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피해 벗어나려 '유령 노숙'… 대전 여성 노숙인 관리·지원 절실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범죄피해 벗어나려 '유령 노숙'… 대전 여성 노숙인 관리·지원 절실

남성위주 보호시설 운영 여성노숙 '사각'
찜질방 등 은둔 많아 정확한 규모 몰라
"전문 의료기관 상담과 거리치료 돼야"

  • 승인 2025-03-10 17:34
  • 신문게재 2025-03-11 6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1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일시보호센터 3층 여성 전용공간 입구에 허가 없는 출입을 금하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이은지 기자
거리 노숙인이라는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 각종 범죄에 취약한 여성 노숙인만을 위한 맞춤형 지원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여성노숙인들은 사회적 보호가 부족한 상태에서 눈에 띄지 않게 숨어서 거리생활을 하다 보니 통계조차 잡히지 않고 그나마 복지시설조차 남성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10일 대전시노숙인종합지원센터에 따르면 현재 지역에 추산되는 거리 노숙인은 40~45명에 달해 그 중 여성노숙인은 4~5명으로 10% 정도로 집계된다. 대전노숙인지원센터는 하루 4회 이상의 거리와 하천변에서 아웃리치 활동과 민원접수 그리고 주 2회 중구·서구 등을 오가며 노숙인을 파악하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한다. 그러나 범죄 위험을 피해 찜질방이나 PC방 등에 은둔하는 여성 노숙인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2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가 운영하는 일시보호센터 3층 여성노숙인 전용 공간이 장판이 착색 돼 들떠있는 등 열악한 상태다.  사진=이은지 기자
3월 7일 취재진이 찾은 동구 중동에 있는 노숙인 일시보호센터는 남성과 여성의 공간을 같은 건물에 2·3층으로 분리해 운영 중이었다. 2층 남성 노숙인 공간은 침대가 질서정연하게 배치돼 깨끗하게 정리된 모습 있었지만, 3~4평 남짓한 3층 여성 공간은 장판이 들뜨고 벽면에 빗물 얼룩이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열악하게 보였다. 더구나 여성공간 출입문은 옥상으로 나가는 통로 측에 있어 아래층 남성 이용자들이 옥상에서 바람을 쐬고자 할 때 오갈 수밖에 없어 사실상 여성공간이 완전 분리되지 않은 상태다.

김태연 노숙인종합지원센터 국장은 "여성의 경우 가정폭력·성폭력·미혼모 등을 위한 전담 센터가 지역 내에서 다양하게 운영되고, 여성 노숙인 수가 워낙 적어 도움이 필요한 노숙인 여성은 1366 등을 통해 다른 센터에 연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라며 "지난해 가정폭력으로 집을 나온 40대 여성이 저희 일시보호센터에 머물다가 가정폭력 피해자로 인정되어 해당 보호시설로 옮겨간 사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4
대전시 동구 목척교 아래에 쌓여있는 여성 노숙인의 짐. 이불, 박스 등 집기류가 어지럽게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사진=이은지 기자
이날 취재진이 대전노숙인센터와 동행해 거리에서 확인한 여성 노숙인은 대부분 60~70대의 고령으로 주로 대전역이나 지하상가, 다리 밑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들은 센터 직원과 웃으며 인사할 정도로 상호 신뢰가 있었으나 기자의 인터뷰 요청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대전역 대합실에서 만난 한 여성 노숙인은 체격보다 큰 가방을 메고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움직임조차 없었다. 인근 목척교 다리 밑 곳곳에는 그들이 먹고 자는 흔적이 있었는데 몸을 누이는 작은 공간을 제외하곤 이불, 박스 등 집기류가 담장처럼 쌓여 있었다.

여성 노숙인들이 겪는 또 다른 문제는 남성보다 정신질환을 동반한 경우가 많아 보호기관의 상담과 주거 지원 그리고 자활센터 연계 등 어느 하나 호응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알코올 중독이나 우울증 등의 질환이 있는 노숙인에게 일반적인 접근과 도움으로는 한계가 있어 전문 의료기관이 개입해 상담하고 거리치료를 제공하는 방안도 요구된다.

또 확인되지 않은 여성 노숙인 발굴을 위한 제대로 된 전수조사부터 실시한 후 시설 설치나 리모델링 등 예산 편성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현재 여성 노숙인 관련 지자체 예산은 전무한 상황으로 2019년 대전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범죄에 노출된 여성 노숙인들을 위해 전용시설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지만 이후 뚜렷한 정책적 움직임은 없었다.

이와 관련 대전시 관계자는 "지역 노숙인을 위한 예산의 경우 2023년 5억4500만원에서 올해 6억1400만원으로 해마다 확대 편성하고 있다"라며 노숙인 관련 예산을 소홀하지 않게 지원하고 있음을 밝혔다.
이은지 기자 lalaej27@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홈플러스 기업회생 돌입 첫 주말... 대전 유성점은 홈플런 행사에 북적
  2. 대전시 숙원 안산국방산단 본궤도 오르나
  3. [건강]감기로 오해하면 큰일! 급증하는 폐렴, 예방접종이 최선
  4. 대전시, 가정용 음식물쓰레기 감량처리기 400대 지원
  5. 라이온켐텍-태경그룹, 매각 잔금일 연기 공시
  1. 대전 초교 가정통신문 논란에 학부모들 "책임회피 급급 씁쓸하고 실망"
  2. 尹석방… 충청출신 심우정 檢총장 "격랑 속으로"
  3. 대전 초등생 살해교사 조사한 경찰…"사이코패스 검사 계획은 아직"
  4. 충청 정가, 윤 대통령 석방에 엇갈린 반응 속 셈법 복잡
  5. 대전 동부·둔산·대덕경찰서장 교체

헤드라인 뉴스


외식업지수 코로나때 수준… 대전 자영업자 시름 깊어진다

외식업지수 코로나때 수준… 대전 자영업자 시름 깊어진다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경기 상황과 좀처럼 풀리지 않는 소비 위축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들의 현 상황을 보여주는 업계 체감 경기 지수가 코로나 19 당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락했고, 대전 상가 곳곳에 걸린 임대 현수막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공실률을 나타내며 어려운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10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외식산업경기동향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외식업계 체감 경기 지수는 71.52로, 전 분기(76.06)보다 4.5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외식업체 3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지수가 100..

증시 오름세 탄 충청권 상장법인…전달 대비 시총 2.3% 증가
증시 오름세 탄 충청권 상장법인…전달 대비 시총 2.3% 증가

충청권 상장법인의 증시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2월 한 달간 기계·장비업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면서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강행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지역 기업들의 지난 한 달 동안 증가한 시가총액은 3조 1430억 원에 달한다. 한국거래소 대전혁신성장센터가 10일 발표한 대전·충청지역 상장사 증시 동향에 따르면 2월 충청권 상장법인의 시가총액은 142조 6595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월(139조 5165억 원) 대비 2.3% 증가한 수치다. 업종별로는 기계·장비업이 호조를 보였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젬백스 전진건설로봇 등의..

심우정 "적법절차 따라 소신껏 결정" 사퇴요구 일축
심우정 "적법절차 따라 소신껏 결정" 사퇴요구 일축

심우정 검찰총장은 10일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이 취소된 것에 즉시항고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 "적법절차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심 총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수사팀과 대검 부장회의 등 여러 의견을 종합해서 적법절차 원칙에 따라 소신껏 결정을 내렸다"며 이같이 밝혔다. 야당의 탄핵추진 경고에 대해선 "그게 사퇴 또는 탄핵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탄핵은 국회의 권한인 만큼 앞으로 절차가 진행된다면 그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즉시 항고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봄이 왔나봄’ ‘봄이 왔나봄’

  • 의대생들의 복귀는 ‘언제쯤’ 의대생들의 복귀는 ‘언제쯤’

  • 공유재산 무단점유 시설에 대한 행정대집행 공유재산 무단점유 시설에 대한 행정대집행

  • ‘즐거운 봄 나들이’ ‘즐거운 봄 나들이’