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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
그러면서 어떻게 한국 법원에서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판결을 할 수 있냐고 따져 묻는다.
2013년 2월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2016년 인도청구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핵심적인 쟁점은 서산 부석사에서 1330년 제작한 불상이 어떤 일이 있었기에 1526년 일본 대마도의 관음상에 안치되었나 하는 점이었다. 부석사 불상 봉안위는 역사 자료와 부석사의 자연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한 결과 1378년 9월 왜구에 의한 약탈로 특정하고 재판부에 피력했다. 그 결과 1심부터 3심까지 '왜구 약탈의 상당성'을 인정했다. 이는 대단히 중요한 내용이다. 대마도에는 한국 불상 87점이 있다. 대부분 고려 불상이다. 대마도를 포함한 서일본 지역에는 집중적으로 고려 불화, 불상, 범종, 청자 등에 대해 취득 경위가 불명(不明)인 채 산재(散在)되어 있다. 일본 정부가 지정한 국보, 중요문화재 113건은 한국에서 제작된 것이다. 이 중에 고려유산이 75건이다. 왜 이토록 많은 고려유산이 1930년 이전에 일본의 문화재로 지정했는지? 이유를 밝히는데 있어 '고려말 왜구 약탈'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럼에도 학계에서는 이를 규명하는데 소홀히 하고 정부에서는 이를 '옛 일'로 방치했다. 이런 점에서 부석사 불상이 '왜구 약탈' 사실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러나 재판부는 일본 측이 주장한 민법에 따른 점유 시효 성립을 받아들여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오심이다. 자주 점유가 아닌 타주 점유의 경우에는 불성립한다는 판례가 있다. 그럼에도 일본 관음사가 종교법인으로 설립된 1953년 이후부터 '시간'을 계산했기 때문이다. 1526년 관음사가 창건될 때 주존불로 안치된 부석사 관음상이 그 이후 아무런 변경 없이 타주(약탈) 점유가 지속됐음에도 '시간'을 편집하여 필요한 만큼만 근거로 삼았다. 이는 두고두고 법조계를 비롯하여 국제사회에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회에 '국외문화유산의 보존·활용 및 환수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그러나 법률안에 약탈 등 불법적 수단에 의한 취득을 금지하는 내용이 없다. 우리는 피해국가로 해외에 있는 문화유산의 많은 사례가 불법적 수단에 의한 반출이다. 특히 일본, 미국에 많다. 이를 환수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 가해 국가는 민법을 들먹이며 재산권 보호를 주장하겠지만 우리와는 엄연히 사정이 다르다. 문화유산이 일반적 재산과는 다르다는 점은 1954년 헤이그 협약 이후 끊임없이 진보한 지성의 결과이고 국제사회의 합의이다. 이 결과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과거 약탈품에 대한 원상회복 흐름이 빨라지고 있다. 정체가 심한 곳이 동아시아이다. 이를 촉진하고 강제할 수 있는 법률적 보완이 시급하다.
우리 법원의 결정에 따라 관음상을 4월 일본 대마도에 반환하기 전 이달 25일 부석사 주지 원우스님과 김용주 신도회장과 김문길 한일문화연구소장, 히로세 유이치 한국문화재반환연락회의 연구원(부산대박물관 연구원) 등이 서산 신자들과 함께 1박 2일 대마도를 방문할 예정이다. 조선통신사가 수백 년 전 숙소로 사용한 절인 이즈하라 서산사에 머물며 현지에 남아 있는 우리문화를 탐방하는 일정이다. 서산의 신자들이 방문하는 곳 중에는 쓰시마 박물관을 비롯해 1905년 을사늑약을 거부하고 의병전쟁 선봉에 선 면암 최익현 지사의 추모비를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방문을 계기로 국내에서 부석사 불상에 대한 관심과 계속 봉양하고자 하는 열의를 일본 측에 전달하고, 그동안 불상을 모신 대마도에 남아 있는 우리문화를 새롭게 발견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관음상 결연문에 쓰여 있듯이 '길이 정성껏 봉양케 함이라'는 뜻처럼 관음상을 정성껏 봉양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진지한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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