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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헌 변호사 |
그 자리에 없는 고약한 직장상사나 직장동료에 대한 이야기는 좋은 술 안줏거리가 될 수 있으나 순간의 기분과 분위기에 취하여 함부로 이야기하다가는 관재·구설에 휘말릴 수 있으니 특히 조심해야 한다. 내가 한 말이 돌고 돌아 그 사람 귀에 들어가면 참으로 난감하다. 이때를 대비하여 그 말을 하게 된 최소한의 명분은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아니면 깨끗이 사과하고 기분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 사람이 명예훼손죄로 고소하면 일이 심각해지게 된다.
우리나라에는 명예훼손죄가 있어 다른 사람에 대하여 사실을 이야기하더라도 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면 처벌받을 수 있다. '진실한 사실로써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에는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SNS를 통하여 남을 비방하면 '전기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으로 가중처벌될 수 있다. 경찰에 출석하여 그 말이 사실이라는 점, 명예훼손 의도가 없었다는 점, 공익을 위한 점 등을 입증해야 형사 처벌을 면할 수 있으나 그렇게 녹녹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공개적인 회식자리가 아니라 단둘이 있을 때 "쉿, 이건 너만 알고 있어"라며 남의 숨기고 싶은 비밀을 말하는 순간 내가 전한 '발 없는 말'은 천리(千里)를 가게 되어 있다. 사람은 말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강조하여 들으면 더더욱 말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비밀을 말할 때 상대방이 놀라움을 표하는 순간 스릴과 흥분을 느끼는 경향이 있어 "너만 알고 있어"는 불가능한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소문이 소문을 낳고 끝내 그 소문의 진원지가 밝혀져 다시는 보지 않는 사이가 되거나 형사 처벌을 받는 경우도 생긴다.
믿음과 친밀함을 키우기 위하여 자신의 비밀을 털어 놓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악의 비밀은 끝까지 아껴두고 신부님에게나 털어놓아야 할 것이다. 상대방이 나를 공감해 주고 나를 배려해 주는 정의로운 사람이 아니라면 내가 털어 놓은 비밀이 나를 향한 무기로 돌아올 수 있다.
남의 험담이 아니라 소시오패스적인 직장상사나 직장동료, 이웃 등으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하였을 때, 그것도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나를 괴롭힐 때에는 직장동료나 가까운 친지에게 고민을 상담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너무 소심하여 그 부당함을 따지지도 못하고 주변에 알리지도 못하고 그것을 가슴속에 묻어두고만 있다가 화병이 걸리고 퇴사를 하거나 생각하기도 끔찍한 나쁜 선택을 하여서는 안된다. 가까운 직장동료,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나의 피해를 알리고 공론화시켜 더 이상 소시오패스의 갑질이 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갑질은 더욱 심해져 견디기 힘들게 될 것이다. 이런 경우 갑질을 한 사람이 적반하장으로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으나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다거나 명예훼손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대부분 혐의없음 처분이 되고 있으니 너무 걱정할 일은 아니다.
평소에 흉금을 터놓고 대화하고, 위로받고, 함께 용기를 내어 행동할 수 있는 친구와 동료들이 있으면 이 험한 세상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의 비밀을 공유하고 지켜줄 수 있는 동료와 친구가 있으면 그 얼마나 행복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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