오히려 언론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그 날 이장우 시장이 대전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고 싶지만, 알 수 없다. '시민'이 삭제된 시정구호처럼, 위기 속에서 이장우 시장은 대전시민을 위한 존재가 아니었다. 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행동이었고, 공감 능력이 결여된 행정이었다.
초록색으로 변경의 의미는 지역정당 창당으로 해석 할 수도 있다. 한국 정치사에 자유민주연합 (자민련)이 있었고, 충청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결국 중앙정치에서 밀려나며 사라졌다. 이 자민련의 상징색이 초록색이었다. 국민의힘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초록색을 선택한 것을 우연으로만 보기에는 어렵다. 이후 색깔 변화가 실제 정치적 변화로 이어진다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로 보면 단순한 이미지 정치에 그친다. 색깔만 변한다고 해서 이장우 시장의 정책 방향이 새로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점 찍고 돌아오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마지막으로 초록색이 민선 8기, 이장우 시장 본인에게 어울리는 색인지 묻고 싶다. 이장우 시장은 보문산 개발을 비롯해 갑천 물놀이장 건설을 추진 했다. 최근에는 중촌근린공원을 철거하고 3천300억원을 들여 클래식 음악전용공간을 건설하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선다. 시민의 휴식공간을 제거하고,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초록색을 상징색으로 내세우는 것이 타당할까? 초록색의 상징이 친환경 도시, 지속가능한 발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뜻한다면 이장우 시장의 정책 방향은 오히려 정반대로 나아가고 있다. 초록색은 과분한 색이다.
시민이 원하는 것은 색깔의 변화가 아니라 정책의 실질적인 변화다. 색깔을 바꾼다고 해서 새로운 정치와 정책 시작될 리 없다. 그 시작은 정책과 행정 철학의 전환에서 나온다. 하지만 남은 임기동안 이장우 시장의 정책이 변화 가능성은 낮으니 그저 색깔놀이에만 열중하던 단체장으로 남을 것이다.
/설재균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의정감시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