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양에서 태어난 윤 여사는 세 차례 유산을 겪는 등 힘들었던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서울에서 공장과 행상을 하며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다고 한다. 좀처럼 가난의 굴레를 벗지 못하자 1970년 단돈 500원을 들고 정착한 곳이 부산이다. 몸에 밴 부지런함과 성실함으로 숙박업을 시작해 성공한 후 지은 6층 건물이 충남대에 기부한 부산 영도 남항 인근의 '동남여관'이다. 윤 여사는 "그곳에 인생이 모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윤 여사는 1990년 '김밥 할머니' 정심화 이복순 여사가 충남대에 전 재산을 내놓았다는 소식을 듣고 기부를 다짐했다고 한다. 30여 년의 시공간을 뛰어넘는 기부의 선한 영향력이다. 최근 청양의 70대 독거 노인은 임종을 사흘 앞두고 통장에 남은 돈 500만원을 사회복지협의회에 기부해 지역사회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그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작은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범한 이웃들의 기부에는 삶의 서사가 담겨 있어 감동 이상의 여운을 남긴다. 웃을 일이 많지 않은 시절,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곳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기부에 인색한 나라로 꼽혀온 우리나라에서 최근 개인 기부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한다. 경기침체 시기에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타심과 나눔의 정신을 실천하는 기부의 미덕이 확산, 이기심으로 혼란한 사회를 정화하는 촉매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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