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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환 대표 |
든든한 언덕이 사라졌습니다. 두렵고 힘겹거나, 불안과 분노로 헤매는 순간마다 힘이 되어 준 언덕이었습니다. 언제나 '잘할 수 있어', '해낼 거야', '그래, 잘했어'는 격려를 하며, 정말 힘들 때는 언제든지 찾아와 기대라고 했는데, 가시는 날 자식들 걱정과 힘들지 말라고 하늘이 열리는 날을 택했고, 전날의 추위와 찬 바람은 맑고 따스했습니다, 수 많은 사람이 깔아준 꽃을 밟으시고, 끊이지 않는 조문객의 위로를 받으며 떠나셨습니다.
조문이 끝난 새벽 네 시, 아버지와 조용한 대화를 나눕니다. 아버지, 저를 낳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제가 바른 길로 걷도록 이끌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자신보다 자식을 위해 희생해 주심에 감사합니다. 아버지의 살이 타는 그 많은 고통과 아픔을 기억합니다.
아버지의 북녘만 바라보는 긴 세월의 의미를 이제 이해합니다. 아버지, 기억을 잃어가는 3년, 수척해진 모습에도 잠시 아들을 알아 보며 손을 잡으셨지요. 아버지, 이제 하늘나라에서 즐기며 행복하세요. 당신께서는 선산을 정리하고 절 납골묘에 당신이 잠들 곳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 건강하시던 당당하시던 분이 조그만 유골함에 담기셨습니다. 마지막 위령 기도를 드리고 버스에 오릅니다. 조그만 바람에도 금방 넘어질 듯한 나무 울타리도 안 되는데, 이제 아버지는 어떠한 고난에도 후손들이 기댈 수 있는 넓고 높은 언덕이 되라고 하시네요.
/홍석환 대표 (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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