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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낙문 세종도시공사 경영본부장 |
우선은 국가를 균형있게 발전시킬 종합적인 계획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계획은 실천의 원동력이다. '국가기간교통망계획'이란 게 있다. 향후 20년간 국가의 도로, 철도, 항공 등 핵심 교통망의 건설 및 유지관리에 관한 계획이다. 이 계획은 5년마다 수정·보완 된다. 또한 이를 토대로 국가철도망계획 등 하위 계획이 상세하게 수립되어 집행된다. 우리나라의 교통망 체계가 다른 경쟁 국가에 비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아득한 얘기 같지만 1990년대 교통사고로 연간 약 1만3000명에 사망했고, 10만명이 영구장애를 입었다. 사상자도 엄청났지만 OECD 최하위 수준이라 국가 신인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부가 맨 먼저 한 것이 '국가교통안전계획'의 수립이었다. 중·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한 후 각종 안전정책을 발굴, 계획에 반영했고 이것을 바탕으로 정부는 20~30년간 흔들림 없이 안전정책을 추진하였다. 그 결과 2023년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는 1990년대의 20% 수준인 2551명으로 크게 감소하였다. 외국의 전문가들조차 그 성과에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성과는 중·장기적인 목표와 추진해야 할 사업을 갖춘 종합적인 국가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도권집중과 지방소멸이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임을 지적하고 분개하면서도 이를 타개할 '중·장기적인 종합계획' 이란 게 없다. 계획이 없으므로 달성할 목표가 없고 흔들림없이 꾸준히 추진할 전략이나 사업도 없다. 선거에서 후보가 표를 얻기 위해 내지른 공약이 대단한 정책 인량 논의되다 정권이 바뀌면 추진력을 잃고 슬그머니 사라지거나 표류하기 십상이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추진할 추진조직의 허약함도 큰 문제이다. '균형발전위원회'라는게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위원회는 큰 일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 장관급이라 하나 장관보다 훨씬 못한 권한에 정치적인 위상도 낮다. 고도의 전문성과 추진력 및 행정력을 갖춘 인사가 조직을 이끌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조직의 구성원도 마찬가지이다. 각 부처에서 파견된 직원이라 조직에 대한 애착도 업무에 대한 실천의지도 크지 않다. 잠시 거쳐 가는 자리 정도로 인식되어 있다. 이러다 보니 균형발전에 대한 전문성과 지식, 경험도 쌓이지 않는다. 추진조직이 허약하니 중앙정부 간 혹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정책조율에 한계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파트 층수 논란이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지역에 위치한 은마 아파트, 압구정동 아파트를 49층으로 허용한다는 서울시의 결정이 있었다. 아파트를 현재의 10~15층에서 49층 고층아파트로 재개발하면 당장은 인근의 수도권 거주자가 그 아파트를 채우겠지만 그 수도권의 빈자리는 결국 지방인구로 채워져 지방의 인구유출로 이어진다. 이것이 지금까지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지방소멸의 본질이다. 한쪽에서는 수도권 과밀을 부축이고 다른 쪽에서는 지방소멸대책을 찾느라 분주하다. 이러한 정책의 엇박자는 국가균형발전을 이끄는 추진조직의 허약함에서 생긴 문제이다.
국가균형발전은 나라의 틀을 바꾸는 아주 커다란 과제이다. 중·장기적인 종합적인 계획과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강력한 조직 없이는 지금까지의 실패를 반복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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