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위험한 대화, 힘이 되는 대화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위험한 대화, 힘이 되는 대화

정연헌 변호사

  • 승인 2025-03-20 17:08
  • 신문게재 2025-03-21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정연현-변호사
정연헌 변호사
대화 중 나누는 이야기는 크게 나에 대한 이야기와 남에 대한 이야기로 나눌 수 있다. 나에 대한 이야기는 과도한 자기 자랑이 아니라면 크게 흠될 것이 없다. 남에 대한 이야기는 때와 장소, 듣는 사람들의 성향에 따라 적절한 수위에서 해야 한다. "그 사람 앞에서 할 수 없는 말을 그 사람 없을 때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고, "앞에서 할 수 없으니 뒤에서라도 해야 할 때가 있다"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 없는 고약한 직장상사나 직장동료에 대한 이야기는 좋은 술 안줏거리가 될 수 있으나 순간의 기분과 분위기에 취하여 함부로 이야기하다가는 관재·구설에 휘말릴 수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내가 한 말이 돌고 돌아 그 사람 귀에 들어가면 참으로 난감하다. 이때를 대비하여 그 말을 하게 된 최소한의 명분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깨끗이 사과하고 기분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 일이 심각해지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명예훼손죄가 있어 다른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이야기하더라도 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면 처벌받을 수 있다. '진실한 사실로써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SNS를 통하여 남을 비방하면 '전기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다. 경찰에 출석하여 그 말이 사실이라는 점, 명예훼손 의도가 없었다는 점, 공익을 위한 점 등을 입증해야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있으나 그렇게 녹녹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공개적인 회식자리가 아니라 단둘이 있을 때 "쉿, 이건 너만 알고 있어"라며 남의 숨기고 싶은 비밀을 말하는 순간 내가 전한 '발 없는 말'은 천리(千里)를 가게 되어 있다. 사람은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강조하여 들으면 더더욱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비밀을 말할 때 상대방이 놀라움을 표하는 순간 스릴과 흥분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 "너만 알고 있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소문이 소문을 낳고 끝내 그 소문의 진원지가 밝혀져 다시는 보지 않는 사이가 되거나 형사 처벌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믿음과 친밀함을 키우기 위하여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악의 비밀은 끝까지 아껴두고 신부님에게나 털어놓아야 할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공감해 주고 나를 배려해 주는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털어 놓은 비밀이 나를 향한 무기로 돌아올 수 있다.

남의 험담이 아니라 소시오패스적인 직장상사나 직장동료, 이웃 등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하였을 때,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힐 때에는 직장동료나 가까운 친지에게 고민을 상담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너무 소심하여 그 부당함을 따지지도 못하고 주변에 알리지도 못하고 그것을 가슴속에 묻어두고만 있다가 화병이 걸리고 퇴사를 하거나 생각하기도 끔찍한 나쁜 선택을 하여서는 안된다. 가까운 직장동료,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나의 피해를 알리고 공론화시켜 더 이상 소시오패스의 갑질이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갑질은 더욱 심해져 견디기 힘들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갑질을 한 사람이 적반하장으로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으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거나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대부분 혐의없음 처분이 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다.

평소에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고, 위로받고, 함께 용기를 내어 행동할 수 있는 친구와 동료들이 있으면 이 험한 세상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비밀을 공유하고 지켜줄 수 있는 동료와 친구가 있으면 그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둔산 리빌딩’…대전 둔산 1·2지구, 재건축 움직임 본격 시동
  2. 대전 치매환자 등록률 46% 전국광역시 '최저'…돌봄부담 여전히 가족에게
  3. '산불 복구비 108억, 회복은 최소 20년'…대전·홍성 2년째 복구작업
  4. 아이 받아줄 사람 없어 '자율 귀가'… 맞벌이 학부모 딜레마
  5. 4월부터 우유, 맥주, 라면 등 '줄인상'
  1.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2.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3.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4.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5.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헤드라인 뉴스


돌아오는 충청권 의대생들… 모집인원 동결 이번주 판가름

돌아오는 충청권 의대생들… 모집인원 동결 이번주 판가름

의과대학 학생들이 집단휴학을 철회하고 학교에 복학을 신청하면서 의학교육이 1년 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교육부는 학생들이 실제 수업에 참여하는지 살펴보고 복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혀 이번 주 의대정원을 증원 전으로 돌리느냐 중요한 시간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정한 의대생 복귀 시한인 31일 전국 대다수 의대가 등록을 마감한 가운데 대전과 충남·북의 의대에서도 대체로 학생들이 복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충남대 의대는 3월 30일 복학 신청 접수를 마감했으나 몇 명의 학생들이 복학했는지 아직 공표하지 않고 있다. 당초 2월 2..

케이크 가격 4만원대?... 생일 초 불기도 부담되네
케이크 가격 4만원대?... 생일 초 불기도 부담되네

소비자 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식품·외식업계 가격 인상이 계속되면서 케이크 가격도 4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31일 해당 업계에 따르면, 투썸플레이스는 최근 커피와 음료, 케이크 가격을 올렸다. 케이크 가격은 2000원 올리고 조각 케이크는 400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스트로베리 초콜릿 생크림(스초생)은 3만 7000원에서 3만 9000원이 됐다. 스초생 2단 제품은 4만 8000원이다. 딸기 생크림은 3만 6000원이고 클래식 가토 쇼콜라 가격은 4만원이다. 조각 케이크는 생딸기 우유 생크림은 9500원으로 1..

대전시, 자전거고속道 구축 필요성 고개…단절구간 많아 교통분담 제자리
대전시, 자전거고속道 구축 필요성 고개…단절구간 많아 교통분담 제자리

탄소 중립을 위한 대표적 교통수단인 자전거 이용을 높이기 위해 대전시가 '자전거 고속도로망'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10년간 자전거 도로는 크게 증가했지만, 단절 구간이 많아 교통 분담률이 크게 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1일 대전세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대전시 자전거 고속도로 도입을 위한 기본구상 연구' 보고서를 보면 대전의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2023년 기준 937㎞로 2010년 586.9㎞ 보다 6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자전거 분담률은 1.85%(2021년 기준)로 여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3색의 봄 3색의 봄

  • ‘안 오르는 게 없네’…라면, 우유, 맥주 4월부터 인상 ‘안 오르는 게 없네’…라면, 우유, 맥주 4월부터 인상

  •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꽃샘추위 이겨낸 야구 열기…한화생명 볼파크 세 번째 매진

  • ‘어떤 나무를 심을까?’ ‘어떤 나무를 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