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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클라베' 포스터. |
신의 대리인이라는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은 선출되고 싶은 마음에 갖가지 모략과 술수가 난무합니다. 닫힌 공간에서 벌어지는 음모와 속속 드러나는 사건의 추적은 흡사 탐정 추리물 영화 같습니다. 얼마 전 영화 <하얼빈>에서 본 달리는 열차 안에서 밀정을 찾아내려는 숨 막히는 추격전과 유사합니다. 저잣거리의 범인들이 아니라 최고 종교 지도자들의 회합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라 더욱 긴장되고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놀랍게도 이 폐쇄된 음모의 공간에 카메라가 진입합니다. 그러므로 관객인 우리는 고스란히 이 모든 광경을 장애 없이 관찰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에 갑자기 벌어진 외부의 폭발로 이 밀실의 창문이 깨지고 바람이 스며듭니다. 관찰자인 관객에게는 종교 지도자들의 숨겨진 실체를 보게 하고, 외부 세계의 바람을 통해서는 교황 선출의 흐름이 바뀌도록 합니다. 추기경들은 자신들이 벌이는 어떤 일도 외부인들은 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권모술수와 합종연횡으로 교황을 선출할 수 있다고 여깁니다. 실로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탈리아와 비이탈리아, 개혁 세력과 전통 고수 세력 등으로 갈라진 추기경들은 3분의 2 이상의 득표자가 나오기까지 상대편에 대한 음해와 자기 세력의 추가 확보를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합니다. 콘클라베의 단장으로서 모든 과정을 관리해야 하는 로렌스 추기경도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저마다 타당성을 주장하는데 실은 인간적이고 세속적이며 과거와 현재의 시간에 국한된 논리입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이 인간적이고 세속적인 것들, 과거와 현재를 뛰어넘어 미래로 향하는 흐름입니다.
영화에서 사건의 흐름과 가장 독립적인 대목은 로렌스 단장이 연못을 빠져나와 성당 안으로 들어온 거북이를 안고 다시 원래 자리에 놓아 주는 장면입니다. 긴박하고 숨 막히는 분위기가 멈추고, 고요하고 느긋한 평온함이 낯설기까지 합니다. 결국 그는 섭리에 순응합니다. 잘 짜인 화면 구도, 치밀한 서사, 배우들의 빼어난 연기 등 이 영화는 한 편의 훌륭한 종교극이자 정치 드라마입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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