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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춘순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가 대전 둔산동 집무실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
고춘순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는 최근 대전 둔산동 사무실에서 중도일보와 만나 과거 대전가정법원 법관 시절 소년보호사건 청소년들이 미래의 자신에게 쓴 편지를 꺼내 보였다. 소년담당 판사이던 그는 징벌적 교정에서 벗어나 교육적 선도를 하고자 열흘간 함께 하는 '길 위의 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고 변호사는 "당시 함께 걸었던 친구들과 도보 마지막 날 10년 후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각각 써서 제가 모아서 보관했는데, 근무지를 옮길 때마다 잊지 않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다"라며 "청주와 전주지법에서 형사와 민사사건을 심리하면서 시간을 내지못해 그들에게 보내주기로 약속했던 시기보다 1년 늦어졌으나, 변호사로 개업해 이제 발송할 계획인데 받아볼 친구들을 생각하니 제가 벌써 설렌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청주지방법원 형사합의부와 형사단독 법관을 거쳐 가장 최근에 전주지법 부장판사로 지난 2월 퇴직했다. 그가 청주지법 형사단독 재판장을 맡을 때 검찰이 최고 징역 10년을 구형한 지역주택조합 재개발 사건의 당사자들을 보석으로 석방하고 결국 벌금형으로 마무리한 사건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재판으로 꼽았다. 토지확보율 등을 속여 조합 사업비 288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조합 임직원과 홍보대행사 등 7명이 구속상태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이들에게 검찰 구형대로 장기간 구속하는 형사 처벌을 내릴 수 있으나 그러면 처벌 수위는 높아져도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에서는 멀어지고 해당 사업은 좌초되는 사회적 비용을 고민했다. 기소된 피고인들을 여러 차례 심문해 피해 회복에 의지를 확인하고 이들을 모두 보석으로 석방했다. 그리고 사업을 재개할 시간을 주고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를 재판 때마다 확인하고 재확인을 거쳐 결국에는 조합원 총회에서 손해배상 합의까지 이르게 되어 최종 벌금형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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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춘순 변호사가 대전가정법원 소년전담 법관 때 청소년들이 미래의 자신에게 작성한 타임캡슐 편지. 그는 이 편지를 11년만에 발송할 예정이다. (사진=임병안 기자) |
고 변호사는 2015년 변호사 개업 후 2019년 판사로 재임용되었다가 다시 변호사의 길을 걷는다. 고 변호사는 "전에는 개인 변호사였다면 지금은 변호사 10명으로 이뤄진 법무법인의 대표가 되었고, 어려운 사건을 올바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법리를 잘 정리해 설득하는 게 변호사 역할"이라며 "바쁘다는 이유로 청소년과 상담 선생님과 교류를 못했으나, 앞으로 봉사활동을 재개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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